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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 Gerrit Storm “네덜란드 등 유럽은 독창적 R&D·혁신 기술사업화 생태계 구축”

◆게릿 스톰 싱가포르국립대 의대·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트벤터대 교수

네덜란드 나노의학 연구 성과 싱가포르 병원에서 임상

유럽, 연구 논문 그치지 않고 산학협력 촉진 적극 나서

모험적 기업가정신 발휘…사회·기업에 도움 되게 유도

"韓, 유럽과 R&D·인재 교류 부족…글로벌 마인드 필요"

게릿 스톰 싱가포르국립대 의대 교수가 12일 성균관대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혁신적인 연구개발(R&D)과 기술사업화 생태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네덜란드 사람들은 매우 모험적인 기업가정신을 갖고 있습니다. 연구개발(R&D) 생태계도 기초과학은 물론 약학과 같은 응용 분야에서도 독창성과 창의성을 강조하지요. 정부는 대학과 기업이 협력할 때 혁신이 일어나도록 촉진하고요. 독일 등 다른 유럽에서도 대체로 그렇지만요.”

네덜란드 출신인 게릿 스톰 싱가포르국립대 의대 교수(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트벤터대 교수)는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2022 한·아시아과학기술학술대회(AKC)’를 계기로 싱가포르와 서울에서 기자와 수차례 인터뷰를 갖고 “대학 등의 연구 결과가 논문에만 그쳐서는 안 되고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기술사업화를 꾀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스톰 교수는 “네덜란드와 싱가포르에 있는 3곳의 연구실에 다양한 나라의 학생과 연구원이 있는데 유감스럽게도 아직 한국 출신은 없다”며 “약학과 나노 의학 등의 분야에서 한국의 국제 연구개발(R&D) 협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리더십과 대학 경영진이 과학기술 혁신과 국제 협력을 촉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먼저 교수님의 연구 활동을 간략히 소개해달라.

△류머티즘 관절염, 염증성 장 질환, 눈 염증을 포함한 암과 만성 염증을 치료하기 위한 나노 의약품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연구실에서 과학적 발견을 한 뒤 병원에서 시험한다. 현재 싱가포르국립대 의대에서 풀타임으로 근무하며 연구실을 운영한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와 트벤터대에도 각각 연구실을 가동하고 있다. 양국에 6개월씩 머문다. 오랫동안 싱가포르 연구자들과 나노 의학 분야에서 협력했다. 싱가포르는 혁신 아이디어를 대학 병원에서 실험하기 위한 여건이 좋고 임상 의사들과 일하기도 편하다.

-앞으로의 연구 계획은.

△세계적으로 중요한 문제인 알코올성지방간염(NASH)을 치료하기 위한 지질나노입자(LNP)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미 동물 모델에서 유망한 데이터를 확보했다. NASH 발병률이 높은 싱가포르와 한국 같은 나라에서 도움이 되는 치료법이 나오기를 희망한다. 마우스 모델에서 동맥경화증을 멈추는 데 유용한 항염증성 지질을 위한 리포솜 운반체도 개발하고 있다. 동맥경화증 환자, 2차 심장마비나 뇌졸중 위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유럽과 아시아에서 동시에 R&D를 하면 시너지 효과가 있는가.

△효과가 크다. 네덜란드에서 주로 리포솜, LNP, 고분자 나노 입자, 미세 유체공학 등을 연구해 나노 의학 기술을 개발한 뒤 싱가포르에서 임상을 한다. 싱가포르는 심혈관 질환, 만성 염증성 질환, 자가면역질환, 암과 면역학 등의 분야에서 우수한 전임상(동물실험) 능력을 갖고 있다. 물론 병원의 임상 여건도 좋다. 인재 교류 효과도 있다.

-교수님은 논문도 많이 썼지만 기술사업화에도 관심을 많이 기울였다고 들었다.

△연구하면서 항상 논문을 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느꼈다. 실제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과학자로서 호기심뿐 아니라 환자를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은 열망이 컸다.

-연구 과정에서 여러 번 스핀오프(분사)하지 않았나.

△대규모 나노 의학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네덜란드 정부와 기업에서 5000만 유로(약 7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지원 받았다. 이 과정에서 나노 의약품 스타트업을 스핀오프해 최대주주로 활동하거나 외부 기업에 기술이전도 활발히 했다. 이 중 엔셀라두스제약BV는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약물 개발사로 인도 제약사인 ‘선파마’와 함께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를 위한 인체 임상 시험을 추진 중이다. 현재 네덜란드의 암 면역요법 응용 분야에서 리포솜 RNA 보조제를 상용화하기 위한 새로운 스핀오프 회사도 시작했다.



-네덜란드에서는 교수 창업이 활발하다고 들었다.

△그렇다. 하지만 교수가 창업하더라도 회사 임원이 될 수는 없다. 최대주주로서 기술을 지원하는데, 비전을 갖고 연구실에서 실험할 때와 실제 상용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격차를 해소하는 데 중점을 둔다. 교수는 정부나 기업에서 연구 지원금을 받을 때 개인의 직접적 이익은 없다. 고정 급여와 특허 로열티 수입을 얻을 뿐이다. 물론 임팩트 있는 연구가 성공하면 학문적·사회적 인정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더 많은 논문과 특허 작성, 기술사업화를 위한 촉매 역할을 하게 된다. 네덜란드의 혁신 생태계를 실제로 이끄는 것은 훌륭한 연구팀을 구성하려는 교수 등 연구자들의 탐구 정신이다. 호기심을 갖고 모험 정신을 발휘하는 것이다.

