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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래진 밀로의 비너스…익숙한 명작에 '신성함'을 입히다

현대미술가 김홍식 '파란색 신작' 개인전

푸른색 옷의 성모 마리아 등

예로부터 신성함의 상징색

유명작품에 '포토에칭' 작업

MZ세대 취향·시선 담아내


파랑은 신성한 색이었다. 르네상스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암굴의 성모’를 비롯해 보티첼리와 라파엘로가 그린 성모 마리아는 공통적으로 푸른색 옷을 입고 등장한다. 파란색의 원료인 청금석이 중동 한복판 아프가니스탄에서 주로 생산됐기에 유럽에서는 유난히 구하기가 어려웠다. 그만큼 귀했고, 귀한 만큼 소중한 곳에 쓰였다. 파란색 옷으로 그 신성함을 끌어올린 배경이다.

현대미술가 김홍식은 이 푸른색을 눈여겨 보기 시작했다. ‘코로나 블루’가 계기였다. 여기서 ‘블루’는 우울함을 뜻한다. 느릿하고 슬픈 음악 장르인 ‘블루스(Blues)’도 우울한 ‘블루’에서 그 이름을 가져왔다. ‘퍼런 멍’ 등의 표현도 블루의 상심을 깊게 했다. 파랑이 꼭 그런 색이었던가. 용산구 더 트리니티 갤러리에서 2월 11일까지 열리는 개인전에 선보인 파란색 신작의 탄생 배경이다.

김홍식의 '플라뇌르 미트(Flaneur Meet)'. 지난해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선보인 우고 론디노네의 전시 장면을 촬영해 김홍식 특유의 '부식회화'로 제작했다. /사진제공=트리니티갤러리




코로나가 엔데믹(풍토화)으로 마무리 돼 국내외 여행이 가능해지고, 마침내 미술관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되면서 ‘블루’의 족쇄가 풀리기 시작했다. 김홍식은 유명 미술관과 박물관을 사진으로 담아 작업한다. 사진 이미지를 철판에 올려 부식시키는 포토 에칭 기법으로 옮긴 다음, 흑백 화면에 붓질로 색을 덧입혀 ‘부식회화’를 만든다. 샤를 보들레르가 도시문화를 산책하듯 탐색하는 근대인을 ‘플라뇌르(Flaneur)’라 칭한 것에서 제목을 빌려와, 미술관을 누비는 현대인을 독특한 시선으로 포착한다. 전작(前作)은 황금색이 주조를 이뤘는데 신작에선 파랑이 눈길을 끈다. 김홍식의 파랑은 루브르박물관에 놓인 ‘시모트라케의 니케’에, ‘밀로의 비너스’에 황금색과 함께 스며들었다.

작가는 프랑스 파리 여행길에 퐁피두센터를 다녀온 조카가 “파란색으로만 작업한 이브 클라인의 작품이 참 좋았다”고 한 말이 무척 반가웠다. 지난해 베니스비엔날레의 특별전에서 공중으로 띄운 푸른 인물상들로 주목받은 우고 론디노네, 과거의 역사에서 새로운 ‘변형’거리를 찾는 다니엘 아샴 등 요즘 젊은이들이 가장 열광하는 미술가들이 공통적으로 ‘푸른색’을 즐겨 사용한다는 점도 발견했다.



김홍식의 '플라뇌르 미트(Flaneur Meet)'는 루브르박물관에 전시중인 '시모트라케의 니케'를 푸르색으로 칠한 작품이다. /사진제공=트리니티갤러리


“사막을 건너 구해 온 르네상스의 파랑은 하늘의 고귀함을 담은 색이었고, 바다 건너에서 수입한 울트라마린블루는 한때 금보다도 더 비쌌습니다. 코로나 블루의 시대를 거쳐 새로운 소비세력으로 부상한 MZ세대의 미술품은 ‘관람’ 만이 아닌 ‘소유’와 ‘욕망’의 대상인데 그 한복판에 파랑이 있더라고요. 젊은 관람객들은 카메라 샷을 날리고 수집하고 소비하고 실어 나르면서 각자의 취향에 충실합니다. 이전 세대와는 다른, 그 너머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들을 발견했죠.”

익숙한 명작을 색다른 작품으로 만나니 반갑다. 진짜 소중한 것, 간절히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 생각하게 한다. 이 순간의 파랑은 침착하고 명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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