미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이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량을 20%가량 감축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내 대형 메모리반도체주가 급락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전날보다 2.07% 하락한 6만 1400원에, SK하이닉스(000660)는 4.15% 떨어진 8만 7700원에 장을 마쳤다.
16일(현지 시간) 마이크론이 감산 계획을 밝힌 영향이다. 이날 마이크론은 내년 반도체 시장 전망이 약해지고 있다며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량을 2022 회계연도 4분기(6월 3일~9월 29일)에 비해 약 20% 줄일 예정이며, 내년 설비투자 축소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소식에 반도체 업황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뉴욕증시에서 반도체 업종 대표지수인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4.26% 급락했다. 마이크론은 6.7% 추락했다.
통상 메모리 반도체의 감산 소식은 업황이 바닥을 치는 신호로 해석되며 주가 상승을 견인한다. 그러나 불과 2달 전 이미 감산 계획을 밝힌 마이크론이 한 차례 더 생산 감축을 결정하면서 수요 축소 상황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마이크론의 잇따른 감산 소식에 반도체 사이클 회복 기대감보다는 경기 침체 우려가 더 커지며 주가가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마이크론의 감산 발표가 중장기적으로 메모리반도체 수급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침체로 수요가 좋지 않더라도 공급을 줄여 공급이 수요를 밑도는 상황이 발생하면 가격이 상승하고 기업 실적이 개선된다”며 “투자 축소 발표 이후 실제 공급이 감소하기까지 6개월 정도 걸리는데 내년 2~3분기부터 메모리 업황 개선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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