-네덜란드 대학의 R&D와 기술사업화 생태계가 궁금하다.



△학계는 과학 지식을 창출하는 데는 매우 능숙하지만 연구 성과를 사회에 잘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정부는 연구실의 과학기술을 사회적 이익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그러한 연구를 장려한다. 이를 위해 공공·민간 파트너십에 자금을 더 많이 지원한다. 위트레흐트대와 델프트대 등 네덜란드의 대학에서 교수 등 연구자들은 논문 작성에 집중할 뿐 아니라 좋은 특허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한다.

게릿 스톰 싱가포르국립대 의대 교수가 12일 성균관대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혁신적인 연구개발(R&D)과 기술사업화 생태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원래 네덜란드 사람들에게 기업가정신이 있지 않나.

△일반적으로 그렇다. 네덜란드가 17세기 경제·과학기술·외교·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강대국으로서 두각을 나타낸 시기를 네덜란드인들은 ‘황금시대(Golden Age)’라고 부른다. 그만큼 자부심을 갖는다. 그런 역사를 볼 때 모험적인 기업가정신이 있다. 네덜란드의 R&D 생태계는 약학과 같은 응용 분야에서도 독창성과 창의성을 자연스럽게 강조한다. 정부가 과학자들에게 연구 자금을 지원할 때 창의적인 혁신을 촉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를 통해 대학과 기업 간 협력을 확대하는 데 도움을 준다.

-네덜란드에는 여러 혁신 클러스터가 있는데 대학·기업·정부가 어떻게 협력하는가.

△대학에서 기초과학 연구를 하는 데 기업이 파트너로 참여한다. 경우에 따라 기업 연구원이 대학 실험실에서 일한다. 학생과 기업 연구원을 위한 기업가정신 훈련도 한다. 이때 교수의 비전과 태도에 따라 프로젝트의 성패가 많이 좌우된다. 의료기기 분야에서 기업가정신이 강한 트벤터대를 비롯해 저마다 뚜렷한 전략을 가지고 있다. 나노 의학을 연구하는 제약 과학자라면 암 전문 의사와 협력해 연구를 실용적인 방향으로 발전시킨다. 요즘에는 학계, 병원, 기업 연구자들 간 교류가 더 쉽게 이뤄진다. 네덜란드에서는 학계가 병원과 기업에 손을 먼저 뻗는다.



-이런 가운데 대학에서 스핀오프도 많이 이뤄지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다. 네덜란드에는 대형 제약사는 아니지만 학계에서 배출된 광범위한 스핀오프 제약사들이 있다. 네덜란드에는 매우 강한 창조 정신이 있다. 네덜란드는 분사를 통해 제약 혁신을 촉진하는 데 매우 능숙하다. 다만 임상 실험을 장려하기 위한 지원이 더 이뤄져야 한다.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이유는 무엇인가.

△성균관대의 TNRC(Translational Nanobioscience Research Center)와 본격적인 협력에 나서기 위해서다. 이 센터는 미국인인 조슈아 잭맨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가 주도하는데 유럽·미국의 유수 대학과 국제 산학 협력 프로젝트를 추구하고 있다. 이번에 한국에서 첨단 나노 바이오 연구를 할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성대 연구원들과 우선 나노 의학 면역 안전성과 리포솜 기술에 관한 공동 연구를 할 예정이다. 이 연구 주제는 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과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교수님의 연구실에 어느 나라 학생과 연구원이 많나. 한국 출신도 있나.

△네덜란드 외에 중국·인도네시아·포르투갈·스페인·이란·인도·이집트 등에서 온 학생과 연구자가 있다. 대부분 자국 정부나 유럽위원회 등에서 장학금을 받고 왔다. 다만 아직 한국 학생과 연구원은 오지 않았다.



-한국 과학기술계가 유럽과의 협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 제가 연구하는 약학과 나노 의학 분야만 보면 어떤 한국 파트너도 국제 컨소시엄이나 제가 몸담고 있는 위트레흐트대와의 전략적 협력에 참여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한국은 R&D 기반이 좋아 중장기적으로 국제 협력 파트너십을 구축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유럽은 네덜란드뿐 아니라 인근의 독일도 매우 강력한 R&D 혁신 파워를 갖고 있다. 유럽의 어느 한 나라와 협력하면 다른 나라와 협력하기가 용이한 측면도 있다. 이번에 처음 한국을 방문했는데 ‘외국인의 관점에서 생각해줬으면’ 하고 느꼈다. 한국에 오기 전 온라인으로 서류를 작성하는데 한국어로 된 양식이 e메일로 왔다. 한국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호텔 직원과 의사소통을 할 때도 애로가 많았다. 한국이 글로벌 마인드를 좀 더 가지면 엄청난 잠재력을 더욱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He is…

1956년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위트레흐트대에서 생물학을 공부하고 약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LNP의 1세대 격인 암 치료를 위한 리포솜 연구를 수행해왔다. 미국 캘리포니아 베이 지역의 리포솜테크놀로지에서 근무했고 UC샌프란시스코에서 학생을 가르쳤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약학과 교수를 하면서 덴마크 코펜하겐대 명예교수와 네덜란드 트벤터대 교수 등으로 활동해왔다. 현재 싱가포르국립대 의대 교수로서 생물약제학, 나노 규모의 표적 약물 전달과 이미징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그동안 이 분야에서 60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다. 여러 나노 의약품을 개발해 임상 시험을 하고 있고 여러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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