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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운임료 정부 개입, 타당치 않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시장경제 체제에서 정부의 개입은 몇 가지 측면에서 정당화된다. 공공재, 외부 효과, 자연독점 등 시장 실패 시 정부 개입은 필요하다. 정보 비대칭성이 있는 경우에도 필요하다. 정보 다량 보유자와 거래할 때 정보 약자의 무지가 악용될 수 있다.

화물운송은 2020년 안전운임제를 한시적으로 도입하면서 정부가 운임 결정에 개입하도록 했다. 타당한지 의문이다. 이 분야는 시장 실패 영역이 아니다. 공공재나 자연독점 분야도 아니며 외부 효과가 발생하는 영역도 아니다.

정보 비대칭 측면에서도 타당한지 의문이다. 화물운송 시장은 현재 화주, 화물 자동차 운송 사업자, 운송 주선, 가맹 사업자, 화물 차주 등으로 복잡하게 구성돼 있다. 크게 보면 화주가 운송사업자 등에게 화물운송을 요구하면 운송 사업자 등이 특정 차주와 위탁 계약을 체결해 운송을 완료하는 구조다. 이 경우 정보 비대칭은 주로 운송 사업자와 차주 간에 나타난다.
운송 사업자의 정보는 차주보다 우월하다. 운송 사업자가 차주의 정보 부족을 악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정부의 개입이 필요할 수 있다. 이 문제는 화물운송과 관련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정보망으로 연결해주는 플랫폼 사업 등을 통해 시장에서 해결할 수도 있다.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전운임제를 도입했다면 이는 타당하지 않다. 계약 당사자나 정보 비대칭성의 일방이 아닌 정부가 정한 운임을 화주에게 부과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진단과 처방이 잘못됐다.

일각에서는 화물운송도 택시나 버스 등과 같이 공공성이 있으므로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버스 등 대중교통 사업자들은 교통 소외 계층의 이동성 확보를 위해 의무적으로 지정 노선을 준수하거나 승차를 거부하지 못한다. 이들의 소득을 보전하기 위한 정부의 일부 개입은 타당하다.



반면 화물운송은 노선 등을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대중교통과 화물운송은 공적 의무 이행 여부 부분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다.

일각에서는 또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안전운임제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이기도 하다. 화주가 일정 금액 이상 운임을 지급하도록 하면 차주의 소득이 늘어나 무리한 운전이 사라지고 사고도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가정에 불과했다. 안전운임제 시행 후 운임은 28% 이상 올랐으나 사고 예방 효과는 없었다. 이 기간 전체 교통사고 건수는 11.5% 감소한 데 반해 안전운임제 대상 차량 사고 건수는 8.0% 증가했다.

화물운임 결정에 대한 정부 개입은 다양한 측면에서 볼 때 타당하지 않다. 그런데도 제도가 도입된 것은 차주·운송 사업자 등의 집단 이기주의에 정치권 일부가 인기 영합주의로 결합한 결과로 판단된다. 이는 시장경제 체제에는 맞지 않는 잘못된 제도다. 세계 어느 국가도 도입하지 않은 상황에서 호주가 도입 후 2주일 내 제도를 폐기한 이유이기도 하다. 안전운임제는 폐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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