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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텀혁명이 온다] "양자기술, K칩 공정과 유사…제2 반도체 신화 만들어야"

<하> '양자기술의 미래 과제' 산학연 특별토론

양자 발전, 마이크로칩 성장 속도 '무어의 법칙' 추월

美·日 등 조단위 투자 선도국 비교하면 만시지탄이나

양자 소·부·장은 무주공산…특화 가능한 분야 공략을

산학연 공조…관련 예산·정책 등 총괄 컨트롤타워 필요

서울경제가 14일 ‘양자기술의 현주소와 미래 전략 과제’를 주제로 연 화상 특별 토론에서 산학연 전문가들이 양자 생태계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고광본 서울경제 선임기자, 김재완 고등과학원 부원장, 박현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윤석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제영호 LG전자 C&M표준연구소장, 이동헌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 황찬용 표준연 양자기술연구소장, 성은정 표준연 연구전략실장, 윤지원 SDT 대표, 문한섭 부산대 물리학과 교수, 주정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양자기술연구본부장, 박성수 ETRI 책임연구원, 이용호 표준연 초전도양자컴퓨팅시스템연구단장, 손영익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




“우리가 산업·안보·의료의 게임 체인저인 양자(퀀텀)기술에서 미국·중국·유럽·일본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후발주자이죠. 하지만 아직 실용화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돼 지금이라도 산학연정이 협력하면 과거 반도체 성공 신화를 양자 분야에서도 재현할 수 있습니다.”

서울경제가 14일 ‘양자기술의 현주소와 미래 전략 과제’를 주제로 개최한 화상 특별 토론에서 산학연 전문가들은 “양자컴퓨터의 경우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무어의 법칙’을 훌쩍 건너뛸 정도로 발전하고 있다”며 “양자 기초·원천 연구나 인력이 크게 부족하지만 앞으로 ‘퀀텀 혁명’ 시대에 대비해 담대한 도전과 생태계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무어의 법칙은 인텔 설립자인 고든 무어가 1960년대 반도체 칩 데이터 용량이 18개월마다 두 배씩 증가한다고 밝힌 것이다.

전문가들은 양자컴퓨터를 구동하는 양자 칩 분야가 반도체 기계나 칩 제조 기술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양자 분야에서도 잠재력을 지녔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SK텔레콤 등이 양자암호통신에 투자해왔지만 삼성전자 등 많은 대기업이 양자기술에 별다른 투자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사회: 고광본 선임기자


-우선 요즘 양자기술의 전략적 가치가 떠오르고 있는데.

△윤석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인공지능(AI) 대화형 챗봇인 챗GPT가 앞으로 미래 세상을 많이 바꿔 놓을 것이다. 그런데 양자기술은 그런 AI를 에너지를 적게 써가며 고도화할 수 있다. 컴퓨터·통신·센서 세 분야 모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파괴적 혁신을 가져올 것이다. 양자컴퓨터의 경우 IBM이 2021년 127큐비트급을 공개한 데 이어 매년 두 배 이상 늘려 올해 1121큐비트급을 선보일 계획이다. 반도체 메모리 시장에서 ‘무어의 법칙’은 물론 ‘황의 법칙’을 넘어서는 발전 속도를 보이는 것이다.

-‘퀀텀 내셔널리즘(Quantum nationalism·양자기술 국가주의)’도 대두되지 않나.

△윤 원장=맞다. 미국이 2~3개월 내 중국의 양자컴퓨터나 군사·안보기술 분야의 AI와 첨단 반도체, 바이오 등에 대한 투자 금지를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현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미국이 지난해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의 숨통을 죄는 반도체지원법(CHIPS Act)을 내놓았는데 앞으로 양자 분야도 그런 식으로 하겠다는 뜻이다.

윤석진 KIST 원장


박현민 표준연 원장


-국내 양자기술의 현주소를 진솔하게 살펴보자. 기업에서 먼저 소개해달라.

△제영호 LG전자 C&M표준연구소장=양자 통신·센서·컴퓨팅 원천·기반 기술 개발의 시작 단계다. 정부가 (8년간 1조 원 미만을 투자하는) 양자기술 예비타당성 검토를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 영향력이 큰 응용 분야 발굴은 미흡해 보인다. 양자기술 선행 연구를 위한 전문 연구 인력도 크게 부족하다. 응용을 위한 기반 기술도 전반적으로 취약하다.

