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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디지털 기술 입은 '빅브라더'…미디어 공룡서 나를 지켜라

■미디어의 역사

자크 아탈리 지음, 책과 함께 펴냄

과거엔 생존 필수조건이었던 정보

현재는 미디어플랫폼 '알고리즘'이

뉴스·광고 등으로 잠재의식 개입

구글·애플 등 거대 미디어기업들

국가 대신해 '정보 독점' 가능성 커

"미래의 인간 실존 위협 벗어나려면

거대 플랫폼 통제·해체해야" 지적





자크 아탈리./사진제공=책과함께


미디어라는 중간 매개체 없이 한 사람의 정보나 의견을 디지털화해 다른 사람의 뇌에 직접 전송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처음에는 인공적인 연결 장치를 통해 생각을 단순 전달하는 단계부터 시작할 것이다. 기술이 더 발전하면 상대방이 알지 못하게 한 채로 잠재의식에 개입할 수 있다. 이는 상업 광고, 이데올로기 선전, 종교 포교, 정치 선전의 도구로 광범위하게 쓰일 수 있다.

극단적으로는 다른 인간의 뇌, 홀로그램이나 복제인간에게 기억과 감정, 자의식을 이전하는 일까지 가능해지게 된다. 즉 자의식을 지닌 불멸하는 인공 자아의 창조에까지 이른다. 현재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와 같은 거대 미디어 기업들은 훗날 국가를 대신해 정보를 독점하고 대중들의 생활과 의식을 지배하게 된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빅 브라더’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공상과학(SF) 소설 속 얘기 같지만 이미 2014년 하버드 의과대학을 시작으로 미국·러시아·중국의 대학과 군대에서 한 사람의 뇌에서 다른 사람의 뇌로 생각을 전송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세계적인 석학 자크 아탈리가 신간 ‘미디어의 역사’에서 예측한 미래 사회의 한 단면이다. 그는 기원전 3만년 경부터 오늘날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르기까지 미디어 역사를 구체적인 데이터와 풍부한 사례를 가지고 살펴본다. 과거 수천년 간 미디어 역사는 사적 메시지 전달 수단이 매스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으로 변화하면서 정보가 상업화에 이어 자동화되고 실물이 아닌 인공물로 대체되는 과정이라는 것이 아탈리의 진단이다. 이를 통해 미래 미디어 변화상을 예측하고, 인간 개인의 실존이 위협받지 않으려면 거대 미디어 플랫폼과 소셜네트워크를 통제하고 해체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아탈리에 따르면 정보의 전달과 소통은 인간의 기본 욕망이자 실존 조건이다. 역사 초기의 수만년 동안 인류는 가족과 부족, 방문자, 침입자, 자연환경으로부터 정보를 수집했다. 하지만 기원전 3300년경 말의 가축화, 바퀴와 글의 발명이라는 세가지 혁명이 일어나면서 인류의 정보 전달 체계는 일대 혁신을 맞이한다. 인류는 이를 바탕으로 문명을 이루고 국가를 조직했다.

“이 매혹적인 역사는 말과 노래의 등장으로 시작했다. 이어서 소문과 연기, 북과 기념비, 돌에 새긴 글과 동굴에 그린 그림,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과 소식을 외치는 사람, 시인과 서기, 행상과 우편이 등장했고 발로 걸어 다니던 사람들은 말을 타고 다니게 됐다.”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 전달은 권력 유지의 필수 조건이었던 만큼 국가는 통신 체계를 구축해 통치에 활용했다. 14세기가 끝날 무렵 이탈리아 상인들은 생업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아비조’라는 필사한 소식지를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다. 정보 자체가 상품이 된 것이다. 인쇄술이 나온 뒤로는 벽보·뉴스·신문·통신사·잡지·광고·사진·전화·라디오·영화·만화·텔레비전·인터넷·소셜네트워크·온라인 마켓·소셜 그래프 등이 속속 등장했다.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도구는 정치에서는 권력이 원천이며, 자산가들에게는 이윤의 원천이고, 그 고객들에게는 오락의 원천이다.”

특히 20세기 후반 인터넷 등장으로 각 개인이 스스로 미디어가 되는 시대가 열린다. 국가의 정보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표현의 자유가 완벽하게 보장된 셈이다. 하지만 거대 미디어 기업들이 국가를 대신해 개인 정보를 전용하고 온라인 상거래 등 일상 생활마저 좌우하고 있다. 현재 온라인에는 온갖 가짜 정보가 넘쳐나고 대중들은 소셜네트워크의 알고리즘에 파묻혀 자기만의 세계에 잠식돼가고 있다.

아탈리는 “많은 이들이 짧은 메시지, 상업 광고, 요란한 정치 선전, 허위 비방, 대략적인 뉴스, 과격한 분노, 폭력에 호소, 점차 치밀해지는 감시 등의 디지털 홍수에 굴복한다”며 “현대의 빅브라더는 독재자와는 거리가 멀다. 소수의 대부호들을 위해 봉사하는 기술 체계, 그것이야말로 오늘날의 빅브라더”라고 말한다.

이 같은 디지털 기술의 탈선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 아탈리의 경고다. 그는 앞으로 인터넷을 비롯한 기존 미디어의 해체와 새로운 미디어의 탄생, 거대 플랫폼 기업의 권력화, 인간 파편화의 심화, 고도 감시에서 자율 감시로의 이행, 의식과 의식의 직접적인 연결을 가능케 하는 기술의 발전 등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한다.

아탈리는 이처럼 디지털 기기들이 인간의 실존을 훔쳐가는 상황이 지속되다 보면 개인의 자유, 진실에 대한 존중, 공동체주의, 민주주의 등과 같은 인류의 근본적인 가치가 파괴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렇다면 미디어가 권력과 이윤의 통제 수단이 아니라 지식 공유와 연대의 장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그는 “우리가 오늘부터 완전히 다른 경로를 택한다고 해서 절대적 대참사를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관하면서도 지금 당장 행동에 나서자고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국가가 법률과 제도를 통해 초국적 미디어 기업을 규제하고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교육을 개혁해 시민들에게 참과 거짓을 구별하는 법을 가르치고 모든 개인은 아동기부터 주어진 정보를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자유와 평등을 옹호하는 저널리즘과 저널리스트를 보존해 디지털 독재와 싸우도록 해야 한다. “그러러면 결국 거대한 플랫폼들을 해체해야 할 것이고, 이는 곧 지구적인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2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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