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학생들의 문해력을 강화하기 위해 초등학교 저학년의 국어시간이 연간 34시간 늘어나고 고등학생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위한 과목이 신설된다. 또 디지털 역량을 함양하기 위해 정보 수업시간이 지금보다 2배 늘어난다. 중·고교생이 배우는 역사·한국사 과목에 ‘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가 병기된다.
교육부는 2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2 개정 교육과정’을 확정·발표했다. 이번 교육과정은 2017년생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2024년부터 초등 1~2학년, 현재 중학교 1학년 학생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2025년부터 중·고교에 순차 적용된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번 개정 교육과정은 시안과 행정예고안에 대해 국민 의견을 폭넓게 수용하고 국가교육위원회 수정·의결을 거쳐 확정했다”면서 “학생들이 미래 사회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창의력을 자기 주도적으로 기를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학교급별 주요 개정 사항으로는 초등학교의 경우 기초 문해력 강화를 위해 국어 시수가 기존 448시간에서 482시간으로 34시간 늘어난다. 중학교는 1학년 자유학기 편성 영역과 운영 시간을 기존 4개 영역 170시간에서 2개 영역 102시간으로 축소하고, 학교 스포츠클럽 활동의 의무편성시간도 3년간 총 136시간에서 102시간으로 줄여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어려움을 해소했다. 고등학교는 고교학점제 도입에 대비해 과목의 기본 학점을 4학점(체육·예술·교양은 3학점)으로 조정하고 증감범위도 ±1로 개선해 학생이 진로에 적합한 과목을 이수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교과별로는 국어의 경우 초등학교 저학년의 수업시수 증배와 함께 초·중학교에서 ‘매체’ 영역을, 고등학교에서 ‘문학과 영상’ ‘매체 의사소통’ 등의 선택 과목을 신설해 미디어 리터리시 교육을 강화한다. 아울러 고등학교에서 ‘주제 탐구 독서’, ‘독서 토론과 글쓰기’ 등 독서·작문 연계활동을 강화해 비판적 사고 역량과 서술·논술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했다.
수학은 초·중학교에서 교과 영역을 ‘수와 연산’, ‘도형과 측정’ 등 4개 영역으로 통합해 학교급 간 연계를 강화하고 고등학교는 ‘실용 통계’와 ‘직무 수학' 등 다양한 선택과목을 신설해 진로와 적성에 따라 선택해서 배울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고1이 주로 배우는 공통과목에 '행렬과 연산' 단원이 부활했다. 일부 학계와 교육계에서 인공지능(AI) 이해를 위해 행렬 과목을 필수적으로 배워야 한다고 주장을 반영했다. 행렬은 2000년대 중반까지 고교 수학 교육과정에 포함됐다가 학습 부담으로 '수학포기자(수포자)'를 양산한다는 비판 때문에 2009 개정 교육과정부터 제외됐었다.
영어는 현재의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와 같은 기능별 영역 분류 방식에서 탈피해 ‘이해’와 ‘표현’으로 단순화하고 실생활 중심의 의사소통 역량 교육을 강화했다. 특히 고등학교에서 학생의 진로를 고려해 ‘직무 영어’와 ‘영어 발표와 토론’ 등 진로 선택 과목과 ‘실생활 영어 회화’와 ‘미디어 영어’ 등 융합 선택 과목을 신설했다.
사회의 경우 고등학교에서 ‘정치와 법’을 ‘정치’와 ‘법과 사회’로 분리하고, ‘세계시민과 지리’, ‘도시와 미래탐구’, ‘금융과 경제생활’, ‘기후변화와 지속가능한 세계’ 등의 선택과목을 신설했다. 과학도 고등학교에서 과학적 역량 함양을 위해 일반선택(4종), 진로 선택(8종), 융합 선택(3종), 과학 계열 선택 과목(9종) 등 다양한 과목을 개설했다. 정보교육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첨단 디지털 혁신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초등학교 실과는 기존 17시간에서 34시간으로, 중학교 정보수업은 기존 34시간에서 68시간 이상으로 확대했다.
특수교육은 학생의 장애 특성과 교육적 요구를 고려해 현행 교과(군)별 30% 범위에서 가능한 시수 증감 범위를 교과(군)별, 창의적 체험활동, 일상생활 활동 간 50% 범위에서 가능하도록 했다. 또 현행 교육과정 대비 성취기준 수를 약 20% 줄이고, 실생활 중심 교육내용 구성으로 학습량과 수준을 적정화해 장애 정도가 심한 학생의 학습 부담을 덜어준다.
한편 쟁점이 됐던 역사·한국사 교과서의 ‘자유민주주의’ 용어는 ‘민주주의’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용어와 함께 사용한다. 초등·중학교의 사회 교육과정의 경제 관련 서술에 ‘자유경쟁’이라는 용어도 들어갔다. 학교 통합사회 교과에서 '성평등'이라는 용어는 '성에 대한 편견'으로, '성소수자'를 '성별 등으로 차별받는 소수자'로 바바뀌었다. 보건 과목의 ‘성·생식 건강과 권리’가 ‘성 건강 및 권리’로 수정되고, '섹슈얼리티' 용어도 삭제됐다.
이 밖에 근대사에 비해 전근대사 비중이 적다는 역사 관련 학회의 요구를 반영해 고대·고려·조선 등 3개의 성취기준이 추가돼 당초 6개이던 전근대사 성취기준은 9개로 늘어났다. 학교급별로 자율시간 최대 확보 시간이 서로 다르다는 현장 의견을 반영해 ‘최대 확보 시간(68시간)’을 삭제하고, 학교급별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학기별 1주의 수업 시간 만큼 확보·운영하도록 했다.
교육부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연내 고시하고 새 교육과정 적용에 따른 고교 현장의 변화 등을 고려한 대입제도 마련을 위한 의견 수렴에 나설 계획이다. 올해 중학교 1학년이 치르는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은 2024년 2월까지 확정·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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