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달 기권표를 던졌던 우크라이나 크림 지역 인권결의안에 최종 찬성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15일(현지 시간) 유엔총회 본회의에서 실시된 크림 지역 인권상황 관련 결의안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졌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16일 인권 문제를 다루는 유엔총회 3위원회에 같은 결의안이 상정됐을 당시에는 기권한 바 있다.
정부가 같은 결의안에 대해 3위원회와 본회의에서 각각 다른 표를 던지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앞서 정부는 2006년 ‘인권침해 및 자결권 행사 저해 수단으로서의 용병 사용’ 결의에 대해 3위원회에서는 기권했다가 본회의에서 반대로 선회하는 등 입장을 바꾼 전례가 있다. 다만 매우 드문 경우로 전해졌다.
크림 지역 인권결의안은 러시아가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림 지역의 인권 상황을 우려하는 내용으로, 우크라이나가 주요 제안국이다. 이날 본회의 표결에서는 찬성 82개국·반대 14개국·기권 80개국으로 채택됐으며 앞선 3위원회 표결에서는 찬성 78개국·반대 14개국·기권 79개국으로 통과됐다. 당시 정부는 이 결의안이 ‘크림과 우크라이나 여타 영토의 병합은 불법이며 즉각 복원해야 한다’는 등 인권 결의 관행에서 벗어나는 정치·군사적 내용을 다수 담고 있어 기권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권 직후 윤석열 정부의 이른바 ‘글로벌 중추국가 구상(GPS)’, ‘가치외교’ 기조가 일관성 없이 흔들린다는 논란이 제기되자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보편적 가치와 인권을 존중하는 윤석열 정부의 입장을 좀 더 선명히 드러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우리 정부의 보편적 가치에 대한 존중이라는 기본적인 정책 기조에 대해 언론과 국민들에게 많은 오해와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면 우리가 지키려던 것보다 오히려 잃는 게 더 많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또 “러시아가 한겨울에 들어가며 우크라이나의 인프라 시설을 대대적으로 공격하고 혹한을 무기 삼아 민간인에게 고통을 야기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이 전쟁에 반대한다는 우리의 입장을 좀 더 명확히, 광범위하게 나타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국제사회, 특히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는 유사입장국들과의 조율을 조금 더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면서 “표결 결과를 놓고 보니 유사입장국과 동떨어져 있는 상황을 수정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것이 재검토 요인이 됐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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