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서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금된 20대 여성의 의문사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전방위로 확산하는 가운데, 시위 도중 붙잡힌 여성이 구치소와 유치장 등에서 당국자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미 CNN방송은 21일(현지시간) 이란 서부 이라크 국경지대에서 성폭행 피해자, 인권단체, 병원 관계자 등을 만나고 관계자들의 소셜미디어서비스(SNS) 계정 등을 분석한 결과 당국자가 시위대를 성폭행한 사례 최소 11건을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20세 여성 아르미타 아바시의 사건이 대표적이다. 그는 SNS에서 정권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10월 중순 체포됐고, 경찰은 아바시를 시위 주동자 중 한 명으로 규정하고 체포 사실을 공개했다.
아바시의 사건은 현지 병원 관계자의 SNS 대화를 통해 드러났다.
대화 내용에 따르면 구금 중이던 아바시는 10월 17일 장기 출혈을 이유로 이맘알랄 병원에 이송됐다. 그는 머리는 삭발된 채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고 한다.
당시 경찰은 “반복된 성폭행 때문에 장기에서 출혈이 발생했다. 성폭행은 체포 전 발생한 것으로 기록하라”고 의료진에게 요구했다. 하지만 의료진들은 아바시가 구속 중 성폭행 당한 것이 확실하다고 증언했다.
CNN은 아바시가 이날 병원에서 산부인과와 정신과 진료를 봤는데 가족이 면회 오자 경찰관들은 그를 뒷문으로 빼돌렸다고 전했다.
이후 이란 정부는 아바시가 ‘소화 문제’로 치료를 받았다고 주장했고, 의료진은 익명을 전제로 CNN에 이 발표는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이름을 ‘하나(가명)’라고 밝힌 한 쿠르드계 이란 여성은 CNN에 성폭행 피해 사실을 직접 증언했다.
그는 시위 도중 히잡을 불태우던 장면이 CCTV에 찍혀 경찰에 붙잡혔고, 이란 북서부 우르미아 경찰서 유치장에서 수감되는 동안 성폭행을 당했다고 했다.
하나는 경찰관들이 성적인 요구를 들어주면 풀어줄 것처럼 말하면서 취조실로 끌고 가 성폭행했다고 폭로했다.
당국자들이 미성년 소년들을 성폭행했다는 피해 증언도 나왔다.
시위 중 붙잡혔다는 17세 소년은 교도관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으며 다른 남자 피해자도 4명 더 있었다고 CNN에 말했다.
테헤란을 비롯한 이란 주요 도시에서는 지난 9월 여대생 마흐사 아미니(Mahsa Amini·22)의 사망이 촉발한 반정부 시위가 3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아미니는 히잡 등 이슬람 율법이 요구하는 복장을 갖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교 경찰에 구금되던 중 의문사하면서 촉발됐다. 경찰은 아미니가 심장마비로 자연사했다고 주장했지만, 가족들은 고문을 당하고 죽었다고 반박했다.
한편 22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에 따르면 이란 정부의 무력 탄압으로 지난 2개월간 300명 이상이 사망했다. 또 사망자 중 어린이도 4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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