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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흰 피부가 아름답다?…백인들이 만든 고정관념

■넬 어빈 페인터 지음, 해리북스 펴냄





영어 ‘슬레이브(slave·노예)’의 어원은 ‘슬라브(Slav)’다. 1300년대 중반 흑사병으로 노동력이 부족해진 기독교도 십자군 왕국들이 발칸반도에서 슬라브 족들을 노예로 잡아들인 데서 유래했다. 백인을 뜻하는 ‘코카서스인(Caucasian)’은 18세기 말 독일 학자 요한 프리드리히 블루멘바흐가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의 캅카스 지방에서 가져온 조지아인 여성의 두개골에 아름다운 캅카스인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데서 비롯됐다. 캅카스 지방의 여성은 희고 아름답다는 고대 그리스부터 이어진 고정관념을 무심코 받아들인 것이다. 반면 러시아에서 캅카스 지방의 체첸과 조지아는 검고 더럽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백인 하면 흔히 앵글로색슨족을 가리키고 권력과 위신, 아름다움을 떠올리는 오늘날 통념과는 거리가 멀다. 이처럼 최근 번역 출간된 ‘백인의 역사’는 인종은 생물학적 사실이 아니라 모호하고 허구적인 관념에 불과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저자는 넬 어빈 페인터 프린스턴대 미국사 명예교수다. 그는 서구 2000년 역사를 더듬어가면서 백인종이 정치적·경제적·사회적 목적 아래 숭배의 대상으로 떠오르게 된 과정을 추적한다.



책에 따르면 고대 시대만 해도 인종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다. 사는 지역에 따라 켈트인·갈리아인·게르만인 등 부족 명칭으로만 불렸다. 로마인들과 바이킹 등은 정복한 지역의 주민들을 노예로 삼았다. 당연하게도 당시 유럽에서 대다수 노예들은 흑인이 아니라 백인들이었다. 17세기만 하더라도 영국과 포르투갈은 부랑아, 기결수, 가난한 여성들을 아메리카로 보내 사실상 노예처럼 일하도록 했다. 아프리카인 노예 무역이 본격화한 것은 18세기부터다.

‘희고 옅은 피부색이 아름답다’는 관념을 처음 만들어낸 것은 18세기 독일인 학자들이다. 19세기 미국의 랠프 월도 에머슨은 훗날 앵글로색슨주의라는 이름이 붙은 백인성 이데올로기를 제시한다. 앵글로색슨족으로 구성된 옛 이민자들은 나중에 들어온 카톨릭교도 아일랜드인을 경멸하며 아메리카 인디언이나 중국인, 흑인과 마찬가지로 백인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아일랜드인들은 남북전쟁에 참여하면서 미국인으로 취급 받기 시작했다. 20세기 무렵에는 남유럽과 동유럽에서 온 새로운 이민자들이 아일랜드인의 자리에 들어서며 인종적으로 열등하다는 낙인이 찍히게 된다. 미국의 주류 백인들은 떠돌이, 가난한 농민과 도시 빈민, 범죄자 등은 같은 앵글로색슨족이라도 ‘유전적으로 퇴화한 존재’라며 1924년부터 1968년까지 6만5,000명에 대해 강제불임 시술하기도 했다. 2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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