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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EU·日 '규제 4종세트' 융단폭격…연초부터 '韓수출 그로기'

■글로벌 규제에 수출 직격탄

美·EU '더블 IRA' 자국산업 보호

韓 전기차·배터리 경쟁력 흔들려

EU 탄소세 철강·유화업계 사정권

에너지효율 강화에 가전업계 울상

日, 반도체 공장 설비 5.8조 투자

"개별기업 대응 한계…정부 나서야"


새해부터 수출 제조업에 몰아치는 ‘규제 쓰나미’는 개별 기업 단위에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과거의 위기와 양상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주력 수출 산업의 대표 기업들이 국제 경쟁력을 갖춘 것과는 별개로 이미 주요 국가들이 자국 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규제를 설계하거나 지원책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엄청난 연구개발비를 쏟아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거나 원가 절감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도 자국 산업을 보호할 목적으로 내놓는 규제 하나에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는 통상 환경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대표적이다. 미국을 포함한 북미 시장은 현대차그룹 전체 매출의 21%를 차지한다. 단일 시장으로는 최대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공장을 신설하는 등 오랜 기간 북미 시장에 공을 들여왔다. 하지만 현대차·기아는 내년 IRA 발효를 앞두고 벌써부터 미국 전기차 수출이 급감하고 있다. 올 상반기 내내 테슬라에 이어 전기차 판매 2위를 차지했던 현대차는 하반기에 2위 자리를 포드에 내줬다.

최근 미국 재무부는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었던 IRA의 ‘핵심 광물 및 배터리 부품 조건’에 대한 세부 지침 공지를 내년 3월로 연기했다. 그러면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북미 최종 조립’ 규정은 그대로 유지했다. 자국 기업을 보호할 의도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IRA 하위 규정이 완화돼도 최종 조립 규정이 완화되지 않으면 현대차·기아는 당분간 최대 7500달러(약 1000만 원)에 달하는 세액공제 혜택을 못 받게 된다. 재무부가 하위 규정 시행을 내년 3월로 연기하면서 테슬라와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내년부터 14개 모델별로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신규로 받는 것과 대비된다.

자동차 업계는 유럽연합(EU)의 핵심원자재법(CRMA) 입법 예고에도 긴장하고 있다. 구체적인 법안은 내년 1분기에 공개될 예정인데 국내에서는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혜택을 주는 미국의 IRA와 유사하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초고화질 TV를 비롯한 우리 가전제품의 수출도 내년 초부터 적용되는 유럽의 친환경 규제에 비상이 걸렸다. 전자 업계에 따르면 EU 27개 회원국은 내년 3월 1일부터 강화된 TV 에너지효율 기준을 적용한다. 당초 4K TV에만 적용되는 에너지효율 기준을 화소 수가 4배나 많은 8K TV와 마이크로발광다이오드(LED) TV에도 확대 적용하는 조치다. 이에 따라 에너지효율지수(EEI) 0.9 이하를 충족하지 못한 TV는 첨단 초고화질 제품이라도 해당 국가에서 판매할 수 없다.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의 8K TV, 마이크로LED TV 전체 제품군은 EU가 제시한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내년 TV 수출에 당장 타격이 예상된다.



EU가 일종의 ‘탄소국경세’를 부과하는 움직임을 구체화하면서 국내 철강 업계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EU는 13일(현지 시간) 탄소국경조정제(CBAM)를 도입하기로 잠정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르면 2026년부터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철강 등 수입 공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전망이다.

CBAM 적용 대상 품목은 철강·알루미늄·비료·시멘트·전력·수소 등으로 결정됐다. EU는 내년 10월부터 시작되는 전환 기간에 플라스틱·유기화학품을 대상 품목에 추가할지도 결정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생산 공정 특성상 탄소 배출이 불가피한 국내 철강 회사들이 CBAM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 것으로 분석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대EU 수출 규모는 철강 43억 달러(약 5조 4500억 원)로 알루미늄(5억 달러), 시멘트(140만 달러), 비료(480만 달러) 등에 비해 훨씬 크다. 여기에 플라스틱까지 포함될 경우 피해가 국내 화학 업계로까지 번질 수 있다. 지난해 기준 EU에 대한 한국의 플라스틱과 유기화학품 수출은 각각 50억 달러, 18억 달러 수준이었다.

글로벌 패권 다툼을 벌이는 반도체 업계는 세계 각국이 반도체를 대표 국가안보 산업으로 지정해 무역 장벽을 쌓으면서 고전이 예상된다. 중국은 반도체 기업의 공정 수준에 따라 법인소득세를 최대 100%까지 감면하고 있다. 중국은 나아가 자국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내년부터 5년간 1조 위안(약 187조 원) 규모의 지원금을 쏟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도 반도체 공장 설비투자 비용의 40% 이상을 보조금 형식으로 지급하고 있다. 6000억 엔(약 5조 8000억 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지원 기금도 조성할 방침이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유럽은 CBAM이 관세가 아니라고 하지만 관세가 분명히 맞다”면서 “한국의 산업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예단할 수 없지만 피해가 심할 경우 수출을 아예 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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