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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 노조' 탈피한 ‘젊은 노조’…현실 제도의 벽 넘어 ‘태풍’ 되나

[기성노조에 반기든 MZ]

정치 투쟁보다 공정한 보상 원해

노조재정·총파업에도 소신 발언

1사 1교섭 원칙에 활동 힘들지만

이달 연대체 출범…공동대응 모색

고용부가 지난해 9월 22일 서울 중구 정동 1928 아트센터 컨퍼런스룸에서 MZ세대 노조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고 있다. 사진 제공=고용부




“노조 회계 투명성은 당연히 강화돼야 합니다. (조합비는) 직원들의 임금 일부입니다.”

송시영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위원장은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노조 재정 투명성 제고 대책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노조 재정 투명화는 노사 자치권을 훼손한다며 노동계가 반대하는 사안이다.



송 위원장은 매월 조합비 지출 내역을 노조 인터넷 카페에 공개하고 있다. 그는 노동계의 반대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조 간부이면서 동시에 ‘할 말은 한다’는 MZ세대다. 송 위원장이 이끄는 올바른노조는 지난해 12월 서울교통공사의 총파업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노동계의 주목을 받았다. 교통공사 파업은 민주노총 소속인 제 1노조가 주했고 올바른노조는 민주노총 소속이 아닌 출범 3년 차 제3노조다.

송 위원장은 민주노총 소속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해 “노조(화물연대)가 보여준 방식은 ‘우리 노조가 아니면 다 배신자고 없어져야 한다’는 식으로까지 느껴졌다”며 “불필요한 폭력 시위를 고치면 노조에 대한 국민 인식도 긍정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MZ 세대 노조 등장은 2021년부터 이어진 노동계의 뜨거운 감자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가 내건 ‘공정과 상식’을 먼저 외친 게 MZ세대 노조다. 하지만 이들은 본인들의 의지만으로는 거대 노조 지형과 제도의 벽을 넘지 못한다며 정부의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MZ 세대 노조 시대의 분수령은 2021년 2월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노조’의 등장이다. 같은 해 붐처럼 주요 대기업과 공공 부문으로 설립이 이어졌다. MZ 노조의 등장은 기성 노조에 대한 한계로 압축된다. MZ 세대가 근로자의 주축이 되면서 발생한 필연적인 현상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동안 제조 현장 근로자가 주축이 된 노조 틀 안에서 사무직은 임금을 중심으로 상대적 박탈감이 컸기 때문이다. MZ 노조는 기성 노조가 보여준 정례 파업, 정치적 투쟁보다 실리적인 노조 활동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대부분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양분한 거대 상급 노조에 속하지 않은 독립 노조를 만든 배경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제조업 위기와 사무직/MZ세대 노조의 등장’이라는 보고서에서 “성과급 결정 과정에 대한 공정성과 사 측이 근거를 설명하지 않은 상황에 대해 불만이 강하다”며 “공정성 추구는 정치적 잣대와 무관하게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가치로 인식한다”고 MZ 노조 등장의 배경과 특징을 설명했다.

MZ 세대 노조는 노조 운영이 어렵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된 이유는 소수 노조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는 노동법제다. 2011년 복수 노조가 허용되면서 교섭 창구 단일화가 함께 도입됐다. 교섭 창구 단일화는 1사 1교섭 원칙을 만들었다. MZ 세대 노조처럼 뒤늦게 조직되고 조합원 수가 적은 소수 노조는 사용자(사 측)과 임금 및 단체 협상을 할 수 없다. 노조는 임단협을 못하면 사실상 영향력이 없다. 지난해 9월 고용부가 주최한 MZ 세대 노조 간담회에 참석한 한 노조 위원장은 “설립된 지 1년 6개월이나 됐는데 회사는 우리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30번 넘게 대표에게 공문을 보냈지만 한 번도 회신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MZ세대 노조들은 나름의 해법을 찾고 있다. 10여 곳의 노조들은 연대체를 구성해 이달 출범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처럼 상급 노조 가입 없이 기성 노조와 다른 방식의 노조 운영을 펴겠다는 각오다. 유준환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노조 위원장은 “기존 노조가 있는데 새 노조가 등장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며 “현 제도 안에서는 신생 노조가 이유를 해결하지 못하고 사라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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