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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에 위암 혁신신약 나왔는데 보험급여 안되면 '그림의 떡'"

[인터뷰] 라선영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효능 뛰어나고 부작용 적지만

5개월 투여비 4500만원 달해

비용 부담에 선뜻 권유 힘들어

라선영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사진 제공=연세암병원




“HER2 양성 위암 환자는 3차 치료 단계에 이르면 대개 6개월을 못 넘기거든요. 그런데 이 약을 투여하면 1년 넘게 살아요. 부작용도 심하지 않죠. 10여 넘게 성공 사례가 없었던 위암에서 이토록 좋은 신약이 나왔는데 하루라도 빨리 환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라선영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16일 서울경제와 만나 "오랜 기간 소외되어온 HER2(인간상피성장인자수용체 2형) 양성 위암 환자들을 위해 차세대 항체약물접합체(ADC·Antibody Drug Conjugate)의 건강보험 적용이 시급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항암제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차세대 ADC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가 마침내 국내 상륙했다. ADC는 암세포 표면에 발현되는 특정 단백질(항원)을 정밀하게 표적하는 항체(antibody)에 강력한 세포사멸 기능을 갖는 약물(payroad)을 링커(linker)로 연결한 새로운 개념의 항암제다. 지난해 노벨화학상을 받은 클릭화학(click chemisty) 기술을 접목해 ‘유도미사일’ 역할을 하는 항체에 ‘핵탄두’인 항암제를 결합시켰다.



라 교수는 "ADC는 암세포를 정확하게 추적해 공격하면서도 정상 세포에 대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HER2 발현 정도와 무관하게 인접 종양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는 바이스탠더 효과(Bystander effect) 덕분에 종양내 이질성이 높은 HER2 양성 위암에서도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라 교수에 따르면 항암치료는 차수가 누적될수록 효과가 현저히 떨어진다. 1차 치료제를 썼을 때 생존기간(mOS)이 13.8개월이라면 2차치료는 9.6개월, 3차치료는 5.7개월에 그쳤다. 10여년간 숱한 신약 임상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반응률은 11.6%에 머물렀던 실정이다.

1차치료제 '허셉틴' 이후 10여 년만에 등장한 '엔허투'는 3차치료로 썼을 때 생존기간이 12.5개월로 2배 이상 끌어올렸다. 반응률은 51%에 달한다. 하지만 엔허투는 아직 국내에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HER2 표적이 확인된 전이성 위암 환자라도 비용 부담 때문에 사용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엔허투 1바이알(100mg)당 가격은 230만 원 내외로, 1번 투여할 때마다 체중 1kg당 6.4mg이 투여된다. 체중 60kg 기준 3주(21일) 주기로 투여받으려면 3~4바이알 정도 사용해야 해 대략 750만~900만 원이 드는 셈이다. 5개월간 투여한다면 약 3700만~4500만 원이 들다 보니 의사 입장에서도 선뜻 권하기 어렵다.

라 교수는 “보험급여가 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약도 그림의 떡이 될 수밖에 없다”며 “HER2 양성 위암으로 3차치료까지 도달하는 환자는 한해 200명 정도라 건보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하루빨리 급여가 적용되어 국내 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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