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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MBK의 질주…넥스플렉스도 6000억 원에 인수 추진

메디트·오스템임플란트 등 경영권 확보

10조원 투자금 토대로 경쟁자 제쳐

넥스플렉스가 제조하는 연성동박적층필름. /사진 제공=넥스플렉스




동북아시아 1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스마트폰용 연성동박적층필름(FCCL) 생산 국내 1위 업체인 넥스플렉스 인수를 추진한다. 지난해 말 몸값 2조 4600억 원의 메디트와 최소 1조 원 이상의 거래가 될 오스템임플란트(048260)에 이어 3개 빅딜을 연속 추진하는 것이다. 경쟁자들의 투자가 위축된 사이 MBK는 10조 원의 실탄을 무기로 삼아 먼저 치고 나가는 형국이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넥스플렉스 지분 100%를 보유한 PEF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는 최근 MBK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MBK는 스카이레이크 측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넥스플렉스 인수를 위한 상세 실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추가 협상이 마무리되면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매각 대상은 넥스플렉스 지분 100%이며 예상 매각가는 6000억 원이다.

넥스플렉스는 지난해 스카이레이크가 케이알앤(KR&)파트너스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해 공개 매각을 추진했으나 최초 우선협상 대상자였던 사모펀드 JCGI의 자금 조달 실패로 매각이 무산됐으며 새로 우선협상 대상자가 된 웰투시인베스트먼트와 우리프라이빗에쿼티 컨소시엄 역시 공동 인수할 전략적투자자(SI)를 찾지 못하면서 포기했다. 이후 한때 7000억 원에 육박했던 넥스플렉스의 몸값이 6000억 원으로 하락한 사이 MBK가 전격 등판하며 최후의 승자가 됐다. 칼라일컨소시엄이 우선협상 대상자였던 메디트나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KCGI가 경영권을 노렸던 오스템임플란트의 최종 인수자 명단에도 MBK가 들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MBK는 최근 경영권 매각을 시도했다가 무산되며 가격이 떨어진 동시에 검증된 기업을 막대한 자금력과 빠른 실행력으로 사들이고 있다”며 “기업 구조조정 시기가 도래하면서 이들의 기회는 더욱 넓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빠른 실행력에 넉넉한 실탄…글로벌 사모펀드 제쳐


MBK파트너스가 시장 침체기에 저평가된 기업 인수에 성공하며 ‘불황에 사고 호황에 판다’는 사모펀드(PEF)의 투자 공식을 입증하고 있다. 국내외 PEF와 대기업 등 경쟁자들이 이 같은 이론을 알면서도 국내 상황에 어둡거나 보수적인 경영 기조, 자금 부족으로 실행하지 못하는 국면을 파고드는 셈이다. 창업자인 김병주 회장을 주축으로 한중일 파트너로 구성한 단순한 의사 결정 구조는 빠른 결단으로 이어졌고 8조 원의 5호 블라인드펀드(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은 대형 펀드)와 2조 원의 스페셜시츄에이션펀드(특수 상황을 위한 소수 지분 투자 펀드) 등 10조 원 이상 실탄이 넉넉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부터 두 달간 3건의 빅딜을 추진한 MBK파트너스는 올해 국내에서 가장 활발한 투자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이 같은 MBK의 행보는 이들보다 큰 덩치로 활발하게 아시아 투자에 나섰던 글로벌 PEF와 대비된다. 글로벌 PEF인 칼라일그룹은 GS그룹과 손잡고 MBK보다 먼저 메디트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 대상자가 됐음에도 글로벌 본사의 투자 의지가 약해지면서 인수를 포기했다. 지난해 10월 매출이 예상보다 낮아졌고 시장 전체 유동성이 위축되면서 의료 기기 거래 가격이 급격하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초반부터 인수를 추진했던 칼라일그룹을 비롯해 입찰에 참여했던 콜버그크래비츠로버츠(KKR), 블랙스톤 등 글로벌 PEF는 이 같은 돌발 변수에 투자를 접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PEF 입장에서는 한국이 중국이나 인도 등 다른 국가에 비해 주요하지 않았고 의사 결정권을 장악한 쪽은 중국이나 홍콩 출신이어서 작은 변수에도 국내 기업 투자에 부정적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MBK는 입찰 초반에는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같은 변수에 따른 피로감을 겪지 않았다. 반면 3조 원을 호가했던 가격이 저절로 2조 원대 중반으로 떨어지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탄탄한 기업이던 메디트는 이미 은행 등 금융기관이 메디트 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인 인수금융을 제공하겠다고 줄을 선 터라 자금 조달 부담이 적었다. 게다가 실제 인수 과정에서 창업자 지분 30%를 재투자하는 방안을 관철시키면서 MBK는 실질적인 지분 투자 금액을 1조 원 이하로 크게 낮췄다. 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는 인수 경쟁에서 지능적인 전략으로 힘을 덜 들이고도 최종 승자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평가했다.

넥스플렉스 역시 지난해 공개 매각을 시작했을 때는 텍사스퍼시픽그룹(TPG) 등 글로벌 PEF가 뛰어드는 각축장이었다. 가격도 7000억 원까지 오르면서 과열 양상을 띠었다. 결국 너무 높은 가격이 독이 되면서 TPG는 손을 놓았고 국내 PRF인 JCGI·웰투씨 컨소시엄이 줄줄이 자금 조달에 실패하며 소강상태로 잦아들었다.

기업 자체는 탄탄한 실적을 갖고 있었고 스카이레이크 역시 1년 이상 더 보유할 수 있지만 MBK가 적극적으로 인수 의지를 펴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같은 PEF인 스카이레이크 역시 넥스플렉스를 투자한 10호 블라인드펀드의 청산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구태여 투자 기간을 길게 가져갈 이유는 없었다. 뚜렷한 성장 계기가 없는데 투자 기간만 길어지면 연 환산 수익률만 떨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MBK는 초반보다 낮은 6000억 원대에 인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중국·일본에서 구조조정 기업 대출 채권 투자


MBK는 중국과 일본에서는 구조 조정 기업 채권 투자를 선점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중국 반도체 설계 기업인 칭화유니그룹에 800억 원의 대출 채권을 매입했으며 일본 자동차 부품사 마렐리의 1조 7000억 원 규모 부실 채권에 공동 투자했다. 칭화유니는 파산 절차에 내몰렸지만 중국 정부가 뒷받침하는 반도체 사업인 점을 고려했고 마렐리는 코로나19 여파로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오히려 싼 가격에 투자할 수 있는 적기라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김 회장은 투자자 연례 서한과 서울경제 인터뷰에서 “지난해부터 투자의 황금창이 열렸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특히 “올해는 글로벌 시장 상황이 더욱 악화됐지만 PEF는 경기 하락기에 기업 인수 혹은 투자할 기회를 더 갖게 되기 때문에 훨씬 더 투자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으로 MBK 입장에서는 8조 원 규모 블라인드펀드의 투자 속도를 높여야 올해 계획하는 6호 펀드 조성이 가능한 상황이다. 지난해 MBK는 카카오모빌리티와 메가스터디교육 인수를 추진했다가 무산되는 등 한동안 투자가 뜸했다.

업계 관계자는 “MBK는 과거에도 홈플러스 인수 등 대형 거래에서 후발 주자로 나서 성공한 바 있다”면서 “2005년 창업 이후 여러 번의 시장 침체기를 겪으면서 오히려 투자에는 적기라는 경험을 쌓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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