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 당시 몸무게가 2.5kg 미만인 경우를 ‘저체중 출생아’, 재태기간 37주 미만으로 분만 예정일보다 3주 이상 일찍 출생한 아기를 ‘미숙아’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세상에 호기심이 많아 일찍 태어난 아이'란 뜻을 담아 미숙아 대신 '이른둥이'라는 한글 새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그런데 신생아 출생체중이 적을수록 약시 발병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발표됐다. 최근 저체중 출생아 비율이 높아지는 만큼 정기 검진을 통해 약시 등 안과질환의 조기발견에 힘써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주연 명지병원 안과 교수 연구팀은 영국인 50만 명의 유전정보가 담긴 영국 바이오뱅크(UKBB)의 코호트 데이터를 활용해, 멘델식 무작위 분석법(MR; Mendelian Randomization)으로 약시와 출생체중, 산모의 흡연, 모유 수유의 유전적 인과 관계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21일 밝혔다.
약시(弱視)란 특별한 이상이 없는데 시력검사를 하면 양쪽 눈의 시력이 시력표에서 두 줄 이상 차이가 나고, 안경을 써도 시력이 잘 나오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분석에 따르면 출생체중과 약시 위험도가 반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생체중이 적게 나갈수록 약시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반면 산모의 흡연과 모유수유 여부는 약시 위험과 직접적인 인과 관계가 없었다.
다만 이번 연구가 유전정보 데이터를 활용해 출생체중과 약시 발생의 인과성을 분석·추론한 결과인 만큼, 저체중 신생아에서 약시 발생이 높게 나타는 원인 규명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게 연구팀의 제언이다.
약시는 전 세계적으로 100명 중 2명꼴로 발생하는 흔한 안과 질환이다. 유병률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사시와 달리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없어 쉽게 알아차리기 어렵다. 늦게 발견할 경우 시력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조기 진단을 통한 교정 치료가 중요하다. 특히 이른둥이는 망막혈관 발달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미숙아망막병증 등 안과적 문제와 함께 시력 장애의 발생 위험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약시에 관한 기존 연구들은 사시, 굴절이상, 부동시 등 안과적 요인에 초점을 맞추면서 조산, 아프가(APGAR) 점수, 임신 중 흡연, 신생아중환자실 치료 여부 등 비안과적 요인에 대한 대규모 임상 코호트 연구가 드물고 관찰 연구 역시 제한적이었다. 이번 연구는 조산 자체가 아닌 출생체중과 약시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 관계를 발견했다는 점에서 안과질환 연구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고 평가 받는다.
이주연 교수는 “국내 출산율 통계자료에 따르면 저체중 출생아 비율은 해마다 높아지는 추세”라며 “이른둥이의 경우 출생 당시 안과 및 신경학적 이상이 없었다 해도 약시 등 시력 이상의 위험이 높으므로 주의 깊은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약시와 주산기 요인의 유전적 인과 추론’ 이란 제목으로 '네이처'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10월호에 게재됐다. 서울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박수경 교수, 이상준 서울대 의과대학원생이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안경진 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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