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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늪'에 빠진 건설사…잠재 손실만 1조 넘었다

▶대형사 25곳 재무상태 긴급 점검

9월말 공사손실 충당부채 1.1조원 달해

원자재값·인건비 뛰고 공사 지연 겹쳐

1년새 32% 급증…"내년 위기 확산" 경고

5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의 모습. 성형주 기자




금리 상승과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건설 업계의 잠재 손실 규모가 1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불황과 고금리에 원자재 값 급등 및 인건비 상승, 공사 지연 등 건설사들의 원가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어 건설 업계는 상당 기간 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경제가 11일 도급 순위 상위 건설 업체 중 3분기 실적을 공시한 25개 기업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이들의 9월 말 기준 공사손실충당부채 총액이 1년 전보다 32.1% 증가한 1조 950억 원으로 집계됐다. 공사손실충당부채는 당초 추산한 것보다 공사 원가가 증가해 건설 사업이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되면 적자 규모만큼 손실로 처리한 것을 뜻한다. 따라서 공사손실충당부채가 클수록 건설사가 손해를 보면서 사업을 진행 중인 현장이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조사 대상 25개 건설사 중 18곳(72%)의 공사손실충당부채가 1년 전에 비해 증가한 가운데 도급 순위 1위인 삼성물산(028260)의 공사손실충당부채는 지난해 3분기 말 776억 원에서 올해 9월 말 1144억 원으로 47.4% 확대됐다. 도급 순위 5위인 GS건설(006360) 역시 같은 기간 관련 부채가 514억 원에서 1067억 원으로 두 배 불어났다. 롯데건설(166억 원→703억 원)과 금호건설(002990)(295억 원→434억 원), 계룡건설(013580)(20억 원→103억 원), 한신공영(004960)(265억 원→395억 원) 등도 공사손실충당부채가 1년 만에 급증했다.

건설 업계는 이자비용과 원자재 값, 인건비가 급등한 데다 경기 악화로 공사 기간은 늘면서 주요 건설사들의 공사손실충당부채가 치솟은 것으로 분석했다. 공사손실충당부채는 진행 중인 도급계약에서 예상되는 손실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4분기에도 물가와 금리 상승이 지속돼 대부분 건설사의 재무 여건은 더 악화됐을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은행이 10월 빅스텝(0.50%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지난달에도 추가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가운데 한국신용평가 등은 최근 국내 건설 업종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며 내년까지 경영 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사 영업 현금흐름 4.5조 뚝…빅5 건설사도 미래 손실 '눈덩이'


부동산 침체에 자체사업 지지부진…PF 대출·PF ABCP시장 위축도

대우건설(047040), 손실 충당부채 2000억 넘고…서희건설(035890) 최대 폭 증가

공사 미수금 늘어 재무 체력 약화…"상당수 건설사 '신용 위험' 커져"





서울경제가 11일 국내 도급 순위 40위권 건설 업체 중 올해 3분기 재무제표를 공시한 건설사 25곳을 분석한 결과 최근 자금난 우려가 제기된 롯데건설과 태영건설(009410)은 물론 삼성물산·GS건설·대우건설 등 대형사도 향후 추가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우려됐다. 건설사들은 부동산 시장이 급격한 침체에 빠져 자체 사업을 통한 현금 창출이 어려워져 올 3분기까지 1년 전보다 4조 5000억 원가량 영업 현금 흐름이 급감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과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시장 위축도 지속돼 내년까지 건설업의 신용 위기는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사 원가가 증가해 건설 사업이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돼 쌓은 건설사들의 공사손실충당부채(개별·별도 기준)는 올 9월 말 기준 1년 전보다 32.1% 증가한 1조 950억 원으로 조사됐다. 도급 순위 1위인 삼성물산(47.44%)은 물론 GS건설(107.4%)과 롯데건설(324.61%), HL D&I(014790)(533.77%) 등 건설 업체 전반에서 공사손실충당부채가 증가세를 보였다. 서희건설의 공사손실충당부채는 최근 1년간 1900만 원에서 118억 원으로 급증했으며 1월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 사고의 영향으로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의 관련 부채도 1년 만에 1085억 원이나 늘었다.

