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이슈 리포트]오일머니 끌어올 50년만의 기회…'익트바'·'니타카트' 뚫어라

강문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아프리카중동팀장

■'제2 중동붐' 일으킬 필수 조건





빈 살만 왕세자 방한 계기로 경협 확대

韓·사우디 하루새 26건 양해각서 체결

건설 넘어 제조·수소 경제 파트너 기대

사우디, 네옴시티·키디야 프로젝트 등

국가 체질개선 '비전2030' 추진하면서

韓日 등 아시아에 기술 협력 손 내밀어

한국 기업엔 수출 늘릴 좋은 기회지만

수주 따내려면 기업 투자 뒷받침돼야

재정조달 불분명·현지화 제도도 발목

안정적인 비즈니스 펼칠 안전장치 필요

최근 비공식 세계 최고 부호이자 ‘미스터 에브리싱’으로 불리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방한하면서 세간이 들썩거렸다. 우리 정부 역시 그의 방한에 맞춰 한·사우디 간 경협을 확대하겠다고 밝혔고 제2의 중동 붐을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2017년부터 시작된 한·사우디 비전2030위원회 개편을 통해 원유 수입과 건설 수주 일변도의 경협 관계에서 벗어나 제조업과 신산업, 그리고 수소 중심의 에너지 산업으로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한국과 사우디는 불과 하루 만에 26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우리 정부 역시 대(對)사우디 협력 확대와 메가프로젝트 건설 수주 확보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한·사우디 간 협력에 대한 시선이 마냥 고운 것만은 아닌 것도 사실이다. 이유는 MOU 체결 자체로는 구속력이 없다는 점이 가장 많이 꼽힌다. 우리 정부는 사우디뿐 아니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카타르 등과도 협력 다변화를 위한 협의를 많이 했으나 이러한 논의가 실질적인 협력 분야 확대로 이어진 사례는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 살만 방문을 계기로 우리 기업의 수출이 확대될 것에 희망을 걸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반사이익을 가장 많이 얻는 지역은 사우디를 포함한 걸프국가다. 빈 살만은 이러한 이점을 바탕으로 사우디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빈 살만의 경제개혁



2015년 왕세자가 된 빈 살만은 석유에 지나치게 의존적인 사우디의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동시에 역내 맹주의 자리를 지키려 한다. 사우디의 비전2030전략은 이러한 그의 의지가 담긴 문서라고 볼 수 있다. 사우디 비전2030전략을 들여다보면 빈 살만은 경제·사회·문화 분야 발전뿐 아니라 인적 자원 육성에도 큰 관심을 가진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대내적으로 여성의 운전을 허용하고 그동안 금지됐던 영화관을 재개장하는 등 사회·문화 전반에 걸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들어 사우디 여성의 고용 확대를 통해 현재 25%에 그친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을 더욱 늘리고자 한 점이나 홍해영화제를 개최한 점 역시 사우디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빈 살만은 개혁적인 군주로 국내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러나 개혁적 군주인 빈 살만의 정책을 가장 잘 대표하는 것은 네옴시티를 포함한 메가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네옴시티는 키디야·홍해프로젝트 등과 같은 메가프로젝트 중 하나이며 라인·옥사곤·트로제나로 구성돼 있다. 빈 살만은 네옴시티에 100% 재생에너지만 사용하는 미래형 친환경 도시를 구현하려 하며 전통적 도시의 틀을 깨려 한다. 사우디는 네옴시티를 통해 미래에너지인 수소에너지 생산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우디 전력 기업인 아크와파워(ACWA Power)는 네옴시티 내 세계 최대 규모의 그린수소 생산 시설인 헬리오스그린연료를 건설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일일 생산량만 650만 톤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듯 빈 살만의 경제개혁은 전통적 질서를 파괴하는 새로운 시도이며 사우디는 그동안 경험하지 않았던 새로운 길을 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가운데 사우디는 아시아와의 협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사우디를 포함한 중동 시장 내 수소 공급망 구축, 담수화 플랜트 수주, 디지털 기술 및 바이오 협력 등 다양한 분야를 선도하고 있으며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대사우디 투자를 늘려왔다. 또한 최근 들어 중국 기업의 사우디 인프라 프로젝트 수주 역시 눈에 띄게 증가했다.

