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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줄탁동시' 사라진 K바이오

이재명 바이오부 기자





“버티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국면이 전환될 때까지 어떻게든 최대한 버텨야 합니다.”

6년간 한국제약바이오협회를 이끌고 임기 만료로 떠나는 원희목 회장이 지난달 30일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바이오 벤처 업계에 남긴 당부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 복합 위기 탓에 이렇다 할 매출 없이 투자금만으로 연구개발(R&D)을 이어가는 바이오 벤처 기업들은 생존마저 힘든 위기에 처했다. 원 회장은 “국내 제약 주권을 위해서라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거듭 촉구하면서도 “결국 업계가 할 수 있는 일은 버티기”라고 전한 것이다.

올해 국내 바이오 업계에 대한 투자 현황은 절망적이다. 국내 벤처 투자를 주도했던 모태펀드 예산이 40% 급감하면서 벤처캐피털(VC) 업계의 투자도 쪼그라들었다. 금리가 치솟아 펀드 수익률 5~6%를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주요 VC들은 적어도 올 상반기까지는 신규 투자를 전면 중단할 것이라는 얘기도 전해진다. 이럴 때일수록 정책 자금이 물꼬를 터줘야 하지만 대통령 공약 사안이었던 ‘메가펀드’ 관련 예산은 날이 갈수록 깎이기만 한다.



기업공개(IPO)도 마찬가지다. 주식시장에 혼란을 일으킨 기업에 대한 퇴출은 요원하면서도 상장 문턱만 높아졌다. IPO를 통해 개발을 이어가려던 비상장사들은 자금난에 고사할 위기다. 업계에서 “흙탕물 속 미꾸라지 잡겠다고 락스를 풀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 설치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정부의 R&D 자금을 필요한 곳에 재분배하며 효율화해야 하는 중책이 주어졌는데도 말이다.

“병아리(신약 후보 물질)만 키울 게 아니라 닭(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길러서 알(재투자)을 낳게 해야 한다”는 원 회장의 말이 귀에 맴돈다. 그의 말대로 아직 닭을 본 적 없는 K바이오에는 정부의 사료값이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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