한 회계법인 임원은 “당연히 건설사들은 손실이 나는 계약을 하지는 않는다”면서 “다만 경기 등이 악화돼 손실이 예상되면 공사가 끝나기 전이라도 손실을 인식하는데 그것이 공사손실충당부채”라고 설명했다.

건설 업계는 인건비와 시멘트·레미콘·철근 등 원자재 값이 올 들어 크게 올라 예상하지 않은 손실이 늘었다고 분석한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공사 기간이 지연된 것 역시 주요 원인이다. 최근 발생한 화물연대 파업 등도 공사손실충당부채의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 증권사 임원은 “PF ABCP 등 단기자금 시장이 불안한 것도 직간접으로 공기 지연에 영향을 줘 공사손실충당부채 증가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의 터널에 들어서 건설 업체들이 공사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하는 등의 부실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건설사들은 공사 진행 상황에 따라 수익을 인식한 후 발주처에 대금을 청구하고 이후 현금을 회수하는 순서로 영업 활동에서 현금 흐름을 창출한다.

하지만 재건축조합이나 시행사 등 발주처에 대금을 청구하지 못한 미청구 공사가 급증하고 있다. 업계 2위인 현대건설(000720)의 미청구 공사는 지난해 9월 말 1조 9979억 원에서 올해 3분기 말 2조 4585억 원으로 1년 사이 23% 증가했고 대우건설(34.87%), 동부건설(005960)(89.43%)도 미청구 공사가 늘었다. 보통 미청구 공사는 미분양이 속출하는 등 주택 경기가 악화할 때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한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재건축의 경우 일반분양 계약금이 들어와야 시공사에 공사 대금을 결제한다”며 “미분양이 많이 발생하면 미청구 공사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현대와 롯데·대우건설 등 둔촌주공 컨소시엄 시공사들은 아직 재건축조합에 대금 청구를 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미청구 공사가 늘어난 것은 둔촌주공의 영향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공사 대금을 청구했지만 현금으로 회수하지 못한 ‘공사 미수금(매출 채권)’ 역시 늘고 있다. 삼성물산(27.78%)과 현대건설(80.56%), 현대엔지니어링(38.23%), 서희건설(102.15%) 등의 공사 미수금이 크게 증가했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대 교수는 “회사가 대금 청구까지 했는데도 들어오지 않는 돈이 늘었다는 것은 경영에 매우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건설 업체들의 영업 활동 현금 흐름은 크게 악화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사 대상 25개 건설사 중 삼성물산·코오롱글로벌(003070)·효성중공업(298040) 등 다른 주요 사업부가 있는 곳을 빼더라도 22개 건설사의 영업 활동 현금 흐름 합계는 올해 1~3분기 -1조 8033억 원으로 전년 동기(2조 7050억 원) 대비 적자로 돌아섰다.

건설 업계뿐 아니라 금융투자 업계도 건설업에 대한 내년 전망을 암울하게 보고 있다. 내년에도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해 부동산 시장 침체가 가속화하며 건설 업체들의 ‘재무 체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고 자금 조달 시장 경색 역시 지속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PF ABCP에 대한 정부 대책이 나왔지만 유동화증권 및 회사채 시장 정상화 시점을 가늠하기 어렵다”며 “일부 건설사는 내년 상반기부터 유동성 리스크나 신용 위험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미래에셋증권도 “미분양 아파트 증가와 주택 가격 하락으로 주택 사업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짚었다.

한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PF ABCP를 매입하는 등 건설 업계에 숨통을 트여주면서 미청구 공사나 공사 미수금에 대한 대손충당률이 아직 가시적으로 올라가지는 않았다”면서 “고금리와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하면 공사 채권에 대한 대손충당률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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