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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벼랑 끝에 몰린 에너지 안보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한전의 채권발행 한도를 확대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부결됐다. 적자에 허덕이는 한전은 자금줄이 마르고 마침내 유동성 확보가 발등의 불이 됐다. 여야가 다시 연내로 재처리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이 표류해 유동성 위기가 오게 되면 블랙아웃과 같은 파국으로 치 닫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이대로 적자가 누적되면 그 한도가 내년에 곧 소진되기 때문이다.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표방하고 온실가스 감축이 에너지 정책의 근간이 된 게 불과 한 해 전의 일이다. 그 사이에 국제 에너지 가격은 급등했다. 발전용 연료로 쓰는 천연가스의 가격은 아직도 엄청나게 높은 수준이다. 지정학적 변화 속에 공급망 위기와 함께 에너지 대란이 온 것이다.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가까운 시일 내에 안정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가 탄소중립에서 에너지 안보로 급선회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탈원전과 에너지 전환의 후유증이 심각하다. 지난 정부는 다수의 원전과 석탄발전소의 문을 닫았고, 신규 건설을 지연시켰으며, 준공 후에도 가동허가를 내주지 않는 일들을 거듭해왔다. 원전과 석탄과 같은 기저전원들을 악마화했다. 이들이야 말로 24시간 쉬지 않고 발전할 수 있는 저비용 주력전원인데 말이다.



문재인 정부 이전에 만든 전력계획과 비교해 보면 명확하다. 2015년의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보면 2022년쯤 보유할 것으로 예정된 기저전원은 71.6GW 이었다. 그러나 에너지 전환을 추진한 결과 실제 지금 우리가 가진 기저전원은 60.6GW에 불과하다. 말하자면 11GW의 기저전원이 부족해지는 결과가 되었다. 기저발전이 담당해야 할 전기를 비싼 천연가스로 생산할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천연가스 가격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하늘로 치솟았다. 유래 없는 에너지 위기를 맞아 우리는 가장 취약한 전원믹스를 갖고 파고를 넘어야 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에너지 안보를 가벼이 여기다가 치명적인 역습을 당한 것이다.

올해 한전의 적자가 30조원을 넘는다. 내년에도 국제 에너지 시장의 상황으로 볼 때 천연가스 가격이 내릴 것 같지 않다. 그렇다고 갑자기 기저전원을 늘리는 방법도 없다. 적자의 누적이 심각할 뿐 아니라 쉬 그치지도 않는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우리만 어려운 게 아니다. 전 세계는 모두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전력과 가스요금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국민의 반발로 엄두도 내지 못할 것 같은 수준까지 올렸고 처절한 수요관리에 나서고 있다. 에너지를 전적으로 수입하는 우리는 탈원전의 뒷감당까지 떠맡아야 한다. 채권한도를 증액하는 법안이 통과하더라도 이는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일시적인 변통에 지나지 않는다.

적자가 나는데 채권을 발행하면서 빚을 쌓는 일은 옳지 않다. 미래 사람들의 비용으로 돌려버리는 무책임한 일이다. 더구나 전기를 많이 쓰고 낭비하는 사람들은 이득을 보고, 에너지를 아끼고 환경을 보호하려는 사람들은 손해 보는 구조이다. 그래서 공정하지도 않다.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사람들은 반응하게 마련이다. 방만하게 쓰는 에너지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효율을 개선하려 한다. 에너지 위기는 잘만 하면 에너지를 적게 쓰는 사회로 진화하는 계기가 된다. 이른바 환경 친화적인 생활과 문화가 자리 잡게 위기를 낭비하지 말라. 전기요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 다른 대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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