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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양곡법 개정안, 또 다른 포퓰리즘

◆한석호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

쌀값 하락 막으려면 수급균형 중요

소비 늘리거나 공급량 줄여야 하는데

정부 수매는 가격상승만 초래할뿐

학계·농업계와 충분한 재논의 필요





정부가 해마다 쌀 수요를 초과한 물량에 대해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해결하기 위한 개정인지 원점부터 다시 고민해야 한다.

먼저 개정안은 무엇을 해결하기 위한 것인지 살펴보자.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배경은 쌀값 하락이 주요 원인이다. 이러한 쌀값 하락은 초과 공급에 따른 수급 불균형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정책은 소비를 늘리거나 초과 공급량, 즉 쌀 재배 면적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이 수립돼야 할 것이다. 현재 야당이 주장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해마다 초과 공급량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수매해 시장격리를 하는 것이다. 정부 수매에 따른 수확기의 일시적 가격 상승으로 재배면적 감소 폭이 둔화하는 결과를 초래해 현재보다 수급불균형은 더 악화할 것이다. 또한 시장 원리와 상관없이 정부가 초과 물량을 수매하기 때문에 타 작물을 재배하던 농가들도 쌀로 품목을 이전할 요인을 제공한다. 특히 개정안에는 시장격리로 창고에 쌓아둔 쌀을 어떻게 해결한 것인지에 대한 이행 방안도 마련하지 않았다. 해마다 시장 격리물량이 넘쳐나 창고에 쌓여갈 것이고 2년 넘게 저장한 쌀은 밀가루 가격 수준 이하로 가치가 떨어진다. 저장 창고에 쌓여 2~3년 이후 매입가의 10% 내외로 재판매하고 저장 비용은 누적돼 정부 재정만 탕진된다. 과거 통계에 따르면 10만 톤당 수매와 저장비는 2000억 원이 소요된다.



다음으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살펴보자. 이번 개정안으로 소비자는 더 비싼 쌀값을 지급하게 돼 가계에 부담이 되고 소비는 더욱 감소할 것이며 쌀을 가공하는 미곡종합처리장(RPC)은 매년 역계절진폭(수확기 이후 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으로 적자가 누적돼 파산까지 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개정안이 시행되면 재배 면적 감소 폭이 둔화해 쌀이 2030년까지 연평균 43만 2000톤 초과 생산돼 2027년 1조 1872억 원, 2030년 1조 4659억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 재정은 쌀 수매만으로 수십조 원의 재정을 탕진하게 된다. 또 산지 쌀값은 2030년 80㎏에 17만 2709원으로 예상돼 올해(18만 7000만 원)보다 낮은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농가의 기대와 달리 중장기적으로 농가에도 손해가 된다.

이번 개정안은 시장원리에 역행하는 정책 실패로 우리에게 기억될 것이며 국가 재정만 탕진하는 초급 수준의 정책으로 평가될 것이다. 일방적으로 법부터 통과시키는 개정안 처리 과정은 국민에게 설득력이 없다. 생산자와 소비자, 관련 업계, 정부 재정 등 모든 면에서 이득이 될 수 없는 이번 개정안은 여야의 정쟁이 될 수 없고 국가 재정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것인 만큼 재고돼야 한다.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 개정안은 내년 수확기부터나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은 시간 정부, 학계, 쌀 산업 관련 업계의 충분한 재논의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쌀값 하락의 근본적 원인은 수요를 넘는 공급 물량에 있다. 타 작물로 전환할 경우 쌀 소득과의 차이를 재정에서 보전하는 등 쌀 재배 면적을 줄이는 정책 방안과 소비를 확대하는 방안 등 다양한 수급 정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농업 단체에서도 이제부터는 정부만 바라보지 말고 자구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한 가지 방법으로 정부와 농민 단체가 매칭펀드로 자조금을 마련해 농가 스스로 수급 조절에 나설 때 소득 증대와 대외 경쟁력이 있는 건전한 쌀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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