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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핵무장 논쟁에서 고려해야 할 것들

이면우 세종연구소 부소장 ?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면서 국내에서 핵무장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좌우 성향을 불문하고 뜨거워지고 있다. 마치 일본제국주의의 식민지배를 극복하기 위해 좌우를 가리지 않고 독립운동이라는 기치아래 모였던 100여년 전의 흐름이 무장 투쟁과 외교 투쟁의 두 노선으로 나뉘었던 모습을 보는 듯하다.

현재의 상황은 과거와는 다르다. 무엇보다 한국의 위상이 크게 차이가 난다. 100년 전 한국은 힘 없는 식민지 신세가 돼 열강들의 이해득실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좌우됐다. 지금은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올라섰다. 따라서 지난 역사를 돌아보되 현재 한국의 위상과 대내외적 시대 상황을 고려해 합리적 방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달리 말하면 지금은 한국이 미중 갈등 심화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같은 국제 질서의 변화 흐름을 잘 읽고 자유민주주의 진영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지를 적극적으로 찾는 작업을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핵무장에 대한 소모적 논쟁보다 자유민주진영 속에서 한국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핵무장에 따른 비용이 효과보다 매우 클 것이라는 데 있다. 한국이 핵무장에 나설 경우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경제·외교안보·체제유지의 측면에서 생각해야 할 정도로 많은 반면 핵무장에 따른 북한으로부터의 위협감소 효과는 결코 크지 않을 것이다.

경제적 비용은 북한이 그랬던 것처럼 많은 국제적 경제제재에 봉착하면서 발생한다. 특히 북한이 외부와 담을 쌓고 있어 국제적 경제제재에 따른 충격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것과 달리 수출이 경제 성장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은 경제제재에 따른 피해가 매우 클 것이다. 더욱이 경제제재를 감수하고 핵무장에 성공한다고 해도 그에 따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미 핵무장된 북한이 한국의 핵무장에 영향받아 기존에 벌여온 도발을 줄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외교안보적 측면에서 한국의 핵무장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으며, 이는 이러한 상황을 용납하기 어려운 미국과의 동맹관계가 해체되는 결말을 가져올 수 있다. 중국의 핵실험 이후인 1960년대 후반 일본은 핵무장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토했지만 결국 철회했다. 그 배경에는 국내의 강한 반핵 여론도 있었지만 미일 동맹 해체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체제유지 측면은 한국이 유지하고 공고화하려는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적화통일 야욕을 포기하지 않고 있으며 중국은 한국을 미국으로부터 분리하거나 적어도 중립화하려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동맹의 파국 또는 해체를 가져올 수 있는 핵무장론은 북한이나 중국의 공세 속에서 한국이 지켜 나가야 할 중심적 가치가 무엇인지를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 그러잖아도 이념 대립이 심각한 상황에서 핵무장론이 자칫 체제의 불안정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추구할 방향은 명확하다. 동맹국 및 동지국에 대한 의심보다는 현재의 성장을 가능하게 만든 국제질서가 유지될 수 있도록 스스로의 위상에 맞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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