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발칸반도의 ‘화약고’라 불리는 세르비아와 코소보 간 국경 지대에서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던 중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재차 개입하며 무력 충돌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28일(현지 시간) 코소보 북부 지역을 방문해 코소보 내 세르비아계 시민들을 만나 대화한 뒤 29일 오전부터 도로 위 불법 바리케이드를 철거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미국과 EU 측으로부터 바리케이드를 설치한 세르비아계 시민들을 기소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세르비아계 주민들의 트럭, 농기계 등으로 봉쇄돼 있던 코소보 북부 도시의 주요 도로가 19일 만에 비워질 예정이다.
부치치 대통령이 세르비아계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시위 중단을 촉구한 것은 미국과 EU가 도발과 위협 자제를 거듭 요구한데 따른 조치로 분석된다. 이날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수석부대변인과 나빌라 마스랄리 EU 외교·안보정책 담당 대변인 명의의 공동 성명을 내고 "우리는 코소보 북부 지역의 계속되는 긴장 상황에 대해 우려한다"며 "무조건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즉각적인 조처를 하고 도발과 위협을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코소보와 세르비아 양국 정상과 협력해 긴장 완화 합의를 찾겠다고 말하고 "우린 평화적 시위로 인해 체포·기소되는 코소보 내 세르비아계 시민의 명단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코소보 지도부 보장을 환영한다"고 약속했다. "법치는 존중돼야 하며, 어떤 형태의 폭력도 용납될 수 없고, 용인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도 이어졌다.
한때 세르비아의 영토였다가 분리독립을 선언한 코소보의 전체 인구 가운데 6%는 세르비아계 주민들이다. 이들은 북부 지역에서 사실상 자치권을 행사하며 꾸준히 코소보 행정부와 갈등을 빚어왔다. 특히 올해 7월 코소보 정부가 자국 내에서 세르비아 정부가 발급한 차량 번호판 사용을 금지한 것을 계기로 세르비아계 주민들이 항의 시위에 나섰다가 미국과 EU의 중재로 갈등이 임시봉합되기도 했다.
하지만 번호판 사용 금지 조처에 항의해 집단 사퇴에 참여했던 전직 세르비아계 경찰관이 체포된 것을 계기로 그의 이송을 막기 위해 이달 10일부터 도로 통제 시위가 벌어지며 재차 전운이 감돌았다. 특히 세르비아는 코소보가 바리케이드를 강제 철거할 경우 유혈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며 세르비아계 주민 보호를 명분으로 25일 육군참모총장을 국경지대에 파견한 데 이어 최고등급의 전투 준비 태세에 돌입하는 등 군사적 위협을 가했다.
로이터는 이번 바리케이드 해제 조치에 대해 “세르비아가 미국과 EU의 긴장 완화 요구에 굴복했다”며 조만간 양국 사이의 긴장이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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