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 정상이 13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2시간여간의 회담 끝에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유럽 주요 국가들에 이어 미국을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번 순방에서 일본 재무장에 대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는 물론 국제사회의 승인도 얻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위협, 북한의 도발 속에서 국제질서가 급속히 재편되는 것으로 미국과 일본은 한국과의 3자 협력도 재차 강조했다.
日 반격 능력 확보 환영 ‘미일 관계의 현대화’
백악관은 미일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은 규칙 기반의 국제질서에 어긋나는 중국의 행동부터 북한의 도발까지 점증하는 도전에 직면했다”면서 “이러한 환경은 미국과 일본이 개별적이고 집단적인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공동성명은 또 일본의 국가안보전략 등 3대 안보문서 개정에 대해 ‘일본의 과감한 리더십’ ‘21세기를 위한 미일 관계 현대화’라고 극찬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두고 “두 정상이 중국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일본이 군사 강국으로 탈바꿈하는 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미국과 일본이 중국·러시아· 북한에 대한 대응 방안을 고심하던 시기에 양국의 파트너십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진단했다.
日, 美 토마호크 등 도입…바이든 전폭 지지
구체적으로 이번 회담의 최대 성과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동맹과 함께 중국 방어망을 구축하려는 미국의 새로운 안보구상과 일본의 안보전략이 정확히 맞물린 것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말 3대 안보문서 개정을 통해 적의 미사일 기지 등을 공격할 수 있는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5년 뒤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미 당국자는 CNN에 “일본과 변화를 추진 중이었으나 이렇게 빨리 극적으로 이뤄질 것으로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번 회담 중 반격 능력의 핵심인 미국산 순항미사일 토마호크 도입을 언급해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를 얻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현재 미국의 동맹국 가운데 토마호크를 보유한 나라는 영국이 유일하다.
주일 미군 내에 새로운 기능을 가진 해병대가 창설되는 것 역시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게 미국 내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번 회담에서 일본 오키나와에 배치된 미 12해병연대는 대함미사일 등을 갖춘 해병연안연대(MLR)로 재편된다. 대만에서 유사 사태가 발생했을 때 중국이 항공모함을 앞세워 난세이제도에 진입하는 상황을 대비한 것이다. 미 고위 당국자는 “이는 수년 내 이 지역에서의 미군 군사력 태세에 대한 가장 중요한 조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국과 일본은 경제안보 분야에서 협력을 공고히 하기로 했다.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반도체 등 핵심 및 신흥 기술의 보호와 촉진 등 경제안보, 우주협정, 최고 수준의 비확산 기준을 유지하면서 핵에너지에 대한 협력을 심화해 에너지안보 및 청정에너지 등에 대한 공동의 우위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등 핵심기술 보호…日 우주인 달탐사 협력
이와 관련해 미일 양국이 우주 분야에서 새로운 협약을 맺은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본부에서 ‘평화적 목적으로 달과 기타 천체를 포함한 우주의 탐사와 활용에 대한 협력 프레임워크’라는 협약을 체결했다.
일본 우주인의 달 탐사 프로젝트 등에 미국이 적극 협조하는 것으로 하야시 외무상은 “상당히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일본은 또 첨단 반도체 분야의 대중 수출 규제 방안도 물밑에서 조율했으나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인 결론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일본의 재무장이 주변국과의 외교적 갈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NYT는 “미국의 또 다른 동맹인 한국의 우려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군의 한 당국자도 “기시다 총리는 미국이 그리는 인태 전략의 큰 밑그림 속에서 안보 차원의 역할 비중을 높이려는 행보를 보인 것 같다”면서도 “이것이 한반도나 동북아 지역에서 안보 위협이 현실화할 때 일본 자위대의 역할 범위를 한층 확대하는 차원으로 추진될 경우 우리 국민감정이나 지정학적 이해관계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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