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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2023년의 올바른 통화정책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통화당국, 초기 미온적 금리인상

금융경색 대응 못해 인플레 촉발

경기둔화 속 유동성 공급은 위험

장기채 금리낮춰 부실채권 대비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3.5%로 결정되면서 올해 금리 동향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억눌렀던 전기요금 및 난방요금이 현실화하면서 올해에도 고통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주요 선진국보다 가장 먼저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으나 초기 미온적인 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했다. 일부 국책연구기관들과 언론도 인플레이션이 공급 충격에 의한 것으로 단정하면서 적극적인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에 대한 반대 기조를 형성했다. 경기 대응 측면에서도 정책 당국은 오판했다. 경기종합지수 동행지수는 2020년 5월을 저점으로 회복되고 있었으며 2021년도에는 경기가 과열돼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 수준을 넘었다. 경기 과열의 이면에는 과잉 통화 공급이 있었다. 광의통화(M2) 기준 통화증가율은 2020년 9.3%, 2021년 11.7%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인플레이션율보다 낮은 기준금리를 유지하자 부동산 가격과 주가는 천정부지로 상승했다. 자산 시장의 거품은 경제의 경쟁력을 하락시켰다. 이러한 돈 풀기 정책은 2022년 3월 대통령 선거가 있을 때까지 지속됐다. M2 기준 통화증가율은 2022년 1월 12.7%, 2월 11.8%, 그리고 3월에는 10.8%였다. 지금의 고통은 이미 예정된 것이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 변화로 우리나라 통화 당국도 수동적으로 금리 정상화에 나섰다. 언론과 통화 당국이 미 연준만 바라보다가 금리 인상기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금융 경색에 대비하지 못했다. 금융기관은 단기로 빌려서 장기로 빌려주면서 이윤을 만들어낸다. 금리가 계속 상승하면 앉아서 손해를 보기 때문에 장기 대출은 회수하고 자금은 장기로 조달한다. 이 모순이 금융 경색을 만든다.



흥국생명이 자신의 조기상환권을 행사하도록 여론이 강요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조기상환권 행사가 가능한 채권의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높다. 채무자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조기 상환 강요는 수익률도 챙기고 금리 인상기에도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행태다. 조기상환권 행사가 사전에 약속된 것이었다면 이러한 대출 상품을 지급 여력으로 평가한 금융 감독이 얼마나 잘못됐는지를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BNK투자증권도 예외가 아니다. 지방자치단체가 보증을 회피하기 때문에 보증 채무 상환을 요구했다는 해괴한 논리를 이해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대출받아 시설을 설치하고 막 영업을 시작한 기업으로부터 대출금을 회수하는 금융기관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아야 한다. 이런 행동은 금리 상승기에 나오는 금융기관들의 전형적인 행태다. 통화 당국이 금융기관들의 듀레이션 조정 행태에 대응하지 못했을 뿐이다.

금리 상승기에 발생하는 자금 경색을 막기 위해서는 장기 채권 금리를 상대적으로 낮추면서 만기 구조를 조정해야 한다. 채무불이행의 가능성이 큰 분야에는 부실 채권 관리 방식으로 대처해야 한다. 맞춤형 대응이 아니면 문제 해결을 위해 유동성을 과잉 공급해야 하고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은 장기화한다. 불행하게도 지난해 말 M2 증가율이 다시 급증했다.

통화 당국은 신속하게 기준금리를 기대 물가상승률보다는 높은 수준으로 조정했어야 했다. 인플레이션을 상당 기간 용인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통화 정책은 다소 복잡해졌다. 금융 경색에 잘못 대응한 탓에 올해의 최대 난적도 인플레이션이 됐다. 올해에는 부도율 증가가 어려움을 가중할 것이다. 부동산 가격의 하락 기조가 형성되면 이에 후행해 대출의 부도율이 증가한다. 이에 대해서는 유동성 공급이 아니라 부실 채권 대응 방식으로 제2의 위기 파도를 넘어야 한다. 금리 인상은 필연적으로 경기 둔화를 초래한다. 이때 경기 문제를 유동성 공급으로 대응하면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없을 뿐 아니라 경기만 악화한다.

올해 1월은 통화 당국의 실수를 가려줬다. 이제 국내외 금리 차와 환율, 그리고 여전히 높은 물가가 보복할 차례다. 경기 문제는 규제 완화 등 정책으로 풀고 통화 당국은 물가 안정에 집중해야 한다. 통화 당국의 물가 안정 의지가 다시 올라간 기대 물가상승률에 반영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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