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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세율에 상속 엄두 못내…세대간 '富의 이전' 물꼬 터줘야

[준비 안된 노인 1000만 시대]

< 하 > 노인정책 리모델링-커지는 '핀셋 세제 지원' 목소리

韓 10년간 5000만원까지 비과세

日은 매년 1000만원 증여 가능

제도 정비해 자산이동 촉진 시급

정부도 베이비붐 세대 은퇴 맞춰

부과방식 유산취득세 변경 추진

야당 '부자감세 반대' 넘어서야

국내 한 요양병원에서 입소자와 가족이 면회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 이상) 진입을 목전에 두면서 그동안 ‘부자 감세’ 프레임에 갇혀 금기시돼왔던 ‘부(富)의 이전’ 문제를 공론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구조적으로 상속·증여세 부담이 지나치게 무거워 노인 세대에 묶이는 돈이 많아 제도 개선이 미뤄질 경우 국가 경제 전반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부자들에게 특혜를 준다는 인식 때문에 상속·증여세에 과도한 세금을 물려왔던 측면이 있는데 저성장 초고령사회로 들어가면 부모 세대에게 고여 있는 돈이 아래 세대로 흘러야 지속 성장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14일 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상증세율은 50%에 달해 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약 27%)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보다 상증세율이 높은 국가는 일본(55%)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단순 명목 세율만을 비교한 것이어서 각종 공제를 감안한 체감 세 부담은 일본보다 훨씬 크다. 실제 일본은 2012년부터 주택과 교육비, 육아 및 출산비 등에 대한 세금을 면제해주는 적극적인 세제 정책을 실시했다.

가령 우리나라는 자식에게 돈을 증여할 때 성인 자녀 기준 최대 10년간 5000만 원까지만 비과세 혜택을 받지만 일본은 매년 110만 엔(약 1055만 원)을 비과세해주고 주택 증여 때도 최대 1000만 엔(약 9600만 원)까지는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자녀나 손주의 교육 자금(1500만 엔)이나 결혼 및 육아 자금(1000만 엔)은 혜택이 더 크다. 이장원 장원세무사 대표는 “노인 세대들의 돈이 장롱 속에 머물러 있지 말고 씀씀이가 활발한 자녀 세대로 이전될 수 있도록 제도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고령화가 급격히 진전되고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우리나라 노인들은 빠르게 지갑을 닫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도시 가구주의 평균소비성향은 지난해 2분기 사상 최저인 66.6%까지 낮아졌다. 평균소비성향은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이 수치는 2019년 1분기만 해도 79%에 달했는데 불과 3년 만에 13%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그만큼 고령 가구가 최대한 소비를 억제해 돈이 회전하지 못하고 쌓여 있다는 의미다. 그나마 3분기에는 노인 가구의 평균소비성향이 71%로 다시 높아졌지만 이는 코로나19 봉쇄 해제 등으로 인한 일시적 요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도 베이비붐 세대의 대규모 은퇴에 발맞춘 상증세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세정 당국인 기획재정부는 이례적으로 상증세 부과 방식을 현재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바꾸는 내용의 세법개정안을 연내 추진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상속재산 전체에 세금을 물린 뒤 이를 상속인들이 나눠 부담하는 체계인 유산세와 달리 유산취득세는 일단 상속재산을 상속인들끼리 나눈 뒤 여기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체계여서 상대적으로 과세 금액이 낮아지게 된다. 가령 아버지가 남긴 100억 원 규모의 자산을 4명의 자녀가 똑같이 나눠 상속받는다고 한다면 유산세 체계하에서는 100억 원 전체에 일단 세금을 물린 뒤 남는 자산을 자녀들이 물려받게 된다. 현재 상속세를 과세하는 OECD 23개국 중 유산세 방식을 유지한 나라는 한국을 비롯해 4개국에 불과하고 나머지 19개국은 모두 유산취득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오스트리아·노르웨이 등 7개국은 아예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 같은 세법 개정에 대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딴지를 걸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던 법인세와 각종 보유세 인하 대책이 민주당의 ‘부자 감세’ 프레임에 갇혀 후퇴한 것처럼 상증세 개편 역시 비슷한 경로를 밟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이 개인의 평생 상증세 면제 한도를 1170만 달러(약 148억 원)까지 높이면서 경제 전반에 강력한 자극을 줬던 것처럼 우리나라도 부의 이전을 개인이 아닌 사회 차원에서 고민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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