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과 반려견의 삽화가 담긴 달력 판매 프로젝트 펀딩이 화제를 모았다. 후원자는 12일 오전 10시 30분 기준 3176명이 모였고, 모금액도 목표 금액(200만 원)을 훌쩍 뛰어넘은 8750만원(약 43배)이 모였다. 그런데 당초 이 프로젝트 내용에 포함됐던 유기견 보호단체 기부계획은 ‘기부금 모금’ 목적으로는 후원금을 받을 수 없다는 해당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규정 때문에 삭제됐다.
‘프로젝트 다다(이하 다다)’는 지난 8일 크라우드 펀딩 온라인 플랫폼 ‘텀블벅’에서 문 전 대통령과 반려견의 삽화를 담은 2023 탁상달력 ‘당신과 함께라면’ 펀딩을 시작했다. 다다는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씨가 대표로 있는 출판사로, 유기견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받은 풍산개 곰이와 송강 2마리를 정부에 반환한 이후 진행된 유기견 지원 펀딩이라 논란이 있었다. 다다 역시 펀딩 소개 글에 “이 프로젝트는 (문 전 대통령이) 반려동물을 보내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는 중에 진심이 호도되는 것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으로 시작됐다”고 밝히면서 유기견 단체 기부 계획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기부와 관련된 일부 문구는 펀딩 시작 하루만인 지난 9일 삭제됐다. 대신 “펀딩 첫날 기재한 기부계획은 텀블벅 규정 위반(기부금 모음이나 홍보 목적일 경우)으로 삭제 조치됐음을 알린다”라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텀블벅 심사 기준에 따르면 “다른 곳에 후원금을 기부하기 위한 목적으로 모금하는 프로젝트는 개설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와디즈 등 다른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서는 기부 목적 펀딩이 가능하지만, 텀블벅은 “텀블벅의 기본 취지는 창조적인 시도를 위해 자금을 모으는 것”이라고 기준을 밝히고 있다.
아울러 텀블벅 서비스 이용약관 제19조(창작자의 의무와 책임) 4항엔 “창작자는 수령한 기금액을 프로젝트 창작의 목적 달성 및 발송을 위한 경비로만 사용해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거나 게시한 내용과 다르게 이행하는 경우 후원자로부터 법적 청구를 받을 수 있다”고 돼 있어 향후 후원금이 임의로 기부금으로 사용될 경우 논란이 예상된다.
한편 국민의힘은 ‘파양’이라는 표현을 쓰며 “또 다시 생명을 이용해 정치적 메시지를 보내다니 냉혹하다”고 비판했다.
신주호 국민의힘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소중한 생명 풍산개 두 마리를 직접 파양해 유기견을 만들었던 장본인인 문 전 대통령이 ‘유기견 돕기’를 위해 반려견과 찍은 사진을 이용하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본인이 키우던 반려견을 사실상 파양, 유기해놓고 어떻게 유기견의 상처를 어루만지겠다는 것인지 진심으로 궁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반려견을 방치하고 버린 문 전 대통령이 유기견 보호라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지적하며 “유기견 보호의 최우선 과제는 유기견을 만들지 않는 것. 최우선 과제를 지키지 않은 문 전 대통령은 ‘유기견 보호’에 나설 자격이 없다”고 일갈했다.
같은 당 박수영 의원은 “키우던 풍산개는 버리면서 유기견을 돕는 캘린더나 만들어 파는 모순덩어리”라고 했고, 권성동 의원도 “지금 유기견 달력이나 찍어댈 때가 아니다. 풍산개 파양한 사람이 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고 했다.
반면 문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이 프로젝트에 “좋은 소식이다. 후원 동참이 그분을 지키는 데 일조하는 거라 믿는다” “좋은 취지에 동참할 수 있어 영광이다” “좋은 취지가 정쟁으로 더럽혀지는 게 너무나 마음 아프다”며 응원 댓글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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