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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반도체 위기에 '이병철 정신' 재무장…선제투자·M&A로 정면돌파

■이병철 '도쿄선언' 40년…이재용 '뉴삼성' 초격차 기술만이 살길

창업회장, 과대망상 비웃음에도 도전

불황속 日 투자 줄일때 신규라인 증설

세계최초 기술로 메모리 30년째 1위

이재용도 '도전정신·기술중시' 강조

적자위기서 지속투자·초격차 승부수

이재용(앞줄 왼쪽 세 번째) 삼성전자 회장이 7일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을 찾아 QD OLED 패널 생산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이 1976년 삼성그룹 전산실 개장식에서 설비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7일 재계는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의 퀀텀닷 유기발광다이오드(QD OLED) 제조 라인 현장 시찰일을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의 ‘도쿄 선언’ 40주년 하루 전날에 맞춘 것에 특히 주목했다. 선제 투자와 초격차 미래 기술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삼아 국가 경제를 한 단계 끌어올린 이 창업회장과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정신을 다시 한 번 되살리겠다는 이 회장의 새 ‘승부수’가 반영된 행보라는 진단이다.

도쿄 선언은 1983년 2월 8일 일본 도쿄에 있던 이 창업회장이 한국의 반도체 사업 진출 계획을 처음으로 알린 사건이다. 이 창업회장은 삼성이 가전제품용 고밀도집적회로(LSI)도 겨우 만들던 시절에 첨단 기술인 초고밀도집적회로(VLSI)에 대규모로 투자한다고 밝혔다. 투자에 실패할 경우 그룹 전체가 와해될 수준의 구상이었다. 삼성은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며 반도체 사업에 손을 대기는 했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없던 상황이었다.

당시 미국 인텔은 이 창업회장을 가리켜 “과대망상증 환자”라고 비웃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한국이 반도체를 할 수 없는 다섯 가지 이유’라는 제목의 칼럼도 나왔다. 한국 정부도 이 창업회장의 도전 정신에 우려를 표시했다.



이후 삼성은 보란 듯이 반도체 신화를 썼다. 삼성전자는 1983년 반도체 공장을 단 6개월 만에 짓고 미국·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64K D램을 개발했다. 1987년 일본 기업들이 불황을 맞아 설비투자를 축소할 때는 삼성은 오히려 신규 라인을 늘리는 모험의 길을 갔다. 곧이어 찾아올 호황기를 예상한 이 창업회장의 선견지명 덕분이었다.

누적 적자를 단번에 해소한 삼성은 이 선대회장이 지휘봉을 잡은 뒤 명실상부한 글로벌 1등 기업으로 ‘퀀텀점프’했다. 4M D램을 개발할 때는 ‘트렌치’와 ‘스택’ 방식을 놓고 다른 나라 기업들이 갈팡질팡할 때 이 선대회장은 수율이 높은 스택 방식을 과감히 채택했다. 스택 방식이 64M D램까지 주류 기술이 되면서 이는 삼성이 메모리반도체 부문 세계 1위에 오르는 ‘신의 한 수’가 됐다. 삼성전자는 1993년 이후 현재까지 30년 동안 메모리반도체 글로벌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1996년 1기가 D램부터 2016년 10나노급 D램까지 ‘세계 최초’ 기술을 쉬지 않고 선보였다. 1993년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이 선대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은 지금도 재계의 전설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의 이날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방문은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이룩한 성취를 현 위기 속에서도 재연하겠다는 결연한 메시지로 해석됐다. 디스플레이 산업의 생존과 도약이 우리나라 정보기술(IT)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재계에서는 나아가 도쿄 선언이라는 의미를 감안해 이 회장이 지속적인 반도체 투자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도 추정했다. 실제로 이 회장은 지난해 8월 19일 복권 이후 첫 공개 일정 장소로 이 창업회장이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경기 기흥 사업장을 택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당시 연구개발(R&D)단지 기공식 현장의 대형 화면에 이 창업회장의 도쿄 선언 직후 발언 4개를 띄웠다. 이 회장은 그 자리에서 “차세대뿐 아니라 차차세대 제품에 대한 과감한 R&D 투자가 없었다면 오늘의 삼성 반도체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나가자”고 설파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실적 발표회에서도 설비투자 축소나 인위적 감산 계획이 없음을 재차 확인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글로벌 경기 둔화의 직격탄을 맞고 유례없는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지난해 4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글로벌 경기 둔화의 여파로 전년 동기 대비 96.9% 급감한 2700억 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TSMC 영업이익(약 13조 3000억 원)의 50분의 1 수준이다. 메모리반도체 부문이 사실상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장 점유율도 1위인 대만 TSMC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 1분기에는 반도체 전체 실적이 완전한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영업손실이 현실화할 경우 이는 2009년 1분기 이후 14년 만의 일이 된다. 실적 개선, 대형 인수합병(M&A) 성사, 각국 보호주의 대응, 미국·일본·중국·유럽과의 경쟁 등 당면 과제를 안은 이 회장 입장에서는 삼성의 초기 도전 정신이 무엇보다 절실할 수밖에 없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연말 연초 글로벌 경영과 국가 행사 참석 일정을 어느 정도 마무리한 만큼 당분간 국내 지방 사업장을 돌면서 회사 미래 비전 준비 등에 매진할 것으로 봤다. 이 회장은 지난해에도 회장직 취임 다음 날인 10월 28일 광주의 협력 회사부터 찾는 상생 행보를 보였다. 같은 해 11월 8일에는 삼성전자가 스마트공장을 지원한 부산 소재 중소기업 동아플레이팅도 방문했다. 이달 1일에는 대전의 삼성화재 유성연수원에서 직원 감담회를 갖고 삼성청년SW아카데미(SSAFY)를 찾았다. 이 회장은 지방에 내려갈 때마다 지역 경기 활성화 방안 등을 경영진에 주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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