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관련 공개행사에 또 다시 딸을 데리고 등장했다. 일각에서는 4대 권력세습을 공식화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7일 조선중앙통신은 ICBM 화성-17형 개발과 발사 공로자들의 기념 촬영 소식을 전하며 김 위원장이 "존귀하신 자제분과 함께 촬영장에 나왔다"고 밝혔다. 정확한 날짜를 명시하진 않았지만, 대형행사 이튿날 이를 보도하는 북한 관영매체 관행상 전날 촬영 행사가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중앙통신은 김 위원장과 그의 딸이 함께 촬영 현장을 누비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여러 장 발행했다.
김 위원장의 딸은 첫 등장 때는 앞머리를 내리고 흰색 패딩점퍼를 입어 초등학생다운 복장이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고급스러운 모피를 덧댄 검은 코트를 착용했고 머리도 모발 손질용 도구인 고데기 등으로 점잖게 매만진 흔적이 역력했다. 언뜻 보면 어머니 리설주 여사인 줄 착각할 정도로 성인 여성과 흡사하게 꾸민 모습이었다.
김 위원장 둘째 자녀인 딸과 함께 공개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 17일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 시험발사 현지지도에 이어 두 번째다.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딸의 호칭을 17일 현지지도 동행 때의 “사랑하는 자제분”에서 이번엔 “존귀한 자제분”이라는 더 높은 존칭으로 바꿨다. 국가정보원은 최근 이 자녀의 이름이 ‘김주애’라고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한 바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어린 딸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앞으로도 백두의 혈통만을 따르고 끝까지 충실할 것”이라는 ‘맹세문’을 발표했다는 노동신문의 보도가 눈에 띈다. 어린아이일지라도 김일성 주석부터 내려오는 이른바 로열패밀리인 '백두혈통'으로서 권위를 부각하려는 연출로 보인다. 딸과 다정하게 팔짱을 끼거나 손을 꼭 잡으며 딸을 향한 애정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소녀는 환호하는 기념사진 촬영 참가자들을 향해 박수로 화답하는 등 최고지도자의 딸이라는 위상을 자연스럽게 노출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존귀하신 자제분’이라는 특별한 존칭을 사용한 것은 매우 파격적”이라며 “11월 19일자 노동신문에서 김주애에 대해 ‘사랑하는 자제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27일자 노동신문에서는 김정은이 ‘제일로 사랑하시는 자제분’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김주애가 앞으로 김정은의 후계자가 될 것임을 보다 명확히 했다"고 분석했다. 정 센터장은 “왕에게 여러 명의 자녀가 있을 경우 그가 가장 사랑하는 아이를 후계자로 내세우는 것은 당연하다”며 “4대 권력세습을 공식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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