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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율 조정' 서두르면 연금고갈 6년 늦추는데…'票 눈치'에 흐지부지

[2023 연중기획-尹정부 2년차, 4대개혁 적기다]

3부 : 연금개혁, 앞만 보고 가라 <1> 시작부터 꼬인 국민연금

보험료율 0.2P% 인상땐 2067년·0.5%P땐 2073년 기금 소진

국회, 모수개혁 정부에 넘긴채 "숫자 빼고 방향성만 제시" 요구

한시 급한데…여론 의식한 대통령실도 "다수당 되고 논의" 뒷전


연금 개혁에 있어 속도전이 중요한 것은 보험료율 조정 속도에 따라 기금 소진 시점이 좌지우지되기 때문이다.

19일 국민연금연구원이 제4차 재정추계(2018년)를 토대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2025년부터 보험료율을 9%에서 15%로 인상할 때 매년 0.5%포인트 올리면 기금 소진 시점을 2057년에서 2073년으로 16년, 매년 0.2%포인트 올리면 2067년으로 10년 미룰 수 있다. 인상 속도에 따라 기금 소진 시점이 6년까지 벌어지는 것이다. 기금 소진 시점을 미루는 것은 그만큼 추가적인 개혁 논의를 진행할 시간을 벌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서울 중구 국민연금공단 종로중구지사 고객상담실에서 한 시민이 상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이유 때문에 그동안 보험료율을 하루빨리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하지만 번번이 개혁에 실패한 것은 여론 눈치에 과단성이 부족했던 정치권 탓이 크다. 문재인 정권이 대표적이다. 2018년 보건복지부가 보험료율을 9%에서 12~13%로 올리는 방안이 포함된 네 가지 개혁안을 내놓았으나 문재인 전 대통령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재검토를 주문했다. 결국 개혁은 무산됐고 그로부터 5년 뒤인 올해 진행된 제5차 재정추계 결과 기금 소진 시점은 2057년에서 2055년으로 앞당겨졌다. 익명을 요청한 민간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전 세계 모든 연금 개혁에는 정치적 불리함을 감내한 위대한 정치 지도자의 결단이 있었다”며 “총선을 앞둔 윤석열 대통령이 이런 결단을 내릴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현재 연금 개혁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국회의 상황을 보면 개혁 실패의 역사를 답습할 공산이 크다는 우려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연금개혁특별위원회의 간사인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8일 민간자문위와 긴급 회동한 뒤 “연금 구조 개혁부터 방향을 잡은 뒤 (10월에 발표될) 정부안을 토대로 (국민연금 모수 개혁) 논의를 진행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민간자문위가 보험료율을 15%로 올리기로 의견을 모았다는 소식에 여론이 술렁이자 모수 개혁(보험료율·급여액 조정) 논의를 사실상 포기한 것이다. 연금특위의 한 관계자는 “연금 개혁에서 국민 관심사가 가장 큰 부분은 ‘얼마나 내고 얼마나 받느냐’인데 이를 쏙 빼고 개혁을 논의하면 오히려 개혁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떨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설상가상 최근 연금특위가 민간자문위에 이달 말 제출할 개혁 권고안에 구체적인 숫자는 뺀 채 ‘재정 강화 방안’ ‘노후 소득 강화 방안’ 등 큰 틀의 방향성만 제시해 달라는 주문을 했다는 소식까지 나왔다.
문제는 정부도 개혁 논의에 적극 나설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민간특위가 보험료율을 15%까지 인상하는 데 뜻을 같이했다는 소식에 여론이 술렁이자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긴급 브리핑을 열어 “정부안이 아니다”라고 서둘러 선을 그었다. 연금특위가 이미 모수 개혁에서 구조 개혁으로 급선회한 상황에서 정부가 연금 개혁의 총대를 멜 수 있을지 극히 회의적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전직 고위 관료는 “난방비를 둘러싼 여론 반발에도 놀라 공공요금 인상에서 한발 물러선 정부가 이보다 몇 배는 더 예민한 메가톤급 이슈인 연금 개혁에 메스를 제대로 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실이 내년 총선으로 다수당이 된 후 연금 개혁을 추진하자는 분위기로 기울었다”는 말이 나온다. 연금특위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이런 입장인데 여당이 논의에 적극 나서겠느냐”며 “사실상 이미 개혁은 물 건너 갔다고 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의 이런 태도는 반발 여론에도 주도권을 쥐고 개혁을 밀어붙인 선진국들과 비교된다. 2004년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지급률(연간 소득 대비 연금액 비율)을 59.3%에서 50.2%로 낮추고 보험료율을 13.58%에서 18.3%로 올리는 개혁을 관철했다. 2002년 연금기금이 적자를 기록하자 선거 참패를 각오하면서까지 결단을 내린 것이다. 2019년 12월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늦추는 내용의 개혁을 추진했다가 실패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거센 반발에도 올해 다시 수급 개시 연령을 65세로 올리는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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