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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본 선임기자의 청론직설] “퍼펙트스톰 속 경제 붕괴 우려…대한민국 생존에 정치 리스크 가장 커”

◆이필상 전 고려대 총장(서울대 특임교수) ?

시간 지난다고 해결될 위기 아냐…경제 침몰 위험까지

대통령실 등 與, 제대로 된 진단·처방 없이 구호만 나열

큰 선거 없는 올해 개혁 매진해야 총선 표 받을 수 있어

野, 文정부 실책 반성하고 현정부보다 나은 대안 제시를

고려대 총장을 지낸 이필상 서울대 특임교수가 9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퍼펙트스톰 속 경제 붕괴 우려가 있다”며 “대한민국 생존과 미래 성장 동력 확충을 위해 대통령실과 여야가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초대형 복합 위기가 겹쳐 경제가 구조적으로 붕괴 위험에 노출돼 침몰하는 것 아닌가 하는 위기감이 듭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개혁하겠다고 구호만 내걸지 제대로 된 진단과 처방 없이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어요.”

고려대 총장을 지낸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과 특임교수는 9일 서울 종로 서울경제 본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윤석열 정부 집권 2년 차가 됐는데도 어떻게 경제를 살리고 안보를 지킬지 밑그림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집권 세력이 전(前) 정부나 여소야대(與小野大) 탓만 해서는 답이 없으므로 윤석열 대통령이 현장에 자주 나가 경제 문제점을 진단하고 처방을 찾아 국민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이 교수는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 위기) 속에서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해 여야가 협력해야 하는데 정치 리스크가 가장 크다”면서 여야 정치권 모두의 각성을 촉구했다. 이 교수는 “집권 세력은 정치·선거 논리의 틀을 넘어 나라를 바꾸겠다는 생각을 해야 하는데 국민을 편 가르는 등 한계를 노출한다”며 “야당도 전 정부의 실정을 반성하고 국정에 협조할 것은 하고 대안을 내놓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고려대에 계시다가 서울대에서 강의한 지 10여 년째인데.

△학부생 대상으로 지금 화폐금융론과 주식채권파생상품론을 가르치는데 각각 160명, 250명이 수강할 정도로 나름 인기가 있고 보람도 있다.(웃음)

-그런데 대학의 변화와 혁신은 너무 더디다. 적절한 인센티브와 페널티가 적용되지 않는 문제가 있는데.

△교수들이 일단 테뉴어(65세 정년 보장)를 받으면 현실에 안주하는 경향이 있다. 교수 사회가 암투와 질시가 많고 총장도 정부나 이사회는 물론 구성원들의 눈치를 봐야 해 혁신이 참 어렵다.

-국가적 이슈에 관한 의견을 듣고 싶다. 1997년 말 시작된 외환 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에 비해 지금의 퍼펙트스톰 상황을 어떻게 보는가.

△외환 위기와 글로벌 금융 위기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였다고 한다면 이번은 경제 붕괴 우려가 있는 구조적 위기라고 볼 수 있다. 붕괴되면 경제 회생이 매우 어렵다. 더욱이 정치가 경제·안보 위기를 해결하지 못하고 혼란에 빠진 국가적 위기 상황이다. 이대로 경제성장이 멈춘 상태에 부채 급증, 고물가, 급격한 금리 인상, 공급망 리스크, 주력 산업 침체, 수출 부진, 안보 불안 등이 겹쳐 경제가 침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마저 든다. 가계·기업·정부 모두 부도나지 않으면 다행이다 싶을 정도다.

-위기감을 느끼고 결연한 의지를 갖고 대처해야 하는데 참으로 걱정이다.

△경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정부 여당이나 야당이나 국민이나 모두 안일한 것 같다. 막연하게 어떻게 되겠지 한다. 근본적인 개혁을 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해 나라를 바꿔야 한다. 특히 걱정되는 게 오히려 경제 위기를 키우는 정치 리스크다. 대한민국이 있어야 여야도 있는 것 아닌가. 정치권이 정쟁을 멈추고 나라 살리기에 힘을 모아야 한다. 외환 위기 당시를 거울 삼아서 경제 살리는 데 여야가 없어야 한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복원해 윈윈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위기 상황에 대해 진단과 처방을 잘 내리고 있다고 보는가.

△문재인 정부가 과거 5년 동안 경제를 망쳐놓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더 많아 정권이 바뀐 것 아닌가. 그렇지만 윤석열 정부도 경제를 살릴 것이라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뿐 아니라 진단과 처방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그저 규제를 풀고 역동적 시장경제를 만들어가겠다는 구호만 내걸고 있다.

-윤 대통령을 만날 기회가 있다면 어떤 조언을 하겠는가.

△윤 대통령이 대통령을 하겠다고 미리 준비한 사람이 아니지 않나. 직접 현장에 나가 경제가 어떻게 잘못됐는지 파악하라고 권하고 싶다. 참모들 보고만 듣지 말고 현장 사람들과 전문가들의 얘기를 듣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막연하게 ‘경제가 나쁘다, 전 정부가 정책을 잘못해 경제가 거꾸로 갔다’고만 해서는 안 된다. 윤 대통령은 정치적 빚이 없으니까 정치 논리를 벗어났으면 한다. 평생 몸담은 검찰이라는 틀에서도 나와야 한다.

-윤 대통령도 현장을 다니며 국민 속으로 파고든다고 생각할 듯한데.