△윤지원 SDT 대표=KIST를 거쳐 AWG 등 양자 정밀 측정 전자 장비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에 도전했다. 국내외에서 양자컴퓨터를 연구하는 곳이 수요처다. 정부가 올해 1000억 원 가까이 양자기술 연구에 투자하는데 미국·중국 등 매년 조 단위로 쏟아붓는 곳을 이기기는 어렵다. 최악의 경우 엄청난 자금을 투입하고도 의미 있는 산업으로 발전하지 못할 수도 있다. 반도체처럼 미국·일본보다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특히 양자 분야에 필요한 새로운 소재·부품·장비는 무주공산이라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제영호 LG전자 C&M표준연구소장


윤지원 SDT 대표,


-현재 우리 양자기술을 주도하는 연구소와 학교는 어떤가.

△이용호 표준연 초전도양자컴퓨팅시스템연구단장=2026년 50큐비트, 2031년 1000큐비트 목표로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고 있다. 대규모 양자 시스템 개발은 정말로 어려운 과제다. 연구계에서도 기초연구 치중과 본격적인 시스템 개발 추진으로 입장이 엇갈린다. 고성능 부품과 요소 기술을 개발하며 시스템 연구를 통해 실용화를 추진해야 한다.

△김재완 고등과학원 부원장=양자컴퓨터는 많이 뒤처져 있다. 양자암호통신은 SKT와 KT가 시범 사업도 했다. 양자센서는 다품종, 소량 생산이 특징으로 양자컴퓨터와 양자통신으로 연결된다. 표준연이 고도의 중력계 등을 연구하는 것처럼 양자센서 분야에 상대적으로 인력도 많다. 일본 등에서는 다양한 양자센서를 활용한다. 전기차 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라이더가 주변 장애물을 찾거나 배터리 상태를 점검할 때도 유용할 것이다. 전략적으로 양자센서 쪽을 신경 써야 한다.

김재완 고등과학원 부원장


△제 소장=양자센서를 활용한 이차전지 배터리의 불량품 검수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

△박 원장=우리가 해볼 만한 양자센서 기술을 중소기업에 빨리 이전해 시장을 키워야 한다. 지금은 연구개발(R&D) 단계이나 국방용으로도 양자센서를 접목할 게 많다.



△이동헌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양자센서도 해외 선도 그룹에 비해 연구가 늦었고 인력이나 연구비도 적다. 다행히 수년간 비교적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 일부 연구팀은 원자시계, 원자중력계, 다이아몬드 양자 자기장 센서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근접한 성과도 낸다. 양자센서는 범용 양자컴퓨팅, 장거리 네트워크 양자통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난도가 낮다. 그만큼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 최근 미국·유럽 대학에서 창업한 스타트업들이 양자센서 제품들을 막 시장에 내놓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몇 년 뒤 시작품을 목표하는 수준이다.

이동헌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


문한섭 부산대 물리학과 교수


△문한섭 부산대 물리학과 교수=양자센서는 기초과학·산업·국방·의료 분야의 미래 기술이다. 하지만 국방과 첨단산업에서 응용되는 양자센서 기술은 잘 공개되지 않는다. 이 중 원자시계·원자중력계 등에서는 우리도 세계적 수준이다. 앞으로 한국형 위성항법장치(GPS)인 KPS, 칩 스케일 원자시계, 무GPS 정밀 항법 시스템 개발 등에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양자컴퓨터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지원이 부족하다. 균형 있는 지원이 절실하다.

박성수 ETRI 책임연구원


-양자통신을 연구하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는 어떻게 보나.

△박성수 ETRI 책임연구원=미국에서도 양자센서가 실용화되려면 R&D를 10여 년은 더 해야 할 것이다. 양자컴퓨터도 암호를 깰 정도가 되려면 100만 또는 1000만 큐비트급이 필요하다. IBM이 2026년 10만 큐비트, 구글이 2029년 100만 큐비트급을 내놓겠다고 했는데 IBM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으나 구글은 그때 가봐야 알 것 같다. 큐비트 개수도 중요하지만 결맞음 시간을 늘리고 에러율을 줄여야 한다. 반면 양자암호통신의 경우 유럽에서 국제표준도 30여 개나 만들었는데 국내 기술 수준은 중국·영국에 이어 세계 3위라고 본다. SK텔레콤과 KT는 서울에서 대전까지 시험한 데 이어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양자암호통신 사업 약관과 요금을 승인받고 기업용 비밀통신 서비스에 나섰다. 조달청 납품을 준비하기 위해 4월부터 보안 인증 제도가 시작된다.

