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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도금 시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식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국의 황금 시대(Golden Age)가 다시 시작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황금기는 1940년대 초반부터 1970년대 초반을 일컫는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영국·독일 등을 누르고 세계 안보·무역 질서를 주도하는 최강대국으로 부상했다. 고성장, 낮은 실업률과 중산층 확대, 대규모 인프라 투자 등에 힘입어 대다수 국민들의 삶도 개선됐다.

트럼프는 25대 대통령 윌리엄 매킨리의 고율 관세 덕분에 1870~1913년에 미국 역사상 가장 부유했다고 주장한다. 당시 철강·석유·철도 등 주요 산업이 급격하게 발전한 미국은 외형적으로 황금기를 맞은 것처럼 보인다. 또 매킨리는 스페인과 전쟁을 벌여 쿠바·푸에르토리코·괌·필리핀을 미국 식민지로 편입시키는 등 영토 확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소수 재벌들의 산업 독점과 금권정치, 빈부 격차 심화 등으로 인해 국민 대다수는 경제적으로 피폐화됐다. 마크 트웨인이 자신의 소설에서 이 시기를 ‘도금 시대(Gilded Age)’라고 풍자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겉만 화려하게 빛나는 가짜 황금 시대라는 것이다. 결국 도금 시대는 과잉생산, 경제적 불평등 등 내부 모순이 쌓이면서 대공황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매킨리는 고율 관세가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에 이어 1893년 공황을 초래하자 말년에는 자유무역주의자로 돌아섰다. 또 도금 시대의 경제 성과를 가져온 원인도 관세가 아닌 이민자 증가, 물류·기술 혁신, 도시화 등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매킨리의 실패를 반복할 기세다. 현재 국제 금 가격은 사상 최고치 수준을 오르내리고 있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 등으로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자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몰리고 있다. 미국의 황금기가 아니라 ‘황금의 황금 시대’가 도래했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트럼프식 황금 시대가 몰고 올 리스크에 면밀하게 대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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