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자력발전 가동이 줄줄이 뒤로 밀리면서 올해 한국전력의 적자가 7조 원 더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만약 준공이 지연되거나 조기 폐쇄된 5기 원전이 당초 계획대로 올해 가동됐다면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크게 줄여 한전 적자도 7조 원 절감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고유가 등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올해 30조 원이 넘는 적자를 내며 심각한 경영 위기를 맞은 한전으로서는 탈원전 청구서로 만신창이가 됐음이 다시 한 번 입증된 셈이다.
26일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실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탈원전 정책으로 가동이 지연되거나 조기 폐쇄된 신한울 1·2호기, 새울 3·4호기(신고리 5·6호기), 월성 1호기 등 원전 5기가 제대로 가동됐다면 한전은 올해 12월 1일까지 6조 9701억 원을 아낄 수 있었다. 원전 5기가 생산하지 못한 전력량은 387억㎾h(킬로와트시)인데 이를 원전으로 만들었다면 2조 395억 원을 한수원에 정산하면 됐지만 이들 원전이 가동되지 못해 9조 96억 원을 비싼 LNG 발전사에 지불했기 때문이다. 올해 원전의 정산단가가 ㎾h당 52원 70전에 불과한 반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LNG 정산단가는 232원 80전으로 치솟았다. 전력 업계의 한 임원은 “원전이 제때 돌아가기만 했어도 한전 적자가 7조 원 줄어들 수 있었다는 의미”라며 “탈원전 청구서치고는 가혹하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한전 적자를 31조 원가량으로 예상한다. 한전은 이를 한전채 발행으로 막고 있지만 내년 4월 한도가 차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눈앞에 닥쳤다. 설상가상으로 사채 발행 한도를 확대하는 한전법 개정안마저 이달 초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여야는 부랴부랴 법안을 재상정해 28일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정부는 올해보다 대폭 인상한 내년도 전기요금을 이번 주에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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