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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이 재킷을 사지마세요

김이삭 헬로우뮤지움 관장





“Don't buy this jacket(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 10년 전 도발적인 문구가 뉴욕타임스 전면에 실렸다. 때는 11월, 연중 가장 파격적인 할인 행사가 열린다는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각종 소비를 부추기는 광고가 도배되는 시기였다.

바로 그 시기에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가 제품의 과잉 생산과 무분별한 소비주의를 꼬집는 파격적인 광고를 냈다. 대량생산은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이는 기후·생태의 재앙을 불러온다. 다시 말해 분별없는 소비주의는 지구 최대의 위협이다. 이들의 광고는 단순히 이색적인 이벤트로 끝나지 않았다. 프랑스에서는 블랙프라이데이를 대신해 환경을 생각하는 ‘그린프라이데이’ 운동이 생겼고 현재까지도 블랙프라이데이에 보이콧을 외치는 기업은 매년 늘고 있다. 그럼에도 2023년을 바라보는 현재, 파타고니아의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어쩌면 더 절실해졌을지도 모르겠다.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동안 택배 배송으로 배출되는 탄소량은 약 42만 9000톤이라고 한다. “오늘날 우리는 필요가 아니라 유혹에 의해 구매한다.” 친환경 패션 업체 ‘파고’의 창업자 니콜라 로르의 말이다. 이어 그는 “옷장을 열어 보고 꼭 필요한 게 있을 때 구매하라”며 현명한 소비 습관을 촉구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대인의 대부분은 소비에 중독돼 있다. 프랑스 문학가 조르주 페렉은 그의 저서 ‘사물들’에서 사람들은 사물에 대한 소비를 행복으로 오해한다고 진단한다. 맞는 말이다. 개인의 취향과 기호가 더욱 존중받는 분위기가 되면서 때로 사소한 물건이 과도한 집착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사물이 주는 행복은 오래가지 않고 또 다른 사물로 쉽게 대체된다. 그러므로 소비의 굴레는 파괴적이다. ‘작은 행복’의 대용품이 만들어지는 동안 그 지구 반대편에서는 꼭 그만큼의 쓰레기 산이 쌓이고 지구가 병든다. 이제는 블랙이 아닌 그린프라이데이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그렇다면 그린프라이데이에 구체적으로 동참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꼭 필요한 것을 신중히 구매하고 과소비를 부추기는 광고 또는 판촉 행사에 대한 비판 의식을 갖는 것이다. 최대한 오래 쓰고, 고쳐 쓰고, 여러 번에 걸쳐 나눠 쓰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근래 새로운 소비의 트렌드가 이와 같은 패턴을 띤다는 점이다. 중고품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소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뜻하는 ‘N차신상’ 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이뿐만 아니라 사용하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리퍼 제품’을 똑똑한 소비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또 더 이상 소비만이 소유의 방식을 뜻하지 않는다. 소유가 아닌 셰어의 방식을 지향하는 다양한 렌털과 공유경제의 사례가 넘쳐난다. 물론 그린프라이데이 역시 친환경의 탈을 쓴 마케팅 수단에 불과하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기업과 소비자 모두 지구온난화와 기후 위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이제 금요일을 더 이상 검게 물들일 수만은 없으며 ‘새삥’을 마냥 추앙해서도 안 된다. 어제도 오늘도 예년보다 매우 따뜻하다. 지구는 매일 우리에게 경고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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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 기자 문화부 ju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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