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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시 이후 출하시 벌금에 운송거부까지…법 위의 건설노조

■ 속속 드러나는 건설현장 불법

레미콘 차량 가동대수 제한에

1일 8시간 운송작업 준수 압박

근로자 초과근무까지 가로막아

月 2회 노조간부 활동비 요구도

10곳 중 4곳 보복 우려 신고 꺼려

국토부 "불법행위 여부 면밀 검토"

지난해 11월 30일 화물연대 파업 기간에 광주광역시 광산구의 한 레미콘 업체에서 생산 차질로 인해 레미콘 차량이 멈춰 서 있다. 연합뉴스






“조합원들의 수입 창출과 물량 나누기 차원에서 레미콘 차량의 가동 대수는 제조사별로 47대로 한정한다. 제조사별 증차는 협의 후 54대까지만 가능하다. 2021년 10월 1일부터 시행함.”(전국건설노동조합 건설산업연맹 A지역건설기계지부)

“1일 8시간 운송 작업을 원칙으로 하고 오후 5시시 이후 출하 시 벌금 50만 원을 노조 지부에 납부한다. (중략) 만약 귀사가 협조를 하지 않을 경우 귀사 현장을 대상으로 집회를 개최하고 운송 거부를 추진, 근로시간 단축 의무 불이행에 따른 민원을 제기하겠다.”(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 B지회)

윤석열 정부가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노조의 불법행위를 뿌리 뽑겠다고 선언한 후 전국 건설 현장에서 암묵적으로 용인되던 불법행위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16일 서울경제가 복수의 제보와 취재를 통해 확인한 결과 건설 노조가 조합원 일감 챙기기 차원을 넘어 레미콘 공장의 가동 시간을 쥐락펴락하는 등 경영 자율성을 훼손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앞서 언급한 A지역건설기계지부의 물량 나누기는 공정거래법에서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공동행위 가운데 시장 분할, 거래 제한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 본지가 입수한 공문의 송신자는 A지역건설기계지부, 수신자는 레미콘 제조사 대표다. 내용대로 노조가 기업을 압박했다면 과도한 경영 개입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B지회 역시 기업 활동에 깊숙하게 개입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본지가 입수한 또 다른 공문에서 B지회는 “구성원의 권익 보호와 사회적 위상 제고를 정립하기 위해”라면서 “오전 8시에 작업을 개시해 오후 5시에 마감하는 제도를 2021년 1월 1일부터 시행하며 (이를 위반해 레미콘을 출하하면) 지부에 벌금을 50만 원씩 납부하라”고 레미콘 제조사에 요구했다. 제조사에서 운송 종사자들에게 수당을 지급하고 초과근무를 하도록 하려 해도 노조가 이를 가로막고 있어 경영 활동에 제한을 가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노조의 불법행위가 이어져 왔다고 토로했다. 레미콘 제조사를 대변하는 C협회의 한 관계자는 “노조에서는 레미콘 산업 발전과 조합원 고충 처리를 위해 제조사별 조합원 규모에 따라 월 최대 60만 원까지 노조 복지기금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또 노조 간부 활동 지원비도 월 2회씩 제조사가 노조에 지급하라고 했다”고 털어놓았다.

다만 이에 대해 A지역건설기계지부 관계자는 “이해관계가 레미콘 제조사마다 각기 다르다. 오히려 차량 가동 대수에 대한 제한은 제조사들이 모인 협회 쪽에서 요구해 협조 차원에서 진행한 것”이라며 “몇 년 전 불법행위 제보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았지만 모두 무혐의로 종결됐다”고 답변했다. 또한 B지회는 8-5제 위반 시 벌금을 물리겠다는 공문 내용에 대해 “벌금을 물린 적이 없다. 하루 8시간을 철저히 지켜 달라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건설 노조 불법행위에 대한 점검을 총괄하고 있는 국토교통부는 법으로 정한 노조의 권리를 뛰어넘는 행위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 현장에서는 콘크리트믹서가 자재를 운반해오지 않으면 공사를 진행할 방법이 아예 없다”며 “노조 측에서는 8-5제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운송 차량이 짜놓은 판에 기업이 경영 자율성을 완전히 빼앗기는 상황인 만큼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를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도 건설사들은 노조의 보복이 두려워 신고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대한건설협회가 6일부터 3일간 진행한 ‘불법행위 신고 관련 실태 파악을 위한 긴급 설문조사(200개사 참여)’에 따르면 현 시점에서 불법행위가 발생할 시 신고하겠다는 응답이 60%(120개사), 신고하지 않겠다는 40%(80개사)를 차지했다. 신고를 꺼리는 업체들은 그 이유(복수 답변 가능)로 ‘회사 또는 현장 노출로 인해 노조의 보복 행위가 두려워서(41%)’라고 답변했다. ‘보복을 당하지 않는다는 확실한 보장이 있다면 신고하겠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설문에 참여한 85%의 업체가 ‘그렇다’고 답했다. 다만 ‘그렇지 않다’를 선택한 나머지 15%는 그 이유(복수 답변 가능)로 ‘건설 노조를 규제할 실효성 있는 법 규제 등이 없어 불법행위가 처벌될 것 같지 않다(95%)’를 꼽았다. 대한건설협회의 한 관계자는 “정부 기조가 바뀌며 신고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업체들이 고무적으로 늘었다”면서도 “다만 일부 업체들은 여전히 보복이나 제도에 따라 신고를 주저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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