사우디 비전2030과 대(對)아시아 협력의 속내



미중 갈등이 이어지면서 중동도 강대국 사이에서 균형과 헤징 외교를 펴고 있고 사우디 역시 예외가 아니다. 사우디는 전통적으로 미국의 우방국이었으며 미국의 대중동 정책에서도 사우디는 이스라엘과 함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나라다. 그러나 중국의 부상과 일대일로 정책 확장으로 사우디는 중국과의 협력을 확대해왔으며 중·사우디 교역은 2020년에만 670억 달러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사우디는 방산 부문에서 중국·러시아와의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으나 아직은 요원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뿐 아니라 아시아와의 협력 확대를 위해 7개 중점 협력국 중 한국과 일본 등 두 국가와는 비전2030 위원회를 구성했다.

사우디가 대아시아 협력 확대에 나서는 이유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빈 살만이 야심 차게 추진하는 메가프로젝트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민간 투자 부족이라고 할 수 있다. 140억 달러에 달하는 네옴시티 건설 발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분야가 교통·전력 같은 인프라 구축이라는 점은 우리에게 기회 요인이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사우디 내 건설 수주를 위해서는 우리 기업의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네옴 건설 규모가 5000억 달러에 이른다는 점은 우리 기업에 분명히 매력적이지만 사우디 정부의 재정 조달 방식이 불분명하다는 점은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의 한국 방문 역시 이러한 점에서 객관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우디의 아시아 협력 확대는 기술의 자국화를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사우디는 일명 ‘사우디화(Saudization)’라고 불리는 현지화 정책을 강력히 추구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첨단산업 기술이 발달한 한중일과의 협력을 확대해가고자 하는 것이다. 실제로 사우디 대표단이 방한 때 가장 기대하는 점 역시 바이오·수소 등과 같은 우리나라와의 기술 협력 확대였으며 제조업 협력 확대도 한·사우디 간 기술 협력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한·사우디 협력 확대의 의미



우리 정부는 1974년 체결한 ‘한·사우디 경제 및 기술 협정’에 따라 설치한 한·사우디공동위원회에 이어 2017년 한·사우디 비전2030위원회를 발족하고 두 나라 간 경제협력 확대를 위한 논의를 이어왔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대사우디 수입은 아직도 원유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대사우디 무역적자도 209억 달러(2021년 기준)에 이를 만큼 수출 규모가 크지 않은 편이다. 우리나라의 대사우디 투자 규모도 5100만 달러(2021년 기준)에 그칠 만큼 현재까지는 양국 간 협력 규모는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번 빈 살만의 방한은 한·사우디의 협력을 에너지뿐 아니라 스마트시티, 디지털 기술, 콘텐츠 산업 등으로 확대할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제2의 중동 붐을 위해서는



그러나 우리 기업의 사우디 진출이 현실화하려면 투자금 회수 리스크에 대한 전략이 필요하다. 네옴시티를 위해 대규모 민간 투자가 요구되나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기업은 투자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 또 사우디 진출을 위해 현지화 제도인 ‘익트바(IKTVA)’, 자국민 의무 고용 제도인 ‘니타카트(Nitaqat)’, 그리고 현지 상업 대리인 제도를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걸프협력회의(GCC) 국가 대부분은 상품이나 서비스 판매 및 유통을 자국 기업과 개인에게만 허용해 현지에 진출하려는 외국 기업은 현지 대리인을 물색해야 하는 것이 중동 진출에 가장 큰 장애 요인으로 지적된다. 니타카트는 사우디 국민의 고용 창출에 상당히 중요하다고 볼 수 있으나 반대로 우리 기업에는 제약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한·사우디 협력에서 인적자원 육성 역시 상당히 강조된다. 이러한 제약 요인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사우디 정부 간 협력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현지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이 사우디에서 보다 안정적으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긴밀한 협력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우리도 대중동 전략을 명확히 할 때가 왔다. ‘아시아로의 피봇(Pivot to Asia)’은 비단 미국만의 전략이 아니다. 사우디, 그리고 중동 역시 이를 꾀하고 있으며 한국은 협력 파트너로서 더욱 주목받을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나라 역시 대중동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으며 단순한 에너지 안보와 수출 증대를 위한 협력뿐 아니라 진정한 파트너로 거듭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강문수 박사는…아프리카 및 중동 경제 전문가로 캔자스주립대에서 농업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다년간 개발 협력 프로젝트 현장에서 활동했다. 아프리카 및 중동의 식량안보·기후변화·농업 등에 폭넓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