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인 24일 우리나라에 엄청난 한파(寒波)가 몰아닥치는 등 최근 동북아 3국에 동장군이 엄습했다. 북미에서도 지난해 말부터 강력한 눈 폭풍이 몰아친 가운데 서부에서는 어마어마한 대홍수 사태가 났다. 엘레니 쿠날라키스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지난 4년간 가뭄을 겪었는데 이제는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폭풍우가 몰아쳤다”고 했다. 이로 인해 산사태, 침수와 범람,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미 서부는 지난해 여름에는 심한 폭염과 산불에 시달렸다.
이에 비해 유럽에서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평년보다 5~10도 이상 높아지는 이상고온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달 초 스위스 알프스는 북쪽 기온이 20도를 넘어 스키장이 문을 닫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등 유럽의 에너지난 우려가 한풀 꺾인 것은 다행이나 겨울철 이상고온은 심상치 않은 일이다. 기상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어느 계절이든 이상기후 현상을 볼 가능성이 커졌다”(제프 마스터스)는 등 여러 우려를 내놓는다. 영국 기상청은 올 여름에 지난해보다 더 심각한 폭염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은 지난해 여름에도 엄청난 폭우와 폭염으로 몸살을 앓았다.
그런데 이 모든 기상이변의 주요 원인으로 북극 냉기가 중위도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막는 방풍 역할을 하는 ‘제트기류’의 약화가 꼽힌다. 이로 인해 북극 5㎞ 상공에 머물던 영하 40도의 찬 공기(한반도 기준, 코어 위치인 블라디보스톡 북쪽은 영하 50도)가 몰려온 것이다.
미 국립기상청은 최근 서부 대폭우에 대해서도 기후변화를 원인으로 꼽으며 “태평양 적도 부근에서 형성돼 미국에 접근한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서부 시에라네바다산맥을 만나 상승하며 급격히 응결되는 현상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트기류가 약해지면 기류가 구불구불하게 흐르는데 중위도 지역으로 내려온 찬 공기 양옆의 고기압 영역은 오히려 따뜻해진다. 최근 서유럽의 이상 고온도 같은 맥락이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제트기류의 약화뿐 아니라 북서 아프리카의 난기류가 남서풍을 타고 유럽으로 유입됐다”며 “대서양의 바닷물 온도가 평년보다 2도가량 높아진 것도 유럽의 기온 상승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제트기류가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북극과 중위도 기온 차가 클수록 제트기류도 강해지는데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기온이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북극에서 태양열을 반사하던 빙하(해빙·바닷물이 얼어 만들어진 얼음)가 녹으면 태양열 흡수가 늘면서 기온이 상승하는 것이다. 카이 콘후버 미국 컬럼비아대 기후연구원은 “북극권 기온이 올라가면서 중위도와의 온도차가 줄어들고 지구의 대기가 제대로 섞이지 않아 이상기후를 촉발한다”고 우려했다. 해빙이 덮여 있으면 생기지 않았을 힘이 대기에 충격을 줘 거대한 고기압성 흐름이 형성되는 블로킹 현상도 이상기후를 부채질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국립설빙데이터센터(NSIDC)에 따르면 2010년대 여름의 해빙 면적이 1980년대 여름보다 약 40% 감소했다.
일부에서는 지구온난화가 제트기류를 약화시킨다는 증거를 찾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내놓지만 대체로 기후변화가 기상이변의 주범으로 꼽힌다.
한편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한반도를 뒤덮은 (초)미세먼지도 고비사막·내몽골 고원 등 발원지의 비가 줄면서 더 많이 생기는 추세로 중도에 중국의 미세먼지와 결합돼 더 독해지고 있다. 결국 이 또한 기후변화의 영향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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