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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명품매장 1시간 대기 '보복소비' 뜨겁지만…車·가전 수요는 냉랭

■中 소비회복 완연

천안문광장 등 단체관광객들 북적

유명 식당은 대기번호 130번까지

리오프닝에 여행·외식 지갑 열지만

빈부 격차로 서민들은 한숨 '양극화'

주택·고가소비재 시장 여전히 부진

중국 베이징 중심의 상업지구 ‘첸먼다지에’에서 4일 노란 깃발을 든 가이드를 단체 관광객들이 뒤따르고 있다. 김광수특파원




“이쪽으로 오세요. 여기가 중국 명물 ‘베이징 덕(오리구이)’으로 유명한 취안쥐더입니다.”

춘제(음력 설) 연휴 이후 첫 주말인 4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 남쪽에 위치한 상업지구 ‘첸먼다지에’에 북적이는 인파 위로 단체 관광객을 안내하기 위해 가이드가 치켜든 깃발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20명 안팎으로 무리 지은 관광객 행렬은 유명 상점과 식당들을 소개하는 가이드의 말에 따라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불과 2주 전만 해도 상점의 절반이 문을 닫고 한산하다 못해 을씨년스러울 정도였던 거리는 이날 베이징 시민들은 물론 인근 도시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톈안먼을 지나 고궁(자금성)으로 들어가는 검색대에는 100m가량 길게 줄이 늘어섰고 톈안먼 광장도 사람들로 가득했다. 1월 초까지만 해도 당일 예약이 가능했던 고궁은 사흘 뒤에나 예약이 가능할 정도로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지난 3년간 중단됐던 국내 여행이 풀리면서 여행사의 가이드 투어도 살아나고 있다. 한 여행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일감이 없었는데 춘절 연휴부터 문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베이징 중심의 상업지구 ‘첸먼다지에’ 상점 일대가 4일 주말을 맞아 방문한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김광수 특파원


유명 식당들은 대기 손님들로 인해 입구부터 아수라장이었다. 이날 오후 4시께 첸먼다지에의 유명 오리구이 식당인 스지민푸에서 2인용 테이블 기준 대기 번호표를 보니 130팀이 자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표시가 찍혀 있었다. 일부 손님들은 대기표를 서로 먼저 받겠다고 서로 밀치며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첸먼다지에에 위치한 유명 식당 스지민푸에서 4일 오후 4시께 발급받은 번호표에 2인용 테이블 기준 대기 인원이 130팀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김광수특파원




평소 온라인으로 대기표를 나눠주는 식당 중에는 몰려든 손님 때문에 예약 접수가 중단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한 훠궈집은 “지금 번호표를 받은 사람들도 식사를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며 “오늘은 더 이상 번호표를 나눠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내 명품 매장에서는 코로나19로 3년간 억눌렸던 중국인들의 ‘보복 소비’가 한창이다. 베이징의 고급 백화점인 SKP에는 샤넬·루이비통 등의 명품 브랜드 매장에 입장하려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매장 직원은 “고객들이 늘어 평일에도 20분 정도, 주말에는 1시간 정도 기다려야 입장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대기 끝에 샤넬 매장에 들어서니 핸드백 여러 개를 계산하는 여성이 보였다. 모두 한 개에 한화로 1000만 원에 육박하는 상품들이다. 맞은편 루이비통 매장을 나서는 한 커플의 양쪽 손에도 쇼핑백 여러 개가 들려 있었다.

중국이 지난해 12월 7일 ‘제로 코로나’ 정책을 사실상 폐지하고 두 달여가 지난 지금, 코로나19 감염자가 정점을 찍고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중국인들의 지갑이 열리면서 내수발(發) 중국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0.8%포인트나 올린 5.2%로 조정했다. 베이징대 카오헤핑 이코노미스트도 올해 중국 성장률이 6~6.5%에 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베이징의 럭셔리 백화점인 SKP의 루이비통 매장에 3일 오후 매장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고객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김광수 특파원


다만 달아오르는 소비 회복 분위기와는 달리 경제지표는 아직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이달 1일 차이신이 발표한 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2로 6개월 연속 경기 수축 국면(50 이하)에 머물렀다.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1월 제조업 PMI(50.1)도 4개월 만에 간신히 기준선 50을 넘었지만 확장세는 강하지 않았다.

코로나19 기간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줄어든 중산층 이하 서민들의 사정도 아직 나아지지 않고 있다. 소득 수준에 따른 양극화가 뚜렷하다는 뜻이다. 여행이나 영화·의류·외식 등 여가 및 일상생활 분야의 소비는 회복세가 엿보이지만 주택이나 자동차·가전 등 고가 소비재 수요는 여전히 부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승용차시장정보협회(CPCA)에 따르면 1월 중국 승용차 판매량은 98만 5000대로 지난해 1월 대비 45% 급감했다. 취득세 감면, 신에너지차 보조금 등 지원책이 지난해 말 종료된 탓이다. 지난달 중국 100대 부동산 개발 업체의 주택 판매 역시 전년 동기 대비 32.5%나 감소했다.

중국 당국은 소비를 본격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을 총동원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2023년을 ‘소비 진작의 해’로 정하고 소비 촉진 활동을 펼칠 방침이다. 전기차 등의 신차 소비 확대와 중고차 유통 확대, 노후 차 교체 장려 등의 조치도 이어질 예정이다. 정저우·톈진·샤먼 등 30개 도시는 최근 생애 첫 주택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하했으며 20여 개 도시는 금리를 3%대로 낮춰 적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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