△산업 현장으로 들어가 기업들의 문제가 무엇인지 보고 서민 경제 현장도 돌아보면서 정확한 실상을 보고 처방을 내려야 한다. 그저 현장 사람들을 들러리 세워 박수만 받거나 정치적 행사 위주로 접근하면 방해만 될 뿐이다. 오히려 안 가는 것만 못하다. 대통령의 용산 대통령실 도어스테핑도 쇼가 되며 몇 달 만에 중지했는데 진솔하게 발전시키는 게 필요하다.

-국회가 여소야대 구조여서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이 국민 속으로 들어가는 게 필요한데.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하면 야당의 반대를 넘을 수 있다. 그렇다고 야당 없이는 국정 운영이 안 되는 것도 현실이다. 여야 모두 상대방을 꺾기 위해 벌이는 편협한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당 태종 때 ‘위징’처럼 적절하게 바른 말을 하는 ‘양신(良臣)’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자리를 보전하느라 직무유기하는 것이다. 무책임한 충성파만 있고 고언하는 사람이 없다. 경제부총리 등 내각과 대통령실 보좌진이 제대로 진언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경제에 대해 잘 모르는데 직을 걸고 말해야 한다.

-그래도 현 정부가 노동·교육·연금·공공이라는 4대 구조 개혁, 규제 개혁, 시장경제 회복 등을 내세우지 않나.

△규제·노동·조세 개혁을 해야 한다. 그다음 금융·서비스 개혁도 필요하다. 연금·교육 개혁 역시 중요하다. 하지만 4대 구조 개혁이나 규제 개혁에 관해 역대 정부 중 말을 안 한 데가 있나. 구호 차원에서 개혁만 하겠다고 나열하는 느낌이다. 추상적으로 나열만 하지 말고 실질적인 청사진과 추진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경제 현장, 기업, 국민들에게 공감대를 얻기는커녕 이해도 제대로 못 시키는 것 아닌가. 시장 논리에 따른 전기·가스·교통 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 문제도 서비스 개선이나 낙하산 문제 해결 없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공공 부문을 개혁하려면 규제 없애고 정부 감축하고 성과도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

고려대 총장을 지낸 이필상 서울대 특임교수가 9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퍼펙트스톰 속 경제 붕괴 우려가 있다”며 “대한민국 생존과 미래 성장 동력 확충을 위해 대통령실과 여야가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골드만삭스가 2075년 한국의 경제 규모가 필리핀보다 뒤져 세계 15위권 밖으로 밀릴 것이라는 예측도 내놨는데.

△중소·벤처기업들을 도와주고 가계·기업·공공 부채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잠재성장률이 2%까지 떨어지고 계속 추락하는 추세인데 저출산·고령화까지 겹쳐 있다. 이제는 근본적으로 체질을 바꿔야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개발5개년계획이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보기술(IT)·벤처 활성화처럼 뭔가 큰 그림과 새로운 패러다임을 내놓아야 한다. 정치적인 미사여구만 내놓아서는 안 된다.

-이해관계가 난마처럼 얽히고설켜 개혁이 어렵지만 총선·지방선거가 없는 올해가 개혁의 골든타임 격인데.

△저항이 크므로 개혁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더욱이 여소야대 아닌가. 말로만 하지 말고 국민의 공감대를 끌어내야 한다. 윤 대통령이 정치·선거 논리의 틀을 넘어서 나라를 바꾸겠다고 생각하고 국민과 대화해야 한다. 그런데 집권 세력이 왜 자꾸 국민을 편 가르는지 모르겠다. 마침 올해는 큰 선거가 없다. 정치 논리에 얽매이지 말고 개혁에 매진했으면 한다. 그래야 결과적으로 내년 4월 총선과 3년 뒤 지방선거, 4년 뒤 대선에서 표도 많이 받을 수 있다.



-야당에 대해서도 할 말씀이 많을 텐데.

△정부가 반도체특별법·법인세법·부동산세법·추가연장근로제 관련 정책과 법안을 내놓으면 야당이 정쟁 수단으로 삼아 대처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느낌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과거에 대한 반성도 필요하다. 전 정부에서 좋은 개혁 정책이라고 생각해 추진했던 것이 여러 문제를 낳았다고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를 딛고 새로운 정책을 써서 경제를 일으켜 세우겠다고 해야 한다. 현 정부 정책보다 나은 대안을 내놓아야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

-전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탈원전 정책과 부동산 폭등 등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경제에 정치 논리가 개입됐다. 이제 야당은 정부 여당에 대해 반대하고 비판하면서 이를 자기 편 결집 수단으로 써서는 안 된다. 현 정부의 정책도 잘못됐지만 전 정부의 잘못도 적지 않다고 해야 한다. 큰 틀에서 국정에 협조할 것은 해야 한다. 경제는 보수와 진보가 없다. 경제 논리를 우선해야 한다. 정부 여당과 야당 모두 정치의 덫에 빠져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버티고 어떻게든 넘어가려고만 하지 말고 만약 정말로 나쁜 짓을 한 것이 있으면 잘못을 인정하고 후일을 기약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여야가 정면충돌하는 ‘치킨게임’으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데.

△할 수만 있으면 여야가 함께 참여하는 거국내각을 구성했으면 좋겠다. 맹목적 지지 세력을 등에 업고 반대 세력은 무조건 배제하려고 하니 국민 분열만 심화시킬 뿐이다. 지식인들도 진영 논리대로 움직여 볼썽사납다. 국민들도 정치에 신물이 나고 혐오스럽다고 하는 분이 많은데 그것도 걱정이다. 그럼 정치가 더 잘못된다.

◆He is…

1947년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나 제물포고와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2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로 부임해 경영대학장·경영대학원장 등을 거쳐 고려대 총장을 역임했다. 2012년부터 서울대 경제학부에서 학부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장, 함께하는시민행동 공동대표, 국세청 국세행정개혁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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