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이 고금리에 편승해 예대마진으로 ‘돈 잔치’를 벌인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외국계인 한국씨티은행이 700억 원이 넘는 고배당을 결정해 눈총을 받고 있다.
17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15일 이사회를 열고 총 732억 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보통주 1주당 230원, 우선주 1주당 280원이다. 2022년 9월 말 기준 씨티은행의 최대주주는 99.98%의 지분을 보유한 ‘씨티뱅크 오버시즈 인베스트먼트 코퍼레이션’이다. 미국 델라웨어에 설립된 씨티그룹의 해외 금융 투자를 위한 계열사다. 소액주주가 우선주(7465주)를 포함한 나머지 0.02%를 소유하고 있다. 사실상 배당금 전부가 미국의 최대주주에 흘러 들어가는 셈이다. 배당금은 다음 달 30일 주주총회를 거쳐 4월 중 최종 지급될 예정이다.
소매금융 사업 철수에 다른 비용 증가로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2021년을 제외하면 씨티은행은 매년 이맘때 ‘고배당으로 국부 유출’이라는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특히 올해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의 ‘돈 잔치’에 대한 날선 비판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2019년 이후 3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배당을 예고했다. 씨티은행의 배당금은 2019년 652억 원, 2020년 465억 원이었다.
씨티은행은 충분한 손실 흡수 능력을 바탕으로 주주환원 여력을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소비자금융 사업 부문의 단계적 폐지를 진행함에 따라 대출 자산과 위험가중자산이 감소하고 자본의 안정성이 크게 향상됐으며 자본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업계 최고 수준의 자본 적정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위기 상황 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대 수준의 손실을 가정하고 이를 대비한 충분한 대손충당금과 자본 여력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금융 당국은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과 관련해 자율적인 의사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단계적으로 소매금융에서 발을 뺀 씨티은행과 국내 은행은 체질이 다르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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