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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노란봉투법 처리 강행…재계 "툭하면 파업, 경영의지 꺾을 것"

■노조법 개정안 국회 소위 통과

사용자 범위 하청까지 확대하고

勞 불법파업해도 손배 청구 못해

'다수의 힘' 巨野 이달 입법 속도전

경영계 "원·하청 질서 붕괴" 우려

양대노총 이례적 연대로 입법 압박

정부도 반대…勞政 갈등골 깊어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 심사소위원회가 15일 환노위 소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노사가 시행 후 파장과 효과를 두고 첨예하게 대치 중인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의 입법이 속도를 내고 있다. 경영계는 노란봉투법이 통과된다면 원·하청 질서가 깨질 뿐만 아니라 수많은 파업을 양상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강하게 우려한다. 반면 노동계는 하청 근로자의 권리를 높여 원·하청 간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유효한 방식이라 반박한다. 노란봉투법은 경영계뿐 아니라 정부 여당도 반대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국회 논의 과정과 결과에 따라 노정 관계를 격랑 속으로 밀어넣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야당은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원회에서 노란봉투법을 의결했다. 법안소위 재적 위원 8인 중 국민의힘 위원 3명이 반대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정의당의 찬성 5표로 민주당이 제시한 수정안이 가결됐다. 노란봉투법은 2014년 쌍용차 정리해고 반대 파업 당시 노동조합이 사측에 47억 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자 시민단체가 노란 봉투에 성금을 모아준 데서 유래됐다. 이날 소위를 통과한 법안에는 사용자 개념을 ‘근로 조건에 대해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법원이 파업 노동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각 손해의 배상의무자별로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했다.

경영계는 이날 법안이 소위를 통과하자 즉각 성명서를 내고 “야당이 일방적으로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한다”며 “개정안의 사용자 개념 확대는 원·하청 간 산업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노동조합법상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사용자 범위를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확대시켜 죄형법정주의에도 반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도의 경영상 판단, 재판 중 사건 등을 쟁의행위의 대상에 포함시켜 산업 현장에는 노동분쟁이 폭증할 것”이라며 “이처럼 파급력이 큰 노동조합법 개정안은 기업할 의지를 꺾고 기업 경쟁력을 저하시켜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노란봉투법의 쟁점은 두 가지다. 우선 원청의 사용자성 강화를 통해 원청(사측)과 하청 근로자의 교섭권 인정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원·하청의 교섭은 노사 갈등의 뿌리 깊은 뇌관이다. 그동안 원청이 하청의 교섭 주체인지를 놓고 다양한 해석과 대책이 이어졌다. 원칙적으로는 교섭이 안 되지만 중앙노동위원회와 같이 교섭이 가능하다는 해석도 늘고 있다. 이런 기류 속에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도 원청이 교섭장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로 촉발됐다.

특히 경영계가 우려하는 지점은 원청이 하청 사업주에 대한 지위력이 제한된 현행 법과 체계에서 노란봉투법이 사실상 교섭 창구 길만 먼저 연다는 점이다. 수많은 하청이 교섭 요구를 목적으로 파업까지 결정하면 사업장마다 혼란과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노란봉투법의 다른 쟁점은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제한이다. 노동계는 기업이 단순한 피해 구제가 아니라 정상적인 노조 활동을 막기 위해 손배소를 악용해왔다며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우조선해양도 파업을 한 조합원에 대해 470억 원 규모의 손배소를 결정했다. 반면 경영계는 법이 제정된다면 불법 파업에 대한 기업의 재산권이 침해된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제6단체는 “정당한 쟁의행위와 달리 불법은 다른 근로자에게까지 피해를 끼친다”며 “불법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면제하는 입법례는 전 세계적으로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한다.

노란봉투법을 두고 노사뿐 아니라 정부와 노동계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노란봉투법 제정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해 고용부 국정감사에서 노란봉투법에 대해 “노조법 한두 개만 건드려서 될 일은 아니라고 본다”며 “헌법상의 평등권, 민법, 형법, 노사 관계 전반에 걸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기존의 합법적인 쟁의행위는 손해배상책임을 묻지 않는 현행 법과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해왔다.

노동계는 노란봉투법 입법을 최우선 과제로 놓고 대정부 투쟁 전선을 짰다. 양대 노총(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서울 민주노총에서 만나 올해 연대 투쟁 계획을 밝혔다. 이번 연대는 임금과 근로시간 개편을 중심으로 한 노동 개혁 반대가 목적이다. 양대 노총은 당면 과제를 노란봉투법으로 정하고 국회 통과를 위해 공동 투쟁을 결의했다. 양대 노총은 상반기 동안 국정 방향에 대한 지속적인 반대 투쟁을 편다. 5월에는 이례적으로 정부 출범 1년의 성과를 묻는 공동 집회까지 결정했다. 사실상 노동계가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전국 노조원은 293만 9000명이다. 이 중 한국노총이 42.2%, 민주노총이 41.3%로 양대 노총 조합원이 80%에 달한다.

민주당은 이달 노란봉투법 입법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21일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통과시켜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긴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법사위 문턱을 넘기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본회의 직회부 카드도 고려하고 있다. 국회법에 따르면 법사위에 회부된 법안이 60일 이상 심사되지 않을 경우 소관 상임위원회 표결로 본회의 직회부가 가능하다. 민주당 환노위 관계자는 “양곡관리법에서 선례가 드러났듯 국민의힘이 법사위에서 법안을 뭉갤 경우 환노위 의결로 본회의에 부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노위 여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의결 직후 “법적 안전성과 예측성을 하나도 고려하지 않고 이렇게 법안을 통과시키는 경우는 처음 본다”고 질타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민주당이 강행한다 하더라도 위헌 판결이 나든지, (대통령) 거부권 행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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