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가 예상보다 나쁜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두 기업은 우울한 지난해 실적을 전하면서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벌이겠다고 했지만 근본 해결책인 가격정상화가 요원해 당장 올해 1분기 성적도 걱정해야 할 판이다.
한전은 2022년 결산 결과 매출액 71조 2719억 원, 영업손실 32조 6034억 원을 기록했다고 24일 밝혔다. 전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전력 판매량 증가와 요금 조정 등으로 17.5%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연료 가격 급등으로 무려 457.7%나 폭증했다. 4분기만 놓고 보면 영업손실은 10조 767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7.4% 급증했다. 영업손실이 분기 기준 10조 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증권사 실적 전망인 영업손실 9조 6318억 원보다 저조한 ‘어닝쇼크’다. 가스공사 역시 표면적으로는 영업손실을 면했을 뿐 부진한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가스공사의 매출액은 51조 7000억 원, 영업이익은 2조 4634억 원으로 전년 대비 88%, 99% 증가했다. 하지만 주택용(민수용) 미수금이 8조 6000억 원대로 전년의 1조 원 남짓보다 대거 늘어 재무구조는 크게 악화했다.
양 사는 부진한 실적에 경영쇄신안을 내놓았지만 구체적인 요금인상안이 결여돼 핵심이 빠졌다는 평가다. 가스공사는 무배당을 결정했고 한전은 “글로벌 연료 가격 급등으로 인한 재무 위기를 극복하고 누적 적자 해소 등 경영 정상화 조기 달성에 총력을 다하겠다”며 “재정건전화 계획에 따라 비핵심 자산 매각, 사업 시기 조정, 비용 절감 등 향후 5년간 총 20조 원(한전 14조 3000억 원, 그룹사 5조 7000억 원)의 재무 개선을 목표로 전력그룹사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공공요금 속도조절론을 제기한 터라 대폭 인상 대신 ‘제한적 인상’이 유력해 흑자 전환까지는 갈 길이 멀어졌다. 2분기 전기·가스요금은 다음 달 말 발표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