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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 일침] 한파 속 건설노동자 ‘급성 요통’ 주의보

■ 우인 인천자생한방병원 병원장

추운 날씨에 장시간 야외근무 지속…부상에 취약

허리디스크 등 근골격계질환 발생 위험도 높아져

추나요법·약침 등 비수술적 치료로 회복할 수 있어

장시간 야외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허리디스크 등 근골격계 질환 발생 위험이 높다. 이미지투데이




# 건설 현장에서 철근 콘크리트 작업을 하는 이 모씨(56)는 겨울철을 맞아 내리기 시작한 눈이 야속하기만 하다. 영하의 날씨에는 콘크리트가 제대로 굳지 않아 작업 일정에 차질이 많다. 타설 이후 현장 곳곳에 불을 지피거나 온열기를 설치해야 하는 데다 밤새 눈이라도 내리면 꽁꽁 얼어붙은 눈을 긁어내고 치워야 한다. 날은 추운데 일거리는 늘어나니 허리가 뻐근하고 몸은 천근만근이다. 지난해에도 한파 속에 작업을 이어가다 갑작스레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가 도져 꼬박 한 달간 일을 쉬어야 했다. 이 씨는 점심시간 짬을 내 구매한 핫팩을 상의 허리춤에 붙이고 다시금 업무에 나선다.

전국적으로 동장군이 기세를 펼치고 있다. 코로나19부터 이어져 온 장기 경기 침체와 맞물리면서 올 겨울은 유독 쌀쌀하게 느껴지는 듯 하다. 이 와중에도 활황을 이어가는 산업이 있으니 바로 건설업이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건설 수주실적은 116조 7287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3.4% 증가했다. 지난해 수주액이 200조 원을 돌파하며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는 셈이다.

건설은 대표적인 인력집약적 산업이다. 현재까지도 자동화 공정으로 대체가 어려워 대부분의 공정을 인력에 의존해야 한다. 옥외산업으로 기후의 영향이 절대적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그만큼 겨울철에 건설 노동자들의 느끼는 업무 강도는 높아진다. 폭염 때 실외 작업을 중단하거나 단축 근무를 하는 것과 달리 한파에는 법제화된 보호규제가 없다. 가뜩이나 업무가 밀려 있는 탓에 건설 노동자들은 오늘도 야외에서 추위와 싸우며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이렇게 장시간 야외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근골격계 질환이 발생할 위험도 높아진다. 추위로 신경이 자극을 받아 혈관이 수축되면 근골격계로 향하는 혈류량이 줄어드는 탓이다. 근육과 인대가 경직돼 통증을 일으키고 조그만 충격에도 부상을 입기 쉬워진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신경 써야 하는 부위가 허리다. 건설 근로자의 업무 분야는 토목, 골조, 설비, 마감 등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어떤 직능을 맡고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허리를 숙이거나 구부정한 상태로 이어가는 작업 비중이 크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건설근로자 총 852명을 대상으로 근골격계 증상 호소율을 부위별로 조사한 결과, 허리가 23.8%로 가장 높은 응답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겨울철에는 건설 근로자 이 씨처럼 ‘급성 요통’을 호소하며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이 늘어난다. 특히 허리디스크, 척추관협착증 등 척추질환 환자들은 겨우내 심한 통증이 지속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평소 허리에 문제가 없었던 사람도 급격히 온도가 내려가는 날이면 통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작업에 임할 때 따뜻한 옷차림을 갖춰 입고, 몸풀기를 통해 근육과 인대의 긴장을 최소화 하는 것이 좋다.



한방에서는 효과적인 요통 치료를 위해 추나요법, 침, 약침 등 한방통합치료를 시행한다. 먼저 추나요법으로 경직된 근육과 인대를 충분히 신전시킨 후 틀어진 척추 균형을 바로 잡는다. 이후 신수혈, 협척혈 등 주요 혈자리에 침을 놓아 전신 이완 및 원활한 기혈 순환을 돕고 정제된 한약재 성분을 추출한 약침 치료를 병행하면 손상된 척추 주변 조직을 더 빠르게 회복시킬 수 있다.

통증 정도가 특히 심한 환자에게는 동작침법(MSAT)이 활용된다. 동작침법은 한의사가 통증 부위 혈자리에 침을 놓은 상태에서 환자의 능동·수동적 움직임을 유도해 통증을 경감시키는 응급 침술이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통증(PAIN)’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급성 디스크 환자들은 동작침법을 받은 후 30분 만에 요통이 4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진통제를 복용한 환자들의 통증 감소 폭은 8.7%에 그쳤다.

요통 환자들 중에는 침습적 치료를 고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척추질환 가운데 반드시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전체의 10% 미만이다. 대소변 장애, 심각한 근력저하, 마비 등의 증상을 제외하곤 비수술 치료가 가능하므로 우선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미국내과학회가 2017년 개정한 요통 치료 가이드라인에서도 침, 수기요법과 같은 보존치료를 우선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지난달 건설근로자공제회 발표에 따르면 건설 근로자의 평균 연령은 53.1세였다. 심각한 고령화가 이뤄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주요 척추질환들이 50대를 기점으로 환자가 큰 폭으로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는 만큼 건설 근로자들의 척추 건강 상태는 매우 취약하다고 평가된다. 건설 현장은 겨울이든 여름이든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종 안전사고 뿐만 아니라 각자 건강에도 관심을 쏟아 무탈한 연말을 보낼 수 있길 기원한다. / 우인 인천자생한방병원 병원장

우인 인천자생한방병원 병원장. 사진 제공=자생한방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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