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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특성화로 서열화 폐단 극복…지역소멸 막을 ‘문샷 투자’를”

[2023 연중기획 - 尹정부 2년차, 4대 개혁 적기다]

2부 : 교육이 국가 미래다 <4·끝> 전문가 좌담회

■입시 개혁과 고등교육 혁신

서울-지방 양극화 심화로 2040년 140곳 문닫을 판

지역별 연구중심 대학 육성에 과감한 재정투입 절실

시험이 교육내용 지배하는데 통합수능發 혼란도 가중

고교수준 벗어난 現 수능체계 교육과정 따라 개편을

한성준(왼쪽부터)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 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가 9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제 회의실에서 교육 개혁을 주제로 좌담을 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윤석열 정부가 전례 없는 광범위한 교육 개혁에 나서고 있다. 특히 ‘규제 완화’와 ‘지방 이양’에 초점을 맞춘 고등교육 혁신 작업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저출산의 여파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가 대학의 재정난을 심화시키며 고등교육 생태계를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도 각종 대책을 강구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지방대를 중심으로 위기는 현실화하고 있다.

교육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주제는 ‘대입’이다.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과 맞물려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이 논의되고 있지만 교육부는 미세조정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인구 급감과 4차 산업혁명이라는 대전환기를 맞은 지금이 입시제도를 개편할 ‘골든타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경제는 교육 개혁의 필요성과 향후 과제를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와의 좌담을 마련했다.

-학령인구 감소와 4차 산업혁명 등의 흐름에서 대입제도는 어떤 방향으로 바뀌어야 하나.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대학수학능력시험이 1995학년도부터 진행돼왔는데 컨트롤타워가 없는 것 같다. 대한민국에서 수능은 비행기도 못 뜰 정도로 중요한 국가 시험이라는데 과학탐구에는 응시자가 2000명에 불과한 과목이 있다. 조금 있으면 개별 고교 내신 시험보다 응시자가 적은 과목도 나올 것이다.

수능 국어에서 1등급이 10년 전에 3만 명 나왔는데 지금은 1만 9000명이다. 서울대에 1등급만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는 정말 옛날 얘기가 됐고 이제는 3~5등급이 붙는 시대가 왔다. 의대 역시 4등급 합격자가 나온다고 한다. 여기에다 통합 수능이 되면서 이과가 문과에 지원해 절반을 넘게 차지해버린다. 계속 문과에서 다니면 괜찮은데 또다시 의대로 빠져나가버린다. 이러한 것들이 총체적으로 영향을 미치면 대학의 질 관리도 무너진다. 상당히 심각할 정도로 대입이 뒤틀려져 있다. 개편이 매우 시급하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현재 고등교육법에 보면 정부가 할 일은 딱 두 가지밖에 없다. 대학수학능력 고사 운영·개편 방향과 고교 학생생활기록부 관리다. 애초부터 정부는 정시 비중이나 학생부종합전형 등 수시 비중을 세세하게 정해줄 수 없는데 대입이 사회문제화하는 바람에 조금씩 건드리다 보니 뒤틀리기 시작한 거다. 평가가 교육과정을 리드할지, 교육과정이 평가를 리드할지 두 맥락이 있는데 지금 고교 단계에서는 평가가 고교 교육 내용을 지배하고 리드해왔다. 교육 내용이 평가를 리드하게끔 전반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전적으로 공감한다. 현재 객관식 오지선다형 수능으로 뽑는 인재가 정말 미래 사회에 부합할 것이냐는 부분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할 수 없다고 생각하실 것 같다. 배움의 질을 향상시키고 학교 교육도 조금 더 내실화할 수 있는 방법들로는 논·서술형 수능이 있다. 자기 생각을 더 고민하고 말하게 하는 방식으로 개편돼야 한다.

-현실적으로 논·서술형 시험에 대한 학교 현장의 경험과 준비가 부족하다.

△박 교수=대입 제도를 개편한다면 현재 초중고에서 배운 범위 밖으로 벗어나면 안 된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학력고사는 고교에서 가르치는 교과서에서 출제됐다. 수능은 미국 시스템 수능을 도입한 것이다. 미국 SAT나 ACT는 주별로, 카운티별로, 또 학교별로 가르치는 내용이 다 다르다는 역사와 교육 풍토 때문에 도입됐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전국 학교가 같은 내용을 가르친다. 국가교육과정 제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수능이라는 체제가 교육과정과 맞지 않는다. 이걸 일치시켜야 교육이 정상화될 수 있다.

△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수십 년간 본고사·학력고사·수능·학종 다 해봤지만 결국 문제가 고쳐지지 않았다. 대학 서열 체제에서 발생하는 구조적인 병목 현상 때문이다. 고친다고 하면 유럽식으로 논술형을 하거나 미국처럼 학점제를 하는 게 합리적일 것이지만 결국은 대학 서열이 핵심이다. 대입을 아무리 고쳐도 대학 서열대로 또 적응할 것이다. 결국 근본적으로 대학 구조를 바꿔 서열 체제를 부수고 병목 현상을 해소해야 한다. 지역 국립대에 예산을 대폭 쏟아부어 지역 거점 국립대를 서울대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으로 길러낸다면 현재의 대학 서열 체제를 깰 수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의 여파 등으로 대학 재정난이 가속화하고 있다.



