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전 정권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에게 사표를 강요해 직권을 남용했다는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한 검찰이 백운규 전 산업자원통상부 장관 등 국무위원 3명과 청와대 인사 참모 2명을 재판에 넘겼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서현욱 부장검사)는 19일 백 전 장관과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조현옥 전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 김봉준 전 청와대 인사비서관 등 5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블랙리스트 의혹이 제기된 지 약 4년 만이다.
그간 검찰은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일부 정부 부처 산하 기관장들이 문재인 정부 초기에 윗선의 압력을 받고 강압적으로 퇴출당했다는 의혹의 실체를 밝히고자 수사를 벌여왔다.
검찰에 따르면 백 전 장관과 조 전 수석은 2017년부터 이듬해까지 산업부 산하 11개 기관장에게 사직서를 강요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2017년 9월 서부·남동·중부·남부발전 등 발전 4사 기관장을 서울시내 호텔 등으로 한 명씩 불러낸 뒤 “이번 주까지 사직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들이 각 기관 내부 인사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정황도 포착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8년 한국지역난방공사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한국석유공사 등 공공기관 3곳의 임원으로 정치권 인사 5명을 내정한 뒤 공공기관 직원을 시켜 직무수행계획서를 대신 써주고 면접 예상 질문과 모범 답안을 알려줬다.
유 전 장관 역시 2017년 당시 과기정통부 차관과 주무 부서 본부장 등을 통해 임기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에게 사퇴를 압박한 혐의를 받는다. 임 전 원장은 이듬해 4월 임기를 2년 남기고 사직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직접 산하 공공기관장에게 사표를 종용한 것으로 파악했다. 조 전 장관은 2017년 7월 당시 임기를 약 1년 남긴 손광주 전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현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이 사직을 거부하자 직접 “조속히 사직해달라”고 요구해 사표를 제출하도록 만든 혐의를 받는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결과 부당한 사표 징구와 내정자 부당 지원 등 위법 사실이 확인돼 기소했다”며 “사건 관련자들의 지위와 역할 및 가담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차관은 기소 유예, 대통령 비서실 비서관, 행정관과 부처 실무자들은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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