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문제 때문에 공장 자동화 안 할 생각은 1(하나)도 없습니다. 경쟁력을 높여서 일자리를 늘리는 방법을 택해야 합니다."
지난 9일(현지 시간) 미국 테네시주 LG전자 세탁기 공장에서 기자들과 간담회에서 만난 류재철 LG전자 생활가전(H&A)사업본부장(사장)은 스마트 공장 확대에 대한 신념을 강조했다.
LG전자는 창원 LG스마트파크와 테네시 세탁기 공장을 중심으로 공장 자동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테네시 공장의 경우 생산 공정의 63%를 자동화했고 올해 말까지 70%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공장 내에는 사람 대신 166대의 자동운반로봇(AGV)이 물건을 나르고, 까다롭고 위험한 조립·불량 검사 역시 다관절 로봇과 인공지능(AI) 시스템이 도맡을 만큼 로봇의 몫이 크다.
LG전자 사례처럼 제조 분야에서 스마트 공장·디지털 전환 바람이 불면서 산업계에서는 '로봇과 고용'이 화두로 떠올랐다. 로봇이 사람을 대체할수록 일감이 줄어들 것이라는 위기감과 로봇이 삶의 질을 높여줄 것이라는 주장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적 질문에 대해 류 사장은 기업이 자동화로 제조 경쟁력을 높인다면 기업이 질 좋은 고용을 늘려나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류 사장은 "미국 주 정부와 만나서 얘기해봐도 최대 관심사는 고용이고 미국에 LG전자 생산 기지를 끌어온 것도 고용 창출 때문"이라며 현지 정부의 일자리에 대한 관심으로 운을 뗐다.
그러면서 류 사장은 "자동화를 해야할 부분을 하지 않으면 결국 회사가 경쟁력을 잃어서 공장을 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며 "기본적으로 경쟁력을 갖추는 범위 내에서 고용을 늘리는 쪽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화로 제조 경쟁력을 높인 뒤 사업의 '판'을 키운다면 고용은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 사장은 "사업의 일부분만 보면 자동화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든 것처럼 보이더라도, 운영 효율화와 기술력을 인정받아 생산량이 더욱 늘어난다면 전체 인원은 더 많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테네시 공장의 경우 연 120만대 규모 통돌이·드럼 세탁기 공정 자동화에 속도를 내면서 고용이 수 십명 단위로 줄었다고 해도, 최근 연 60만대 규모의 건조기 라인을 추가 확보하면서 고용이 수 백명 단위로 확대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편 LG전자는 올해 불황 분위기 속에서도 스마트 팩토리 구축 작업은 고삐를 조이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3' LG전자 기자 간담회에서 조주완 CEO는 “올해 스마트팩토리 구축 관련 투자는 예년보다 늘어날 것”이라며 “제품 생산지를 변동할 가능성은 있으나 미래를 위한 투자는 계속될 것”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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