△김 교수=2040년에는 140곳 넘는 대학이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가 심하다. 문을 닫는 곳의 대부분은 지방대가 될 것이다. 지역 양극화는 피부로 느낄 정도를 넘어 생존의 갈림길에 있다. 인구 급감, 지방 소멸이 온다면 국가는 결국 인적 자본의 생산성을 올려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식 산업·경제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결국 대학이 고도화돼야 하며 대학에 집중 투자를 해야 한다.

실리콘밸리·샌디에이고·오스틴 등 미국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지역이 발전하려면 그 지역에 세계적인 대학이 있어야 한다. 지식 경제 중심의 글로벌 구조를 또다시 따라가지 않는다면 인구적으로나 산업적으로나 망할 수밖에 없다. 과감하게 재정을 투입해 지역마다 서울대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을 키우려는 정부의 ‘문샷(moonshot·야심 차고 혁신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박 교수=교육의 기본적 기능 중 하나가 인력을 능력과 적성에 맞게 재배치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학이 특성화·다양화돼 있지 않아 대학 서열화와 같은 문제까지 나타난다. 부산대와 서울대의 기능과 역할·특성이 달라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서울대부터 지방의 소규모 대학까지 운영 형태나 인력 양성 내용과 방식, 학과 편제까지 다 똑같다. 사립대도, 국립대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아이비리그 대학과 주립대가 워낙 다른 기능을 가졌다. 핵심은 대학이 알아서 특성화·다양화하도록 정부에서 지원만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가 주도해 손을 대면 표준화되는 부작용이 생길 것이다.

△한 대표=단순히 재정 지원만으로 대학들을 살리겠다고 접근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정부 정책 방향을 보면 초중등교육은 오히려 교육부가 권한을 많이 가져가고 고등교육은 지방자치단체에 많은 권한을 넘겨주고 있는 모양새다. 고등교육 문제는 국가가 나서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됐든 ‘대학 네트워크’가 됐든 조금 더 큰 로드맵 안에서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국가가 책임지고 별도의 재정을 마련해서라도 풀어야 할 문제를 지자체에 대학 설폐 기능을 포함한 권한을 너무 쉽게 이양하는 모습이다.

△김 교수=정부가 최근 ‘지역혁신중심대학지원체계’인 라이즈(RISE)를 발표했는데 결국 지난 20년간 계속해봤지만 실패한 지역혁신체제(RIS)를 또 하겠다는 소리로 들린다. 미국 역시 전국에 우후죽순으로 질 낮은 대학들이 만들어졌다. 미국이 질서를 잡을 수 있던 것은 연구중심대학을 전국에 세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권한을 지자체에 줘버리면 완전히 중구난방이 된다.

만약 해당 지자체가 정말 잘해서 미국의 지방정부처럼 세계적인 대학을 키운다면 다행이겠지만 정부가 RISE에서 ‘글로컬’ 대학을 만들겠다며 투입하는 연 200억 원 수준의 재정으로는 세계적 대학을 키우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서울대의 연간 예산이 1조 5000억 원이다. 연 200억 원으로는 세계적인 대학을 키우기가 불가능하다고 보는 이유다.

△박 교수=우리나라 대학의 생태 구조는 미국하고 완전히 다르다. 대학들의 재정 자립도가 너무 낮다. 이면에는 대학들의 등록금 의존율이 너무 높다는 문제가 있다. 지금 재정이 가장 좋다는 연세대의 학생 등록금 의존율이 65%가량 된다고 한다. 15년째 등록금은 동결됐다.

역대 정부가 등록금 동결 정책 기조를 이어온 데는 사실 정치적 이유가 컸다. 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우수 인력 양성과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지금 말하고 있다. 모순이다.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가 신설되면서 지방재정교육교부금에서 1조 5000억 원이 들어왔지만 고등교육재정 전체 구조를 보면 상당 부분이 장학금으로 나가는 상황이다.

-실제로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박 교수=대학이 자기 책임성과 철학에 맞게 인재를 양성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학의 구조 개혁도 그런 방향으로 자율적으로 이뤄지고 다양한 구조 조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사립대 통폐합을 허용하고 사립과 국립 간 통폐합, 사립의 공립화, 나아가 유치원 등 다른 업종으로 전환할 수 있게끔 다양한 형태의 구조 조정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현재 한계 대학들이 처한 지역 여건이나 교육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구조 조정에 따른 정치·경제·사회적 비용을 지원하기 위해 국고를 투입할 필요가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시중은행 통폐합에 당시 금액으로 수백억 원을 지원했듯이 대학 통폐합에도 재정을 활용해야 한다. 정원 중심의 규제 또한 바뀌어야 한다. 그동안 정부는 정원을 통해 대학의 질을 관리해왔는데 이제 정원이 필요없는 시대가 왔다. 사후에는 질 관리로 가야 한다. 양성된 인력이 사회로부터 어느 수준의 평가를 받고 산업체로부터 어느 정도의 평가를 받는지를 지표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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