서울경제가 14일 ‘양자기술의 현주소와 미래 전략 과제’를 주제로 연 화상 특별 토론에서 산학연 전문가들이 양자 생태계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고광본 서울경제 선임기자, 김재완 고등과학원 부원장, 박현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윤석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제영호 LG전자 C&M표준연구소장, 이동헌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 황찬용 표준연 양자기술연구소장, 성은정 표준연 연구전략실장, 윤지원 SDT 대표, 문한섭 부산대 물리학과 교수, 주정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양자기술연구본부장, 박성수 ETRI 책임연구원, 이용호 표준연 초전도양자컴퓨팅시스템연구단장, 손영익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




-ETRI가 R&D 한다고 해서 너무 장밋빛으로 얘기하는 것은 아닌가(웃음). 여하튼 윤석열 대통령도 최근 ‘올해를 양자기술 도약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했다. 양자 생태계 발전 방안은.

△주정진 ETRI 양자기술연구본부장=지금은 양자기술이 과학에서 기술로 성장하는 변곡점에 있는데 과학과 공학을 연계해 폭넓게 투자함으로써 저변을 넓혀야 한다. 정부출연연끼리 먼저 협력하고 기업과 대학과 연계해 응용, 개발 서비스를 구현해야 한다.

△박 원장=양자기술은 과학기술 선진국 여부를 입증하는 시금석이다. 캐나다 워털루대 주변의 퀀텀 밸리처럼 국가적으로 양자 밸리를 만들어야 한다. 학교·연구소·기업·투자사가 모여 있어야 한다. 대전광역시와 협의 중인데 대전에는 국내 양자 연구 인력의 절반가량이 몰려 있다. 관련 대학원생을 많이 양성해야 한다.

주정진 ETRI 양자기술연구본부장


황찬용 표준연 양자기술연구소장


△황찬용 표준연 양자기술연구소장=양자 분야의 실제 응용은 먼 훗날의 일이다. 우리도 늦지 않았다는 얘기다. 양자 관련 예산, 정책, 인력 양성 등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있으면 좋겠다. 퀀텀 밸리는 양자 생태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다. 밸리 안의 연구소와 대학에 양자 팹 등의 인프라를 확충하고 10여 개의 스타트업이 가세하면 해외 선도 그룹을 추격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이 단장=우리나라는 연구 활동이 산발적이고 각자도생하는 경향이 강하다. 정부가 양자 예비타당성 검토를 위해 막바지 기획안을 수립하는 단계인데 산학연 플래그십(함대 선두의 전투 지휘함) 프로젝트를 잘 만들어야 한다. 클러스터 구축도 필요하다. 스위스는 취리히공대의 초전도 양자컴퓨터 개발 인력과 인접한 파울셰러연구소의 이온 트랩 양자컴퓨터 팀을 묶어서 양자컴퓨팅 허브를 구성했다. 네덜란드는 델프트공대 안팎의 초전도 양자컴퓨팅 연구팀과 분사된 벤처가 서너 개 있다.

손영익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


성은정 표준연 연구전략실장


△윤 원장=클러스터로 대전만 너무 강조하는 것 아닌가(웃음). 양자 분야에 대한 본격 투자가 만시지탄이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 강점인 반도체 공정 기술을 지렛대로 활용해 양자컴퓨터 개발의 핵심인 양자소자에 집중해야 한다. 반도체 성공 신화를 양자컴퓨터에서 재현해야 한다. 노광장비로 반도체 산업의 키플레이어인 네덜란드의 ASML을 참고해야 한다. KIST는 상온 양자컴퓨터라는 차별화된 연구를 하고 있다. 국제 협력에 적극 나서되 선도 그룹의 확인된 경로를 습관적으로 따라가서는 안 된다.

△이 교수=산학연 공동 연구의 장을 마련하는 등 생태계를 키우는 게 중요하다.

△박 책임연구원=양자컴퓨터 큐비트로 쓸 수 있는 후보 기술이 많지만 선도국에서도 갈 길이 멀다. 우리도 차근차근 R&D 환경과 기초 기반을 다지고 인력을 잘 양성하면 충분히 기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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