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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법쩐' 문채원, 처음 보는 무채색의 얼굴

'법쩐' 문채원 /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




'로코퀸'으로 사랑받던 배우 문채원이 '법쩐'을 통해 새로운 얼굴을 보여줬다. 메말라 보이고, 차가운 표정을 한 채 복수만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다. 특유의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운 그의 얼굴은 낯설다.

SBS 금토드라마 '법쩐'(극본 김원석/연출 이원태)은 법과 쩐의 카르텔에 맞서 싸우는 돈 장사꾼 은용(이선균)과 법률기술자 준경(문채원)의 통쾌한 복수극을 그린다. 준경은 정의로운 검사를 꿈꾸던 인물이다. 서울 법대, 사법고시, 연수원 수석까지 목표를 세우면 반드시 이루는 그의 삶은 순조로워 보인다. 그러나 특수부 수사에 참여하면서 알게 된 검찰 조직의 생리는 생각보다 역겨웠다. 어머니(김미숙)가 기석(박훈)의 음모에 휘둘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 준경은 군에 입대해 법무관이 돼 복수를 준비한다.

주로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 위주의 대본을 받던 문채원이 '법쩐'을 선택한 건 생소함 때문이었다. '법쩐' 속 가족과 내 편에 대한 마음과 사랑은 그가 그동한 자주 접하지 못한 소재였다. 감정 연기를 하던 그에게 메말라 보이는 준경 캐릭터도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이런 종류의 대본을 많이 안 읽어봐서 그런지 쉽게 안 읽히더라고요. 처음에 준경 위주로 봐서 그런가 봐요. 다른 인물들 입장에서 여러 번 읽으니 느낌이 왔죠. 대본이 어렵다 보니 출연도 쉽지 않았아요. 제작사 측, 감독님이 '잘 어울릴 것 같다'고 말씀해 주셔서 용기를 냈습니다."

"감독님이 찍으신 전작이 영화 '악인전'인데, 색감이 비슷해요. 편안하게 연출하실 수 있겠다 싶었죠. 또 감독님이 워낙 유쾌하시고 사람에 대한 선입견도 없으세요. 포용력이 넓으신 분이라 촬영할 때도 잘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요. '내가 여기서 뭘 하게 돼도 용기 내서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법쩐' 스틸 / 사진=SBS


준경은 정의로운 성품을 지닌 인물이다. 어린 시절, 곤경에 처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정면에 나서고, 이로 인해 경찰서에 잡혀가도 기죽지 않는다. 문채원이 박준경에게 매력을 느낀 것도 이 지점이다. 문채원에게 박준경은 닮고 싶고, 존경하는데, 실제로 그렇게 되기 어려운 인물이었다. 그는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것을 준경을 통해 이루기로 마음먹었다.

"작가님이 사전 미팅에서 준경에 대해 '똑똑하지만, 너무 일만 해서 답답한 부분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작가님이 준경 같은 사람을 많이 보셨다고 하셨죠. 그런데 이런 사람들은 미움을 사는 짓은 잘 안 하잖아요. 이 이야기를 토대로 캐릭터를 잡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계획형인데, 계획한 대로 안 되면 스트레스 받을 것 같은 인물이라는 설정도 함께요."

문채원은 차가워지는 준경을 표현하기 위해 고민에 빠졌다. 외적으로는 최대한 멋을 더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준경에게는 멋을 낼 시간이 없을뿐더러 그런 걸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어딜 가든 단정한 모습만 유지하면 됐다. 차가운 톤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소를 지웠다.



"웃을 만한 장면이 없더라고요. 그게 아쉽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일관성 있고 좋았죠. 저를 좋아해 주시는 팬들은 중간중간 준경이 웃는 걸 예리하게 포착하셨어요. 심지어 저도 기억 못 하는 웃음인데 '드디어 웃는다'고 좋아하시더라고요. 다음에는 웃는 모습을 더 보여드리면 좋아하실 것 같아요."

기석의 음모로 어머니가 죽은 후 준경은 변한다. 복수만을 위해 살아가면서 점점 건조해진 것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문채원은 끝까지 가는 준경을 바라보면서 '정의롭게 싸울 누군가는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나아가 '정의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있기에 복수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준경은 직업적으로도 큰 변화를 맞는데, 처음에는 검사였다가 군에 들어간 후 소령이 되고, 이후에는 변호사로 돌아온다. 다행히 준경이 일하는 모습이 나오지 않아 직업적인 변화를 표현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대신 그는 직업을 얼굴로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검사를 1~2년 한 게 아니라, 7년 동안 한 거예요. 검사였던 사람의 얼굴이 제 얼굴에 잘 어울려 보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준경 자체가 일관적인 사람이라 처음 얼굴을 만들면 그대로 가져갈 수 있었죠. 또 엄마에 대한 마음을 꾸준히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준경은 기석과 명회장(김홍파)에게 죗값을 치르게 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정도의 복수에 성공한다. 그렇다고 이들과 같은 괴물이 된 게 아니다. 만약 준경이 기석, 명회장과 똑같은 모습으로 복수했다면, 그의 가족을 죽음에 이르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준경은 이들에게서 가장 소중한 걸 빼앗는 방법을 택했다. 기석에겐 권력이고, 명회장에게는 돈이었다.

"사실 복수를 해도 마음이 편하지 않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준경은 복수를 하고 마음이 안정돼요. 이게 진정한 마무리라고 생각합니다. 드라마가 통쾌한 복수극이라고 소개돼 많은 분들이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원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작가님이 생각한 휴머니즘, '곁에 좋은 사람이 한 명만 있어도 변화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녹아들었잖아요. 그렇기에 좋은 끝맺음인 거죠."

이렇게 세상에 나온 '법쩐'은 11.4%(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문채원은 사랑받으면서 작품을 끝낼 수 있음에 감사했다. 그는 "수치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는데, 주변에서 높은 시청률이라고 얘기해 주더라. 개인적으로 기대했던 것보다 더 좋은 성과가 나왔다"며 "함께했던 배우들, 특히 감독님이 좋아하셔서 더 행복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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