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보이’ 이강인(21·마요르카)의 시간이 왔다.
우루과이와의 1차전 무득점 무승부로 16강 분수령이 2차전으로 넘어간 가운데 28일 오후 10시 카타르 알라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릴 가나와의 조별리그 H조 2차전에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운명이 걸려있다.
가나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1위로 본선 32개국 중 가장 순위가 낮지만 결코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다. 최종 평가전에서 유럽 강호 스위스를 2 대 0으로 격파할 만큼 한 번 불붙으면 좀처럼 억누르기 힘든 상대다. 우승 후보 포르투갈과의 본선 첫 경기에서도 2 대 3으로 아깝게 졌다.
가나전 필승 카드는 이강인이다. 첫 경기에 깜짝 투입돼 후반 중후반부터 20여분 간 월드컵 데뷔전을 치른 이강인은 2경기 연속 출전이 확실시된다. ‘특급 조커’ 역할을 맡을지, 선발 기회를 잡을지는 예상하기 어렵지만 한 번의 패스로 결정적 찬스를 만들 줄 아는 그의 능력은 침투 패스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가나와의 경기에서 더 빛을 발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강인이 뿌려준 날카로운 패스를 손흥민(30·토트넘)이나 황의조(30·올림피아코스) 등이 해결하는 그림은 가나전에서 기대할 수 있는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성인 월드컵 첫 경기에서 자신감을 얻은 만큼 2차전부터는 가진 기량을 본격적으로 쏟아낼 것으로 보인다. 이강인은 2019년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7경기 2골 4도움으로 한국의 준우승 신화를 이끌며 골든볼(최우수선수)까지 거머쥐었던 골든 보이다.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 부상으로 우루과이전을 결정한 황희찬(26·울버햄프턴)은 2차전도 못 나온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27일 기자회견에서 “황희찬은 못 뛸 것 같다”고 확인했다. 1차전 다음날 훈련부터 패스와 슈팅, 왕복 달리기를 무리 없이 소화해 경기 투입에 속도를 내는 듯 보였으나 회복에 시간이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수비 핵’ 김민재(26·나폴리)의 출전 가능성도 불확실하다. 벤투 감독은 “현재로서 김민재가 주전으로 뛰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출전은 가능하다. 다만 내일(28일)까지 상황을 보고 결정하려 한다”고 했다. 우루과이전에서 수비 도중 미끄러진 김민재는 종아리를 다쳐 회복 중이다. 권경원(감바 오사카)이나 조유민(대전)을 대체 선발로 기용한 뒤 김민재를 교체 투입하는 계획을 예상할 수 있다. 유럽 최고 수비수 중 한 명이자 빌드업 축구의 출발이기도 한 김민재가 정상 컨디션이 아니라는 점은 승리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가나의 리듬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공격형 미드필더 모하메드 쿠두스(22·아약스)를 묶어야 한다. 쿠두스는 77분을 뛴 포르투갈과 첫 경기에서 예리한 크로스로 첫 골을 어시스트했다. 네덜란드 명문 아약스에서 공식 경기 10골(21경기)을 기록 중인데 이중 유럽 챔피언스리그 득점이 6경기 4골(2도움)이다. 적재적소에 패스를 찔러주는 능력은 물론 드리블과 슈팅까지 수준급인 다재다능한 공격 자원이다. 9월 브라질과 평가전(0 대 3 가나 패) 때 쿠두스는 ‘네이마르가 나보다 뛰어난 선수는 아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화제를 낳기도 했다. 1월 이적 시장에서 토트넘이 영입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도 많다.
골잡이는 형제 선수인 안드레 아예우(알사드)와 조던 아예우(크리스털 팰리스)다. 포르투갈전 첫 골 주인공인 형 안드레는 우리 대표팀 허리인 정우영(알사드)의 카타르 리그 팀 동료다. 동생 조던은 2014년 6월 한국의 브라질 월드컵 출정 경기(4 대 0 가나 승)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한 바 있다. 한국은 가나와 역대 A매치에서 3승 3패로 팽팽히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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