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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돈 주고도 못 구해요"…'귀하신 몸' 된 종이 달력

디지털 전환 이어 ESG경영 가속

해다마 수요 줄어 제작량 급감

인기 많은 은행달력은 품귀현상

중고거래 사이트선 활발히 거래

시민들이 19일 서울의 한 대형 서점에서 내년 달력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울산시가 태화강국가정원의 풍경을 담아 제작한 내년 달력. 사진 제공=울산시


“30년 동안 이용한 은행에 내년도 달력을 달라고 하니 올해는 물량이 없고 다른 사람들 눈이 있어서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손님이 없는 다음날 오전 일찍 은행에 가서 벽걸이 달력 대신 책상 달력 하나 얻어왔어요.”

경기 수원시에 거주하는 자영업자 박모(59) 씨는 최근 평생을 이용한 단골 은행을 찾았다가 섭섭한 기분으로 돌아왔다. 작년까지만 해도 가계부도 받고 달력도 5개 얻었는데 올해는 겨우 책상용 달력만 받을 수 있었다. 박 씨는 “사무실 직원들이 이 귀한 걸 어떻게 구했느냐고 물어서 오히려 황당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확산으로 종이 달력 공급량이 줄면서 시중에서 달력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되고 있다. 특히 벽에 걸어두면 돈이 들어온다는 속설로 인기가 높은 은행 달력이 품절 현상을 겪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의 올해 달력 제작 부수는 505만부로 작년 509만부보다 4만부가량 줄었다.

은행 외에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적은 지방에서는 달력 구하기가 더욱 어렵다. 대전시 동구 인쇄거리에서 인쇄업체를 운영하는 김모(53) 씨는 “지역 기업들이 경영난을 이유로 홍보용 달력 제작을 줄이면서 인쇄업체 상당수가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며 “달력이 귀하다 보니 주변에서 달력 좀 구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남권 최대 경제단체인 광주상공회의소도 달력 발행을 예년에 비해 절반가량 으로 축소했다. 주요 회원사의 달력 수요가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광주은행도 환경보호 등을 이유로 매년 달력 발행량을 축소하고 있다. 필요 이상으로 달력을 제작했다가 폐기하는 것보다는 애초에 소량만 제작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전국 신협과 새마을금고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예전 같으면 은행 지점을 찾는 고객마다 달력을 제공했지만 이제는 우수 고객 위주로 최소한의 달력만 지급하고 있다. 인기가 높은 은행 달력이 급감하자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웃돈까지 붙어서 거래되고 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종이 달력에 대한 수요가 급감한 것도 달력 생산이 줄어든 이유 중 하나다. 울산에 사는 이모(32) 씨는 “집에 못을 박는 것이 싫어 벽걸이용 달력을 사용하지 않은 지 오래됐다”며 “일정은 휴대폰에 메모하고 집에는 인터넷에서 맞춤형으로 주문한 스티커 달력을 벽에 붙여 두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기업과 기관이 종이 달력을 줄여나가고 있지만 오히려 달력 보급을 늘리는 곳도 있다. 1년 동안 회사를 홍보할 수 있는 수단으로 달력 만한 것이 없어서다. 대구 지역의 한 건설사 관계자는 “매년 탁상용 달력을 제작해 협력사와 거래처에 배포하고 있는데 고객들의 반응이 좋다”며 “매년 만드는 달력이 최고의 홍보대사 역할을 하고 있어 내년에는 물량을 조금 더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해 달력을 제작하는 지자체도 나오고 있다. 울산시는 최근 태화강국가정원의 풍경을 담은 새해 달력을 제작해 배포하기 시작했다. 달력에는 은하수길, 십리대숲, 십리대밭교, 물억새 등 지역의 12개 풍경을 월별로 실었다. 울산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해 관광지 홍보 행사를 개최하면서 달력도 함께 배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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