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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높아지는 탄소장벽…한국형 온실가스 자가진단 플랫폼 시급

현동훈 한국공학대 탄소중립혁신센터장·지식기반기술에너지대학원 특임교수

현동훈 한국공학대 탄소중립혁신센터장·지식기반기술에너지대학원 특임교수가 한국형 온실가스 자가진단 플랫폼 구축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공학대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등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 위기) 속에 우리 수출 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유럽·미국에서 탄소국경세 등이 거론되는 등 수출 환경이 악화하고 있다. 유럽·미국은 온실가스 배출에 대해 깐깐한 규정을 앞세워 자국 내 제조를 강조하면서 수입 제품에 추가 관세 부과와 보조금 제외 등에 나서려는 움직임이다.

이에 따라 제조·판매·폐기에 걸친 모든 과정에서 탄소 배출 감축과 모니터링 여부에 따라 경쟁력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글로벌 흐름의 변화에 총체적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탄소중립위원회 등에서 재생에너지 보급, 원전 확대 등의 에너지 전환을 주로 다루는 게 단적인 예다.

대기업은 해결할 수 있다고 해도 중견·중소기업은 RE100(신재생에너지로 100% 충당)이나 2050년 탄소 중립 목표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애플 등 글로벌사 중 일부는 이미 협력사에 RE100과 스코프1(제조 과정 온실가스 직접 배출)·스코프2(간접 배출)는 물론 스코프3(기타 간접 배출) 정보까지 내놓으라고 한다. 이들에 수출하는 중견·중소기업들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스코프1은 제조 과정에서의 온실가스 직접 배출량이라 산정이 쉽다. 외부에서 공급받은 에너지로 배출되는 간접 온실가스 배출량인 스코프2도 에너지 인벤토리, 맵, 원격 에너지 사용 계측기를 갖춘 곳은 조금만 노력하면 산정할 수 있다.



문제는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이 어려운 스코프3다. 원자재, 물류 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도 산정해야 해 밸류체인상 모든 과정의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현동훈 한국공학대 탄소중립혁신센터장·지식기반기술에너지대학원 특임교수


한국공학대(옛 한국산업기술대) 탄소중립센터는 반월·시화 국가산업단지에 있는 70여 사의 제조·에너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에너지 인벤토리와 맵을 작성했다. 데이터 수집을 위한 원격 계측기도 설치했다. 전기에만 국한되던 에너지 데이터를 가스·열까지 확대해 스코프1·스코프2·스코프3의 기초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데이터를 가공한 후 인공지능(AI) 학습을 통해 에너지 효율 최적화, 에너지 다소비 설비 최적화 등도 꾀했다. 탄소 중립 자가진단 플랫폼 기반 기술의 길을 튼 것이다. 이를 통해 탄소 중립 정량 표시가 가능해지면 미국·유럽 등에 수출할 때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제는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와 대기업의 지원 확대와 중견·중소 제조사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한국형 탄소 중립 자가진단 플랫폼 완성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이는 중견·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의 수출 확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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