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 수험생 A 씨는 이달 말 정시 모집을 앞두고 1회에 100만 원에 달하는 입시 컨설팅을 받을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첫 문·이과 통합 수능이었던 지난해부터 이과생들이 상위권대 인문 계열에 교차 지원해 대거 합격하는 이른바 ‘문과 침공’ 현상이 발생한 데 이어 올해 역시 수학이 어렵게 출제된 탓에 대입 전략 수립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A 씨는 “수시보다는 정시에 초점을 맞춰 대입을 준비했는데 답답하고 불안하다”면서 “주변에서는 컨설팅을 받아보라고 하는데 비용이 너무 비싸 부모님께 말씀드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9일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가 배부될 예정인 가운데 지난해부터 도입된 문·이과 통합 수능 여파로 정시 모집을 중심으로 대입 전형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험생들의 불안 심리를 이용한 과도한 고액 컨설팅이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교육계에 따르면 현재 수시 전형 대학별 고사가 대부분 마무리된 가운데 9일 수능 성적표가 수험생들에게 배부된다. 수험생들은 수능 성적을 토대로 이달 29일부터 정시 모집 원서 접수에 들어간다.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이미 가채점 결과를 바탕으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수험생들은 재학 중인 학교의 교사를 통해 지원 전략 상담을 받기도 하지만 보통 온·오프라인 입시 업체를 통해 합격 예측 서비스나 지원 전략 컨설팅을 받는 경우가 많다. 입시 업계 관계자는 “아직 수능 성적도 발표되지 않았지만 대치동과 목동 등 교육 특구의 유명 컨설팅 업체의 정시 컨설팅 예약은 이미 가득 찼다”고 전했다.
기존에는 전형 방법이 다양하고 복잡한 수시 전형을 중심으로 컨설팅을 받는 학생들이 많았으나 지난해부터 정시 전형 컨설팅을 신청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입시 업계는 이러한 현상이 지난해 문·이과 통합 수능이 도입된 후 대입 불확실성이 높아진 탓으로 보고 있다. 통합 수능 도입으로 영역별 선택 과목에 따른 표준 점수 산정 방식이 복잡해지면서 표준 점수와 백분위 등을 예측하기가 어려워졌다.
특히 이러한 선택 과목 산정 방식이 이과 학생들이 고득점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하면서 이들이 인문·사회 계열 학과에 교차 지원하는 사례가 대거 발생했다. 올해 역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최근 발표된 종로학원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시에서 교차 지원을 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한 이과생은 전체 응답자의 59%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러한 수험생들의 불안 심리를 노리고 과도한 금액을 받는 ‘불법 고액 입시 컨설팅’이 성행한다는 점이다.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학원법)과 시행령 등에 따르면 각 지역 교육지원청은 교습비의 조정 기준을 정하고 이에 따라 조정을 명할 수 있다. 서울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의 경우 조정 기준액은 1분당 5000원으로 1시간 교습비로 30만 원까지만 받을 수 있다. 이를 초과하는 교습비를 받는 사실이 적발될 시 벌점이 부과되며 벌점이 누적될 경우 교습 정지나 등록 말소 처분을 받을 수 있지만 정시 컨설팅 가격은 강사나 진행 시간에 따라 1건당 60만~100만 원은 예사이고 많게는 500만 원도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 당국도 지속적으로 현장 점검에 나서고 있지만 단속이 쉽지 않다. 컨설팅의 경우 음성적으로 운영되는 무등록 학원에서 이뤄지는 사례도 많아 적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교습비를 과다하게 받는 등 불법 운영을 하는 학원에 대한 점검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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