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에서 연이어 벌어지는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근원지로 지목받고 있는 화웨이가 백도어(backdoor·인증을 받지 않고 망에 침투할 수 있는 수단) 논란과 관련해 “실체 없는 소문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미국의 공세에도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5세대(5G) 이동통신 장비 시장에서 여전히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장비 신뢰도를 자신한다는 것이다.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에서 역대 최대 규모 전시관을 연 화웨이는 5.5G 시장 공략을 서둘러 차세대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서도 1위 자리를 지켜나가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장정쥔 화웨이 아시아태평양(APAC) 대외협력·홍보부문 부사장은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3에서 한국 기자단을 대상으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개인정보 유출과 백도어 등에 대한 소문은 실질적인 증거나 실체가 없다”며 “화웨이 장비는 문제가 없다는 점이 더 많은 분들에게 알려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장 부사장의 이같은 발언은 최근 발생한 LG유플러스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화웨이가 원인으로 지목받은 데 대한 반박이다. LG유플러스는 일부 지역에서 화웨이 5G 무선기지국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장 부사장은 “유럽을 포함한 많은 지역 통신사들이 화웨이와 협력하고 있다”며 “타국 상황에 비춰봤을 때 신뢰도 등 요인이 협력에 미치는 영향은 높지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또 “중국 둥관 본사에서 고객사 요청에 따라 장비와 소스코드를 자세히 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투명한 검증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장 부사장은 미국의 견제로 수출에 차질이 생겼지만 모바일 기기를 제외한 네트워크 장비 부문에서는 큰 타격이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지난해 화웨이의 예상 매출은 약 920억 달러(121조 원)로 미·중 무역분쟁 후 처음으로 성장세를 보였다. 그는 “미중 갈등으로 전반적인 사업 방향성에 변화가 있었고 단말 분야에서는 수 년 간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면서도 "전체적으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고 클라우드·자율주행·디지털 파워(에너지) 등 신규 사업분야도 성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앞서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불참한 화웨이는 이번 MWC23에서 9000㎡(약 2722평)에 달하는 초대형 전시관을 열고 네트워크 장비와 모바일 기기를 대거 전시했다. 리 펑 화웨이 캐리어 비즈니스그룹 사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지능형 세상을 위해서는 네트워크가 유비쿼터스 Gbps(초당 10억 비트 전송)에서 유비쿼터스 10Gbps로 진화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5.5G로의 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부사장 역시 5.5G(5G 어드밴스드) 시대를 앞두고 차세대 통신장비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화웨이의 5.5G 장비는 대역폭·전력소모·크기·용량 등 전반적인 성능에서 타사보다 뛰어나다”며 “세계 각국이 5.5G 시대 진입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5G 선도국인 한국과도 5.5G 시대에 협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챗GPT가 촉발한 인공지능(AI) 혁신이 네트워크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장 부사장은 “AI 기술 대두로 더 탄탄한 네트워크 인프라가 요구되는 한편 데이터센터에도 AI가 적용되고 있다”며 “화웨이는 무선뿐 아니라 유선에서도 5G를 구현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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