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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도어스테핑은 계속돼야

정치부 김남균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해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마친 뒤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대통령님!” 올 7월 12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1층에 들어서자 약 10m 떨어진 로비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이 큰 소리로 대통령을 불렀다. 한 기자가 “이 정도 거리에서 도어스테핑은 어떠냐”고 묻자 윤 대통령은 흔쾌히 “물어볼 게 있으면 물어보라”고 답했다. 전날 청사 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도어스테핑을 당분간 중단한다고 밝힌 지 하루 만이었다.

용산 청사 1층은 이렇게 각본 없는 소통의 공간으로 기능했다. 단순히 도어스테핑 때문만은 아니었다. 북한의 제7차 핵실험 가능성이 높게 제기되던 때 출근하는 고위급 참모의 표정을 보고 대통령실의 긴장감을 읽을 수 있었고 어떤 부처 장관이 대통령실에 자주 방문하는지를 보며 대통령의 국정 운영 관심사가 무엇인지 추측할 수 있었다.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대통령이 일하는 모습을 국민들이 언제든 지켜볼 수 있게 하겠다”고 한 약속의 실현이었다.

이제는 불가능한 일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야당의 전방위적 네거티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를 떠나 용산으로 왔다. 그렇게 시작한 ‘용산 시대’의 주요 성과로 자리 잡은 도어스테핑이 겨우 특정 언론사 기자의 ‘무례함’을 이유로 폐지될 기로에 놓였다. 보안을 강화하겠다며 1층 로비 내부에서 외부로의 시야를 가리는 차단문 공사까지 시작됐다. 언론과의 접촉면을 스스로 줄이며 규모만 작은 청와대로 회귀한 것이다.



심지어 대통령실은 출입 기자단에 서운함을 표하며 후속 조치를 떠넘기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도어스테핑이 가치 있는 소통 방식이라고 판단된다면 언론인들이 협조해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6개월간의 소통 실험이 실패로 끝나게 된다면 이를 사과하고 대책을 세울 사람은 윤 대통령 본인이다. 대통령실의 전례 없는 개방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취임 초부터 여야를 막론하고 끊임없이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소통의 의지가 남아 있다면 1층 로비 차단문이 아직 가벽일 때 허물어야 한다. 보안 유리문이 들어서면 그때는 늦는다. 스스로 제시한 용산 시대의 정체성이 개방과 탈권위었다는 점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서울경제 정치부 김남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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